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설립된 비영리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 윤여상 소장
"동·서독도 주민 상호 왕래 통해 관계 개선 모색"
향후 `북한인권박물관` 설립도 목표로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이 5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현 정부가 `남북 간 자유 왕래`와 `거주 이전의 자유`를 선포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담대한 구상`이다.”
윤여상(사진)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남북 관계는 제한적 교류, 제한적 접촉, 제한적 협력이었다”면서 “남북 정부가 상호 승인하고 허가한 범위 내에서만 이뤄지는 방식으로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북한인권, 과거사청산, 피해자 구제를 위해 2003년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다. 주요 활동으로는 북한 인권침해 사건의 실태조사와 기록 보존, 북한 인권침해에 대한 구제와 예방, 피해자 보호와 정착지원 등이 있다. 2021년 7월 기준 8만 2271건의 인권 피해 사건과 5만 2062명의 관련 인물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분석해 이를 데이터베이스화 하고 있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함과 동시에 남북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물적 지원의 왕래를 넘어 `인적 왕래`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코로나19 관련 보건·의료, 쌀·비료 등 식량 지원 등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제한적 접촉 교류 방식을 택해왔으며 `이벤트성`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윤 소장은 “자유 왕래를 넘어서 거주 이전을 허용하면 진정한 `담대한 구상`이 실천될 것이며 남북한 관계는 통일 직전 단계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현 정부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이러한 내용의 선언이 담겨야 한다는 게 윤 소장 생각이다. 과거 동·서독과 중국·대만 관계에서도 주민들의 상호 왕래를 통해 관계 개선을 모색한 적이 있었다.
물론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북한의 태도가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윤 소장은 “전체적인 구상을 갖추고 북한을 계속해서 설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이산가족은 물론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문제도 해결되며 자동적으로 남북한 경제공동체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현재에도 비전향 장기수를 비롯해 억류 국군포로와 납북자, 재입북을 희망하는 탈북민, 북한 억류 남한주민 등 이주를 희망하는 대상자들이 존재한다. 윤 소장은 “개별적으로 접근해서는 해결하지 못한다. `자유 왕래`라는 큰 틀에서 담대한 구상을 발표해야 한다. 사람(人)은 대북 제재 대상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서서 노력하는 사이, 센터는 민간의 영역에서 마중물을 붓는다는 방침이다. 실태 기록과 보존을 근간으로 활동하고 있는 북한인권정보센터는 향후 `북한인권박물관`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시 기능까지 갖춘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될 수 있다. 윤 소장은 “북한 인권 문제는 종착점을 알 수 없다. 북한인권박물관은 `살아서 움직이는` 박물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이 5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음은 윤 소장과의 일문일답
△북한 인권 실태가 대체 어떤가.
-우리에겐 13만 건에 달하는 데이터베이스가 있다. 큰 흐름에 있어서 인권에는 큰 변화가 없다. 자유권 영역은 지금도 큰 변화가 없지만 경제·사회·문화적 영역은 김정일 시대보다는 김정은 시대에 와서 조금 나아졌다. 물론 과거보다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지 보편적 기준에는 미달한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부터는 그 상황도 파악이 어렵다.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북한 인권 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문 정부의 북한 인권 정책은 평가할만한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엔 그러지 않았다. 정부와 민간은 서로 다른 정책적 입장을 가질 수 있다고 하는 ‘상호 존중’과 ‘거버넌스’ 개념을 갖고 있었다. 제한적이라 해도 서로 협력해왔는데 문 정부에서는 그런 거버넌스의 개념이나 민관 협력적 개념이 사라졌다. 암흑과 같은 시기였다.
△현 정부에 거는 기대가 있는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임명했고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추진 중인데.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고 개선을 하겠다는 의지 표명은 과거 모든 정부가 다 했었다. 강하게 하느냐 매우 약하게 하느냐 차이였다. 문재인 정부는 언급하지 않거나 매우 약한 톤이었다. 현 정부는 강한 톤으로 적극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다만,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임명한 건 매우 작은 의지다. 입법이 돼있는 거라 법률 준수 차원에서 임명한 것이다. 북한인권재단도 야당에게 이사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는 건 매우 소극적 수준의 의지 표명이라고 본다. 입법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통일부 차원에 실행하면 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민간이나 국제사회가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는 아직까진 없다. 진정 정권이 교체된 것인지 의문이다.
△현 정부에게 충고한다면.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서 인권을 개선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실질적, 정책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하나원 (인권) 조사를 재개시켜주느냐, 재개를 해도 어느 정도 협조해주느냐가 현 정부의 북한 인권 정책 시금석이 될 수 있다. 그런 것부터 해결이 돼야 진정한 개선 의지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지금은 다른 정부에서 했던 레토릭을 강하게 하는 것 외엔 설명할 게 없다.
△올해에도 북한인권백서 발간이 어려운가.
-2020년 당시 통일부에서 우리의 조사 사업에 대해 협조 중단을 선언한 이후, 정권이 교체된 지금까지도 조사가 중단됐다. 북한인권법에서는 정부와 민간이 독점 없이 서로 협력해서 북한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조사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정부가 독점해야 한다는 생각이 통일부 내에 아주 팽배돼 있다. 그것 외에는 딱히 다른 설명을 하기 어렵다. 계속 다투고 있고, 우리는 (조사 재개를) 열어달라고 요청 중이다.
△북한이 인권 문제에 민감한 이유는 ‘체제 전복을 위한 내정 간섭’으로 받아들이기 때문 아닌가.
-북한 측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프레임이다. 중국의 인권 문제를 우려하고 미얀마 인권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나. 그런다고 해서 체제 전복을 목적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없다. 인권 문제를 정치화해서 그 목적 의식을 희석화시키겠다는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논리 구조고 핑계일 뿐이다. 인권은 내정 간섭과 주권의 범위에서 벗어난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이 5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
△현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나
-진정한 ‘담대한 구상’을 밝히고 실천해야 한다. 지금까지 남북한의 관계는 제한적 교류, 제한적 접촉, 제한적 협력이었다. 남북한 정부가 상호 승인하고 허가한 범위 내에서만 이뤄지는 형식이었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정치적 관계에 따라서 일관성을 갖지 못하는 현 상태에서 변화될 수 없다. 제한적 교류 협력 접촉이 아닌 제한 없는 교류 접촉 협력으로 전환하고 그것을 밝히고 실천하는 것이 담대한 구상이다. 정부가 남북한의 자유 왕래 실현, 거주 이전의 자유를 선포해야 한다. 거주 이전의 자유와 자유 왕래를 한반도 전체에 선포하는 것이다. 북한 헌법에도 똑같은 규정이 있다. 왕래를 넘어서서 거주 이전을 허용하면 담대한 구상이 실천되고, 남북한 관계는 통일 직전 단계까지 올라갈 것이다.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다. 이는 대북 제재 사항도 아니다. 물자와 돈이 오가는 것을 제재하지, 사람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은 제재 대상이 아니다. 물론 상대방(북한)이 동의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전체적인 구상을 갖고 계속해서 설득하고 제시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렇게 되면 이산가족 문제도 그 안에서 해결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문제도 해결된다. 자동으로 남북한 경제공동체도 구성될 수 있다.
△향후 센터의 활동 목표와 계획은
-‘북한인권박물관’ 설립을 고민하고 있다. 센터는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고 교육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연구·홍보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전시 기능이 없다. 북한 인권 문제는 종착점을 알 수 없다. 북한인권박물관은 ‘살아서 움직이는’ 박물관이 될 것이다. 정부와 민간, 국제사회가 협력해서 박물관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