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그룹 메타버스 비전, 기술, 전략 분석 보고서
"2030년까지 '블루오션'…누구나 틈새시장 진입 가능"
표준·안정성 요구, 과점 초래…개방·탈중앙 달성해야
미래엔 '가상-현실 공생' 후 AI와 인류 '통제권 경쟁'
기업 메타버스 투자, 디지털 전환 대응으로 간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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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이후 20년간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 파이 대부분을 특정 기업이 장악하는 독점 우려가 높아지고 소수 대기업이 경쟁하는 과점 양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그룹은 최근 '기회의 땅 메타버스: 비전, 기술, 전략 대해부' 보고서를 통해 "메타버스 발전 단계는 몰입형 경험 수준, 사용자 수, 인공지능(AI)의 지능, 가상세계에 대한 인간의 의존도에 따라 규정할 수 있다"며 "메타버스 발전은 '통치권(ownership of governance)'이라는 핵심 요인에 따라 다섯 단계를 밟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는 메타버스 초기 응용 사례가 빠르게 확산하는 '농경 시대'다. 이는 관련 기업과 서비스가 대거 등장하고 이들 대부분이 뚜렷한 경쟁 없이 자신만의 틈새시장을 찾아갈 수 있는 블루오션을 뜻한다. 대기업은 산업 전반에 걸쳐 경험을 축적하고 스타트업은 전문 분야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2020년 시작한 이 시대가 2030년까지 10년간 지속된다. 이후 사업 목표를 달성하고 경험을 축적한 소수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경쟁 진입장벽을 한껏 높이는 '과점(oligopoly) 시대'가 2050년까지 20년 동안 이어진다.
메타버스가 닫힌 생태계로 운영되고 개방성·탈중앙화 가치를 온전히 달성하기 어려운 독과점 시장 구도를 넘어서야 가상과 현실의 융합이라는 궁극적인 비전을 실현할 수 있다. 보고서는 "메타버스를 구축하려면 대규모 사용자 간 상호작용을 실현하고 통일된 표준을 수립해야 하고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있어야 하기에 과점 위험을 야기한다"며 "이 위험을 피하는 것이 메타버스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게임 플랫폼 업체 로블록스가 작년 3월 투자설명서에 메타버스 개념을 제시하고 작년 10월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꾸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급속도로 커졌다. 딜로이트그룹은 메타버스 비전, 기술, 전략 분석 보고서를 통해 "메타버스가 군소 업체 실험이 아니라 사회·기술·법률·예술 분야에서 다음 발전 단계를 공동 모색하는 전 인류의 경관(landscape)이 됐음을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딜로이트그룹은 메타버스가 '고차원,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universe)의 합성어라는 데 초점을 맞춰 메타버스를 '가상과 현실세계의 융합'이라고 정의했다. 이 개념은 △현실을 모사한(simulates) '가상 거울 세계' △현실과 무관한 새로운 가상세계 △메타버스의 일면인(as a facet) 현실세계 △단절된 두 세계의 한계를 넘어선 '가상과 현실의 융합(convergence) 세계' 등 네 가지 영역을 함축한다.
골드만삭스 "메타버스, 향후 20년 동안 8조 달러 시장으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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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모사한 가상 거울 세계는 1992년 출간된 SF소설 '스노크래시(Snow Crash)'에 제시됐다. 소설 속 인물들은 메타버스라는 세계에 디지털 아바타가 돼 이웃과 만나고 부동산을 개발하거나 기업 활동을 벌이고 정부와 기관의 통제를 받으며 살아간다. 딜로이트그룹은 "이에 영감을 받은 미래 메타버스는 현실과 동일한 환경·사람·사물·기관·사회·경제·생산·문명·통치체계 등 10가지 구성요소를 갖춘다"고 내다봤다.
