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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조선소 인력 얼마나 떠났길래…경쟁사간 감정싸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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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대조양 529명↓·현대중 3사 40명↑ 불황 때 인력 줄이자, 호황 때 일손 부족 [비즈니스워치] 안준형 기자 why@bizwatch.co.kr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대한조선·케이조선 등 조선 4사가 '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그룹이 인력을 빼갔다'며 경쟁당국에 신고하면서 업체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경쟁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진흙탕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조선업계가 왜 채용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직원이 조선소를 떠났는지를 확인해봤다.

비즈니스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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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적 빼가기냐, 개인적 이직이냐

30일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대한조선·케이조선 등 조선 4사는 "현대중공업 계열 3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가 부당한 방법으로 자사의 기술 인력을 유인·채용해 사업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조선 4사는 공정위에 낸 신고서에서 △현대중공업 계열 3사가 핵심인력에 직접 이직을 제안한 점 △통상적인 보수 이상의 과다한 이익을 제공한 점 △일부 인력에 대해 서류전형 면제한 점 등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은 "부당하게 인력을 채용한 바 없다"며 "경력직 채용은 통상적인 공개 채용절차에 따라 모든 지원자가 동등한 조건으로 진행됐다"고 공식입장을 내놨다.

업계 1위 현대중공업그룹과 나머지 회사 간에 경력직 채용을 두고 진실 싸움이 벌어진 셈이다. 더욱이 조선 4사가 공동으로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부당 유인 인력 빼가기', '채용절차 특혜 제공 의혹' 등 공격의 수위를 높이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조선 4사 관계자는 "기존의 상식과 관행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 있었다"며 "재발 방지 차원에서 경고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19분기 연속 적자가 지속된 삼성중공업과 20년 넘게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직원이 이탈하는 회사의 내부 문제부터 찾아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얼마나 나갔나

조선 4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신고 회사 중 한 곳은 올 들어 현대중공업 계열 3사로 유출된 인력 규모가 70여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조선 4사에서 현대중공업그룹으로 이직한 인력이 300여명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는 얼마나 이직했을까. 이직 규모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회사별 직원수의 변동은 확인할 수 있다.

각사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 6월 삼성중공업의 직원수는 8983명으로 작년 12월보다 296명(3.2%) 줄었다. 이 기간 대우조선해양의 직원수(8569명)는 233명(2.6%) 감소했다. 두 회사의 직원이 6개월 새 529명 줄어든 것이다.

조선 4사 중 한 곳인 케이조선의 지난 6월 직원수는 947명으로, 작년말보다 오히려 17명 늘었다.

경쟁사 인력을 빼갔다는 의혹을 산 현대중공업 계열 3사는 어떨까. 현대중공업 계열 3사의 작년 6월 총 직원은 1만9381명으로 작년말보다 40명(0.2%) 늘었다. 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은 각각 58명(1.7%), 34명(1.1%) 늘었지만 그룹의 맏형인 현대중공업의 직원은 오히려 52명(0.4%) 감소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회사이면서 연구개발을 맡고 있는 한국조선해양의 작년 6월 직원수는 737명으로 작년말보다 88명(13.6%) 늘었다. 현대중공업 계열 3사에 한국조선해양을 포함하더라도 작년말보다 인력은 128명 늘어나는 데 그친 것이다.

"불황이 길어지자 취업 메리트 떨어졌다"

조선업계가 인력에 민감한 이유는 업황은 나아지고 있는데 일손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작년까지 이어진 장기 불황에 조선업계는 인력 채용을 최소화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다. 대우조선해양의 직원수는 2018년 1만명 선이 무너진 뒤 지난 6월 기준 8569명까지 줄었다. 삼성중공업도 2020년 직원수가 1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작년부터 수주가 몰리면서 업황이 개선되자 인력난이 시작됐다. 생존을 위해 인력에 투자를 줄였지만, 막상 호황이 되돌아오자 일손이 부족해진 것이다. 조선 4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불황일 때 인력 수급이 잘 안돼, 타이트하게 인력을 유지해왔다"며 "하지만 최근 수주가 늘어나면서 조선사들이 인력이 많이 필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체 채용시장 측면에선 조선사의 취업 선호도가 떨어진 측면도 있다. 조선업의 불황이 길어진 데다 근무지가 지방에 몰려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의 불황이 길어지면서 취업에 대한 메리트가 떨어졌고, 전체 채용 시장 규모 자체도 작아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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