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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토반'도 속도 제한? 독일 에너지난에 '자존심' 접을까

머니투데이 정혜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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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토반'도 속도 제한? 독일 에너지난에 '자존심' 접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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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국가적 위기에 '속도 제한' 목소리 커져,

3개당 연정 정부는 "자유 침해" 거부…

NYT "미국의 총기규제 논란과 닮은꼴"]

화물 트럭 1대가 독일 자동차 고속도로 '아우토반'의 시속 120km 속도 제한 표지판을 통과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화물 트럭 1대가 독일 자동차 고속도로 '아우토반'의 시속 120km 속도 제한 표지판을 통과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독일 집권연정인 '신호등 연정'(사회민주당·자유민주당·녹색당)이 러시아의 유럽행 가스공급 중단으로 역대급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국가의 상징성과 정치적 입지 등을 이유로 에너지 절약 방안을 거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독일은 겨울을 앞두고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꺼내고 있지만, '아우토반(Autobahn)의 속도 제한'만큼은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총기 규제와 비슷한 논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갈수록 증가하는 민간인 총격 사건에 총기 규제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주별로 보수와 진보로 나뉜 정치 양극화 현상으로 총기 규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 아우토반의 길이는 약 1만3000km로, 전체 구간의 약 70%에 속도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독일 내에선 '자유의 공간'으로 불리고, 국외에서는 자동차 강국인 독일의 상징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독일 내에선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해 아우토반에 속도 제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를 두고 정부는 "운전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거부했는데, 여기에 집권연정의 정치적 속내가 담겼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1일(현지시간) 독일 정부의 에너지 절약 정책으로 동부 브란덴부르크 게이트의 조명이 모두 꺼져있다.  /AFPBBNews=뉴스1

1일(현지시간) 독일 정부의 에너지 절약 정책으로 동부 브란덴부르크 게이트의 조명이 모두 꺼져있다. /AFPBBNews=뉴스1


독일 녹색당은 에너지 위기 속 가솔린(휘발유) 절약을 위해 아우토반에 일시적으로 속도 제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독일 환경부는 아우토반과 일반 도로에 각각 시속 100km, 80km로 속도를 제한하면 독일 차량 4800만대가 매년 20억 리터(ℓ)의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독일 여론에서도 아우토반의 속도 제한 요구가 확인됐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최근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인의 55%가 아우토반의 일시적인 속도 제한 규정안을 지지했고, 39%는 반대표를 던졌다. 아우토반에서 발생하는 교통 사망사고 건수가 일반 도로에서보다 75% 많다는 것도 속도 제한 필요성을 주장하는 근거가 된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아우토반의 속도 제한 규정 적용은 없다고 선을 긋는다. 자유민주당의 베른트 루더 교통전문가는 "규제로 해결해선 안 된다"고 속도를 제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연정의 한 축인 자유민주당은 자유를 중시해 규제 완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편 독일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고자 이달부터 6개월간 시청, 철도 승객 대기실 등 공공건물의 난방온도를 화씨 66도(섭씨 18.88도)로 제한했다. 또 건물 복도, 로비 등의 난방을 제한하도록 했다. 아울러 밤 10시부터 주요 광고판, 랜드마크에 불을 밝히는 것도 금지했다. 올해 말까지 실현하려던 '완전한 탈원전' 계획도 잠시 보류해 원전 2곳을 오는 2023년 4월 중순까지 예비전력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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