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진=임종철 |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차에 태워 난폭운전을 한 뒤 교통사고를 낸 2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1심 재판부는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것이 살인미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나 2심은 이를 무죄로 봤다.
5일 뉴시스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2-3부(고법판사 이상호)는 살인미수·감금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20대 남성 A씨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8월 1일 0시30분 경기도 성남시의 한 도로에서 "헤어지자"고 말한 여자친구 B씨를 차에 태워 감금했다. 이후 그는 17분간 난폭운전을 하다 도로 좌측 커브 길에서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꺾어 가드레일 너머 7m 아래 도로로 추락하게 했다.
A씨는 또 사고 이후 출동한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 사고로 여성 B씨는 전치 4주 이상의 두개골 선상골절 등 상해를 입었다.
A씨는 "앞 차를 추월하려다가 핸들이 제어되지 않아 차량이 미끄러져 사고가 난 것이며 B씨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살인미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듣자 '같이 죽자'며 운전을 시작한 점 △비가 오는 날이라 도로가 미끄러웠다고 주장하나 이날 사고 발생 지역에는 강수량이 전혀 없던 점 △우측 보호 난간 바깥이 낭떠러지로 순간적으로라도 핸들을 우측으로 튼다면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는 사고가 나는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 등의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의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B씨 진술과 같이 운전대를 꺾었을 때 예상되는 궤적과 차량이 실제 떨어진 궤적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또 사건 당일 비가 오지는 않았으나 장마철이라 습도 97%에 달했고 근처 공원에 저수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노면 습기로 미끄러웠을 수 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당시 A씨 차량이 120㎞/h 이상이었던 점,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판단하면 A씨 주장과 같이 차량이 미끄러졌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사고 직후 B씨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확인되는 점 등은 A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고려될 수도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의 감금 및 음주측정거부 혐의에 대해선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했다.
2심 선고 이후 A씨와 검찰 측이 모두 상고해 이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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