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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폭우와 폭염으로 우리를 힘들게 했던 여름이 언제 그랬냐는 듯 저물고, 그 자리를 선선한 바람이 대신하네요. 다음 주 추석이 지나면 가을은 더 짙어지겠죠. 마음까지 풍요로운 가을이 되기를 바라며 ‘SDF 다이어리’ 시작하겠습니다. 그림 하나 보여 드릴게요. 많이 본 것 같지 않으세요? 이 그림과 이 구도… 틀림없이 눈에 익은데, 어딘가 조금 낯선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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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라는 미국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연구소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엄청난 양의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한 것을 토대로 사용자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주는 '달리2(DALL·E2)'를 개발했는데요, '달리2'가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의 화풍을 유지한 채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를 재해석해 이미지를 생성한 겁니다. 원래 그림은 아래와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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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픈AI 홈페이지
최근엔 시를 쓰는 인공지능 '시아(SIA)'도 등장했다고 하고요, 안무를 고안해내는 'AI 마디'와 작곡하는 'AI 이봄'은 이미 많은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엔 구글이 개발 중인 AI 챗봇 '람다(LaMDA)'가 인간과 같은 '자의식'이 있다고 주장해서, AI 인격체와 자의식에 대한 논란까지 일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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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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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인간의 예술적 창의성까지 넘보고, 인공지능에게 법적 권리를 줄 것인가를 놓고 토론하는 시대인데, 그러면… 인공지능이 아예 정치까지 해도 되지 않을까요? 국민을 통합하기는커녕 진영 논리에 빠져 계속 갈등만 양산하고, 그것도 모자라 국민을 편 가르고 혐오하는 그런 정치인들보다는, 인공지능이 정치를 더 잘할 것 같은데요, SDF팀이 '민주주의 위기'에 꽂혀 있다 보니 이런 생각까지 다하게 되네요.
혹시나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한 기관이 없나 하고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지난해 스페인 IE대학교 정부변혁센터(The Center for the Governance of Change)가 '유로피언 테크 인사이트(European Tech Insights)'를 통해 발표한 내용을 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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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스페인 IE대학교 정부변혁센터
이 기관은 전 세계 2,769명에게 "국회의원의 의석수를 줄이고 그 자리에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나요?"라고 물어봤는데요, 물론 인공지능의 한계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려줬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유럽인의 51%가 국회의원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것에 찬성했다고 합니다. 국가 별로 보면 스페인 66%, 이탈리아 59%, 에스토니아 56%, 폴란드 55%, 프랑스 52%가 동의했습니다. 25살부터 34살 사이 이른바 청년세대 찬성률은 60%나 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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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스페인 IE대학교 정부변혁센터
이 센터의 오스카 존슨(Oscar Jonsson) 박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 양극화'가 증가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서 시대정신이 반영된 이 결과가 놀랍지는 않다고 밝혔습니다. 정치인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높은 건 어느 나라나 같나 보네요.
영화 '아이 로봇'이나 '터미네이터'에 나온 인공지능 로봇이 국회 본회장에 앉아있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정치(政治)는 나라의 일을 다스리는 것을 말하는데, 정치의 주체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으로 바뀌면 다른 문제는 없을까요?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Science Communicator)'인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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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관장님,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관장님은 평소에 자신을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라고 소개하시는데요, 왜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설명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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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가 왜 필요할까요? 과학자들의 연구는 다 시민의 것입니다. 국민 세금이 안 들어가는 게 하나도 없거든요. 그러니까 과학자들의 연구가 시민에게 전달이 되어야 하는데, 과학자는 너무 바쁘기도 하고 시민들과는 약간 다른 언어를 사용합니다. 우리는 '자연어'를 쓰지만, 과학자들의 언어는 수학이라고 하는 '비자연어'이거든요. 그래서 말이 잘 통하지 않아요. 그래서 통역하는 사람이 필요하죠.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가 바로 그 역할을 하는 것이고요.
Q.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예술 분야도 넘보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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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공지능이 판사·의사·변호사 등 이른바 '~사(士, 師, 使, 事)'자 붙은 직업에도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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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스페인 IE대학교 정부변혁센터에서 조사를 했는데, 유럽인의 51%가 국회의원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것에 찬성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여론조사를 하면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 같은데요, 그러면 'AI 정치인'이 나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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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공지능이 지금의 좋지 않은 정치 현상을 그대로 학습하게 될 텐데 그러면, 'AI 정치인'의 모습도 그와 비슷할 거라는 얘기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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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러면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도 국민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정치인들이 계속 정치를 하게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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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러면, 인공지능 시대에 정치 체계와 민주주의는 어떻게 바뀔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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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공지능이 민주주의 위기를 불러 올 수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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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민주주의를 잘 가꿔가려면 우리는 어떻게 이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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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스홉킨스대학교, 조지아공과대학교, 워싱턴대학교 연구원들이 지난 6월 'ACM FAccT'라는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이 있는데요, 인터넷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 로봇'에게 사람의 얼굴 사진을 제시하고 '범죄자'를 골라 상자 안에 넣게 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로봇이 반복적으로 '흑인'을 골라냈다고 합니다. 또, '주부'를 고르라고 하니까 '여성 사진'을, '경비원'을 찾아내라고 하니까 '동양인 사진'을 선택해 상자에 넣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편견과 편향성을 인공지능이 그대로 학습한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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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로봇이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했다는 존스홉킨스대학교 학내 기사. 출처/존스홉킨스대학교 홈페이지
지금의 정치판을 학습시켜서 'AI 정치인'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요? 'AI 대통령'은 국정운영 방식을 놓고 우왕좌왕하고 있을 거고, 'AI 여당'은 지도부 공백과 당내 분란으로 혼돈에 빠져있겠죠. 'AI 야당'은 팬덤 정치에 갇혀 있지 않을까요? 인공지능의 거울이 되는 '인간 정치인'이 바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한, 'AI 정치인'에게 기대할 건 없어 보입니다. 개발자와 자본가들이 인위적으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손을 댈 수는 있겠지만, 그건 또 다른 '개입의 문제'를 가져오겠지요.
'인공지능'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딥 러닝(Deep Learning)'이라고 합니다. 풍부한 데이터와 정답을 입력하면 기계가 '규칙'을 찾아가는 걸 말하는데요, 진정한 '대의 민주주의'와 '숙의 민주주의'를 구현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인공지능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치인을 포함해 우리가 깊게(Deep) 공부(Learning)를 했으면 합니다. 디지털 문해력을 갖고! 민주적이고 공정하고 상식적인 인공지능을 만드는 일은 결국, 우리의 몫이니까요.
미래팀(sdf@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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