현실과 무관한 가상세계는 새로운 실체, 규제, 지혜로 구현된다. 네이버에 인수된 로커스의 가상인간 '로지'는 광고 모델로 인정되고 예술작품·건축물이나 글·사진·음성·영상 등의 블록체인 대체불가능토큰(NFT)은 사물로 인식되는 새로운 실체다. 디지털 세계에서 탈중앙화 자율조직(DAO),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 물리적 제약 없는 이동이 새로운 규제를 구성한다. 기술 발전 흐름에 따라 인간을 능가할 AI가 새로운 지혜를 뜻한다.
딜로이트그룹에 따르면 가상 거울 세계의 모든 것이 현실을 복제해 구현되고 완전한 가상세계의 가치도 현실세계와 상호작용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현실세계는 메타버스 비전 실현에 필수 요소다. 현실과 얼마나 긴밀하게 융합되고 상호작용하느냐가 앞으로 경쟁할 여러 메타버스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궁극적인 메타버스는 10가지 현실 구성요소가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들며 상호작용할 전망이다.
캔디스 체 골드만삭스자산운용(GSAM) 전략적자문솔루션 글로벌 총괄은 지난 25일 공식 블로그에 쓴 '메타버스 속으로(into the metaverse)'라는 글에 "디지털 경제가 가상세계로 전환함에 따라 메타버스는 향후 20년 동안 8조 달러(약 1경744조원) 시장으로 진화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메타버스에 투자하는 선두 기업은 양방향 가상세계 참여를 촉진해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오는 2024년까지 메타버스가 여러 산업에 걸쳐 다양한 수익원을 보유한 8000억 달러 규모 시장으로 성장한다고 예측하고 미국 시장조사업체 프리시전스리서치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50.74% 증가해 1조6071억 달러에 달한다고 전망한다. 가트너에 따르면 2026년까지 전 세계 인류 25%가 매일 1시간 이상 메타버스에서 업무, 소비, 교육, 사회교류와 여가 등 일상생활을 하게 된다.
"빅테크 기업들이 플랫폼 제작자, 커뮤니티 소유자 역할 차지"
딜로이트그룹이 제시한 메타버스 산업 프레임워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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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그룹은 현재 메타버스 산업에 뛰어든 참여자를 인터넷 기업, 하드웨어 제조사,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신생 기업, 네 집단으로 나누고 이들이 각자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협업과 경쟁 관계를 형성해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이 영역의 생태계 구축과 산업 발전 과정에 나타날 위험요소에 대비하고 적극적인 학습과 시장 선점, 디지털 신기술 활용, 생태계 구축 등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메타, 알파벳(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은 거대 사용자 기반과 자체 메타버스 구현 기술, 응용 시나리오를 보유한 인터넷 기업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제작자, 커뮤니티 소유자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메타버스 인프라와 기술 플랫폼 기반이 될 AI, 고성능컴퓨팅(HPC) 하드웨어 시장을 선점했고 작년 하반기 선보인 메타버스 구축 지원 플랫폼 '옴니버스'로 외부 디지털 콘텐츠 창작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마이크로소프트는 메타버스 산업 4대 계층(접속·응용·기술플랫폼·기술인프라) 전반에 걸친 사업 계획을 세우고 기업용 메타버스 응용 계층 시나리오에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 중심 사업에 주력하면서 향후 기업용 시장으로 확장에 나설 인터넷 기업과 응용 계층에서 경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신생 기업은 기성 기업보다 전문 분야 경험과 선점자 우위를 누리고 있는 업체들이다. 게임·커뮤니티 분야에 로블록스, 디센트럴랜드, 샌드박스가 있고 NFT 분야에 오픈시(OpenSea)가 있다. 이들은 인터넷 기업에 특정 메타버스 시나리오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텐센트가 로블록스에 투자하고 바이트댄스가 가상현실(VR) 업체 피코를 인수하고 메타가 VR기기 제조사 오큘러스를 인수한 것이 그런 사례다.
국내 전통 산업 분야 대기업과 포털·게임사도 메타버스 시장 선점 레이스에 돌입했다. 컴퓨터그래픽(CG)·시각특수효과(VFX) 기술과 문자·사진·음성·영상을 처리하는 인공지능(AI)이 결합한 '가상인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커뮤니티, 블록체인 기반 NFT, 게임·콘텐츠 지식재산권(IP) 등 분야에 걸쳐 미래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투자와 파트너 제휴 움직임이 활발하다.
