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후보자 정견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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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 전당대회에서 압승을 거둔 이재명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받아안았다. 이 대표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무사히 넘기고, 팬덤정치 논란을 딛고 당심과 민심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 169석의 거대 야당 수장으로서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고 민생 개혁을 이끌면서, 당내 통합을 이루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이 대표는 이날 대표 수락 연설에서 “합리적 견제와 협력, 실용적 민생 개혁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국민의 절망과 분노가 정부·여당을 넘어 우리 민주당으로 향할 것을 잘 안다”며 “민주당에 부여된 이 막중한 책임을 분명하게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사법 리스크
이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내내 사법 리스크 논란에 휩싸였다. 배우자 김혜경씨는 지난 23일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성남 FC 후원금,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수사도 받고 있다. 비이재명계(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 개인의 리스크가 당 전체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의 정치 보복성 수사에 대한 ‘내부 총질’이라고 맞섰다.
사법 리스크 논쟁은 당헌 80조 개정 논란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이틀 앞둔 지난 26일 중앙위원회에서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정지 구제 절차를 완화하도록 당헌 80조를 개정했다. 이 대표가 기소돼도 대표직을 유지하기 위한 ‘방탄 개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표는 “검찰의 야당 탄압 통로가 된다”며 당헌 80조 개정에 힘을 실었고, 비명계 의원들은 당헌 개정이 또다른 내로남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팬덤정치
이 대표는 팬덤정치 논란에 대한 정면 돌파를 시사했다. 3·9 대선과 6·1 지방선거 연패 이후 당내에서 ‘민심과 당심의 괴리를 극복하자’는 자성이 나왔다. 이 대표는 “민심과 여심(여의도 정치인 마음)의 괴리를 극복해야 한다”고 되받았다. 여의도 정치인들을 당심·민심의 대척점에 둔 것이다.
이 대표는 ‘당원이 주인인 민주당’을 당 개혁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 과정에서 설화에 휩싸였다. ‘의원 욕하는 온라인 플랫폼’ 신설을 제안하고, 장관 탄핵소추 여부를 당원 투표로 정하자고 시사했다. 그는 지난 15일 전남 순천대 토크콘서트에서 “(당원들이) ‘특검을 할까요’ ‘탄핵을 할까요’에 대해 투표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하면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외연 확장보다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선명한 야당 전략’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권리당원 전원투표 우선제’ 도입을 추진한다면 내홍이 불거질 수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MBC 주최 마지막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당원 투표는 많이 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윤영찬 의원은 지난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권리당원 전원투표로 결정된 결과가 만일 잘못되면 그 후과를 누가 책임지겠나”라며 “영국 보수파가 선동해서 밀어붙였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국민 투표 끝에 통과됐지만, 잘못된 결정이었고 그 누구도 후속 조치를 하지 않으며 영국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정부 견제·당내 통합
169석의 거대 야당의 수장이 된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고 민생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는 민생 개혁 경쟁보다는 윤석열 정부·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강 대 강 대치를 조장한다. 일부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 견제를 위해 ‘김건희 여사 특검’을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여야 모두 ‘사법 리스크 블랙홀’에 빠질 우려도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특검은 이 의원과 부인 김혜경씨 수사를 물타기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 여부도 이 대표 체제의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강경 당원들은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정치’를 견제하기 위해 두 장관 탄핵소추를 주장한다. 탄핵소추 추진 여부를 당원 투표에 부친다면 찬성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지만, 당은 여론의 역풍을 맞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커진 당내 갈등을 추스르고 2024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할 책임도 안았다. 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에 비명계 인사들을 중용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비서실장으로 친명계 천준호 의원(초선·서울강북갑)을 임명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자신과 의견이 다른 세력들을 포용한다면 당이 안정되겠지만, 강성 지지자들만 보고 간다면 이 대표 곁에 (강성 의원 모임) 처럼회,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 대표 지지자)만 남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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