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성착취물 실태와 수사

반쪽짜리 'n번방 방지법'···성착취물 범죄 온상 텔레그램은 빠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사적 대화방' 규제 제외···텔레그램은 수사 협조 안해

'제2 n번방' 가해자도 허점 악용···범죄 막기엔 역부족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유통을 막기 위한 ‘n번방 방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됐으나 정작 텔레그램은 법 적용 대상에서 빠져 ‘제2·제3의 n번방 사건’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일 정보보호 및 법학 전문가 등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사적 대화방' 성격이어서 개정 정보통신망법 및 정보통신망법상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관련 법안을 추진하던 초기부터 'n번방'이나 '박사방' 등의 성 착취물 유통 창구 역할을 한 텔레그램을 제재하지 못하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전문가들은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없다는 점에서 'n번방 방지법'이 텔레그램을 통한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웠다고 자문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적인 대화에도 해당 법을 적용하면 과도한 규제가 되기에 입법상의 내재적 한계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사적 대화방에서의 불법 촬영물 유통 행위는 ‘감시에 따른 적발’이 아니라 ‘신고에 따른 수사’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문제는 텔레그램이 해외에 소재한 법인이라서 수사기관의 협조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용자 파악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텔레그램은 지금껏 그 어떤 정부에도 수사 협조를 하지 않아 왔다"며 "텔레그램 정보만으로 피의자 신원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도 "본사가 협조하지 않는 한 이용자 정보를 알아낼 방법은 없다. 다만, 유통된 불법 영상을 보고 촬영장소를 확인하는 등 대화방에서 나온 정보를 수사 단서로 쓸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최근 수사 중인 ‘제2의 n번방 사태’ 사건의 가해자도 이 점을 악용했다.

경찰은 용의자 A씨가 미성년자를 협박해 성 착취 동영상을 강제로 찍게 만든 뒤 이를 텔레그램 등에 유포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A씨는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나는 절대 잡히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활동이 다른 SNS 계정에 포착되지 않았다면 수사당국의 감시망이 해당 범죄를 놓쳤을 것이다.

이상진 교수는 "한국업체처럼 압수수색으로 휴대전화 번호나 IP 정보 등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선 결국 위장 수사 강화 등 수사 방법을 보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도 갈수록 늘어가는 사이버 범죄 대응을 위해 수사 기법을 고도화하기 위해서 '온라인 수색 활동의 적법성 검토 및 도입방안'이라는 주제의 연구용역을 지난 5월부터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은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신분 위장 수사를 허용하는 특례 규정을 두고 있다.

온라인 수색 활동이란 휴대폰 등 피의자의 전자기기를 해킹한 뒤 감시 프로그램을 설치해 범죄 증거 등을 빼내는 수사기법이다.

피의자 신원만 최대한 빨리 확보한다면 온라인 수색 활동으로 수사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이버 범죄 대응을 위한 방법으로 개념 정립을 하는 단계"라며 "해외 사례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변윤재 인턴기자 jaenalist@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