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수사관의 '라포' 형성·프로파일러의 설득으로 성과 거둬
"자백후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진술"…다른 유사범죄들과 연관성도 관심
'대전 은행 권총 강도살인' 이승만 검찰 송치 |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던 대전 은행 권총 강도살인 피의자 이승만이 돌연 범행을 시인하고 여죄까지 털어놓은 데에는 담당 수사관과 프로파일러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경찰에 따르면 검거 이후 지난달까지도 범행을 부인하던 이승만이 전날 은행 직원 살인 혐의를 인정한 데 이어 이날 오전 2003년 현금수송차를 탈취한 추가 범행까지 자백했다.
이씨가 갑자기 진술을 번복하고 순순히 여죄를 고백한 이유는 공범 이정학의 자백과 담당 수사관의 노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초 이씨는 이정학이 자백을 했다는 말을 듣고도, 죄를 털어놓게 유도하려고 경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여겼다.
이정학의 자백이 진짜였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이승만은 더는 숨길 필요가 없다는 듯 자신이 직원에게 총을 쐈다며 범행을 인정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공범이 자백한 이상 이승만 본인도 혐의를 더는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며 "우리가 묻지도 않은 2003년 현금수송차 탈취 사건도 본인이 했다며 여죄를 불었는데 그 후에는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털어놨다"고 밝혔다.
21년 만에 들은 '죄송합니다' |
담당 수사관이 수사 초기 조사 과정에서부터 이승만과 여러 차례 만나 라포(친밀감)를 쌓았고, 프로파일러가 심층 면담을 수차례 하며 설득하는 과정에서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 전문가들은 프로파일러의 역량이 쌓이면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중요한 증거였던 이춘재 자백을 비롯해 범죄자의 자백을 끌어내는 결과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프로파일러가 설득을 하는 과정에서 심리적인 동요가 분명 있었을 것"이라며 "공소시효가 지난 여죄를 불어도 형기에 크게 지장이 없으니, 비밀을 다 털면 마음이 편할 것이라는 식의 설득도 유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만은 공범 이정학과 함께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께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 수송차량을 승용차로 가로막은 뒤, 38구경 권총으로 은행 출납 과장 김모(당시 45세) 씨에게 실탄을 쏴 살해하고 현금 3억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강도살인)로 이날 검찰에 송치됐다.
한편 이승만의 이번 여죄 자백으로,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발생 이후인 2002년 대전·충남 일대에서 잇따랐던 현금수송차 탈취 등 다른 유사 범죄들과 이들 2명의 피의자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간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국민은행 강도살인 피의자 검거를 시작으로 과거 동종사건과의 연관성 역시 조사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s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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