2030년까지 블루오션 이후 메타버스 '과점 시대' 20년 이어져
메타버스 발전 단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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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발전 과정은 △메타버스 기초 기술이 등장한 '원시사회(2020년까지)' △초기 형태를 갖춘 메타버스가 블루오션 상태를 유지하는 '농경 시대(2030년까지)' △소수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는 '과점 시대(2050년까지)' △사람들이 현실과 가상세계에서 보내는 시간이 비슷해지는 '가상과 현실의 공생 시대(2070년까지)' △인간의 통제와 가상인간의 지혜가 경쟁하는 '통제권 경쟁 시대(2071년 이후)' 등 다섯 단계로 나뉜다.
딜로이트그룹에 따르면 메타버스 분야에서 대기업 독과점 외에도 가상세계 가치에 대한 투기를 비롯해 현실세계 경제와 사회 발전을 무너뜨리는 경제 분야 위험과 가상세계 속 IP 소유·분배·관리 허점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사람들이 가상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는 중독 현상이 심화하고 개인정보, 상호작용이 기존 인터넷보다 훨씬 많이 기록, 통합돼 '개인정보 침해'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딜로이트그룹은 메타버스 산업에 수반하는 위험을 감안한 기업 사업 전략으로 '신기술 주도 사회 변화'에 대한 전체 실상을 파악하라고 조언했다. 또 "메타버스 개념은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자본시장, 기업, 개인에게 흡수되고 있는데 이는 기회가 열려 있는 시간이 짧다는 의미이고 따라서 선점자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빠르게 움직여 가시적 성과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메타버스의 특징인 '몰입형 경험'은 마케팅과 소비자 상호작용에 적합하다. 산업 연구개발(R&D)과 제조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과 3D 시뮬레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AI 알고리즘은 이미 널리 사용된다. 이처럼 메타버스 비전에 필요한 모든 기술은 이미 존재하고 다양한 영역에 도입되는 추세다. 따라서 메타버스를 종합적 디지털 전환, 스마트 업그레이드의 일부로 간주해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업은 메타버스 사업 개발을 위해 기존 보유 역량에 맞는 가치사슬을 포착해야 한다. NFT 시장을 예로 들면 '인프라' 계층에 블록체인과 NFT 전문성, '생산' 계층에 창의적 자원, '유통' 계층에 플랫폼, '파생상품' 계층에 산업 응용 사례가 필요하다. 기술이 점차 정교해지고 응용 시나리오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기업은 핵심 경쟁 우위 중심으로 생태계를 만들어 고객에게 통합적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메타버스 실현을 위한 핵심 기술 분야로 △혼합현실(XR) 기반 실감형 기기, 홀로그램 영상,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등 몰입형 경험을 뒷받침하는 '접속' △3D 엔진, 실시간 렌더링, 디지털 트윈, 공간 컴퓨팅 등 고도의 시뮬레이션을 지원하는 '상호작용 ' △게임 엔진, 3D 모델링, 실시간 렌더링, 타임스탬프 등 가상 사물과 공간을 창조하는 '디지털 콘텐츠' △블록체인, 타임스탬프 등 탈중앙화·고유성을 실현하는 '규칙·신원증명' △5G·6G,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에지 컴퓨팅 등 정보 처리와 실시간 전송을 지원하는 '대규모화(large-scale)' 등이 꼽힌다.
각 분야마다 발전을 위해 극복해야 할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XR 기술은 고품질 콘텐츠가 부족하다. 블록체인은 실제 도입 단계에 와 있지만 메타버스에 쓰일 만큼 기술 수준이 높지 않고 규제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범용화 단계 직전 단계에 있는 IoT는 높은 비용, 보안 문제가 걸림돌이다. 대규모화 분야에선 6G 전환 초기 단계인 무선 통신망이나 AI, 에지 컴퓨팅, 양자 컴퓨팅 수준 발전 과제도 남아 있다.
메타버스 시나리오와 특징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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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임민철 기자 imc@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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