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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美 대표, 동티모르 대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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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도나 웰튼 前대표 대사로 발탁해

1980년대 한국에 오래 근무… 한국어 구사

2021년 '지지부진' 방위비 협상 타결지어

도나 웰튼 미국 국무부 정치·군사 담당 부차관보 대행이 동티모르 주재 대사 후보자로 지명됐다. 웰튼은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 두 행정부에 걸쳐 진행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 당시 미국 측 대표를 맡아 타협을 이끌어낸 인사로 한국 외교가에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과거 한국에 오래 근무해 한국어를 구사하는 그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한때 주한 미국대사 후보자로도 거명됐다.

세계일보

도나 웰튼 동티모르 주재 미국대사 후보자. 미 국무부 홈페이지


백악관은 2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웰튼을 동티모르 대사로 내정한 사실을 공개했다. 동티모르는 올해 독립 20주년을 맞은 신생국이다. 인도네시아와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섬나라로 오랫동안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받았고, 1975년 이후로는 사실상 인도네시아의 일부로 간주되었다. 주민들이 끈질긴 독립운동을 펼친 끝에 2002년에야 완전한 독립국 지위를 얻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웰튼은 외교관 경력이 25년에 달하는 베테랑으로 아프가니스탄, 핀란드,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 등에서 근무했다. 이번에 동티모르 대사 후보자로 발탁된 건 과거 동티모르를 지배한 인도네시아에서 외교관으로 일해 동티모르의 역사와 문화에 어느 정도 식견이 있다는 점, 현재도 동티모르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인도네시아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한 인선으로 풀이된다.

눈길을 끄는 건 한국과의 인연이다. 그는 1980년대 한국에서 4년간 근무했다. 1982년부터 1984년까지는 그때만 해도 서울에 있던 주한 미국문화원에서 일했고, 1984년부터 1986년까지는 대구 아메리칸센터의 운영을 책임졌다. 당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책임론에서 불거진 반미감정이 극심했던 시절로, 웰튼은 미국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공공외교 부문에 역량을 집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무부는 “웰튼이 일본어, 인도네시아어, 핀란드어를 구사하는 것은 물론 한국어 실력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2021년 3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관련 회의에 참석한 정은보 당시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오른쪽)와 미국 측 대표 도나 웰튼.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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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튼은 트럼프 행정부 말기인 2020년 12월 당시 지지부진하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의 미국 측 대표로 기용됐다. 트럼프는 임기 내내 한국 측의 ‘안보 무임승차’를 비난하며 거액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고, 이것은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정부 간 외교적 마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2020년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지고 ‘동맹 강화’를 약속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면서 협상에 물꼬가 트였다. 이듬해인 2021년 3월 한·미 양국은 1년 6개월간 끌어온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타결지었고 이는 갓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거둔 첫 외교적 성과로 받아들여졌다. 국내에서도 방위비 분담금이 많이 오른 것에 부정적 시선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한·미동맹 진전’이란 긍정적 측면에 더 무게를 뒀다.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공석이 된 주한 미국대사로 웰튼이 부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대사 공백이 1년을 넘기며 장기화하자 웰튼의 이름이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결국 주한 대사 자리는 웰튼보다 높은 직급의 경력외교관인 필립 골드버그 대사한테 돌아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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