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 2019년 예고편서 대만기·일장기 지웠다가 다시 살려
"중국-할리우드 관계, 미중관계 악화되면서 멀어져"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 전광판에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탑건: 매버릭' 홍보 영상이 나타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탑건: 매버릭'은 이날 오후 실시간 예매율 61%대로 관객수 25만 여명을 기록 중이다. 2022.6.2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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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영화 '탑건: 매버릭'은 중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예고편과 포스터에서 주연배우 톰 크루즈의 재킷에서 대만기와 일장기를 한때 제거했다.
하지만 미중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영화가 중국에 영합하려 한다"는 여론의 비난 속에 중국 텐센트가 투자를 철회하자, 개봉 시 대만기와 일장기를 다시 부활시켰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문화 평론가를 인용, 한때 꽃피웠던 중국과 할리우드의 관계가 이제 양측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레드 카펫: 할리우드, 중국 그리고 문화패권의 글로벌 투쟁'의 저자 에리히 슈바르첼은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탑건1과 탑건2 사이에 일어난 일로 우리는 중국과 할리우드의 관계에 무슨일이 생겼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1986년에 개봉한 탑건 1편에서 크루즈는 미국 성조기와 유엔기, 일본기, 대만기가 함께 그려진 점퍼를 입고 등장했고, 속편에서도 같은 옷을 입고 나왔다.
이후 2019년 탑건 속편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크루즈는 대만기가 아닌 다른 가상의 깃발이 그려진 재킷을 입고 나왔다. 일장기도 다른 깃발로 대체됐다. 이 때문에 미국 팬들과 영화 평론가들, 정치인들 사이에선 제작사인 파라마운트가 중국 대중에 영합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파라마운트 측은 이런 비판을 수용한 듯 대만기를 다시 살려냈다.
그리고 '탑건: 매버릭'은 전 세계에서 13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올해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영화가 됐다. SCMP는 이 영화의 역대급 흥행 성적이 할리우드가 중국 시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슈바르첼은 2019년 이후 지난 3년간 많은 게 변했다면서 "중국 검열관들의 기준을 맞추는 것보다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미국의 더 큰 정치적 책임이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검열관들은 지난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포함한 많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상영을 막았다.
슈바르첼은 그 당시 파라마운트는 중국이 '탑건: 매버릭' 같은 영화의 개봉을 허락하지 않으려 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 같다면서 중국 대기업 텐센트가 해당 영화가 담은 친미 메시지 때문에 투자를 철회한 것도 의미심장하다고 설명했다.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20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호텔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영화 ‘탑건: 매버릭’ 기자 간담회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탑건: 매버릭’은교관으로 컴백한 최고의 파일럿 매버릭(톰 크루즈 분)과 함께 생사를 넘나드는 미션에 투입되는 새로운 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항공 액션 블록버스터이다. 2022.6.20/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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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중 관계가 실질적으로 악화되기 시작하자 텐센트 경영진도 거리를 두고 싶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그들은 매우 조용히 (투자를) 그만뒀고 영화가 잘 된 만큼 상당한 수익을 잃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이 할리우드 영화에 자금을 대려고 서두르는 건 이제 옛일이 될 수 있다고 슈바르첼은 지적했다.
슈바르첼은 "나는 그런 시대가 끝났다고 본다"며 "막후에서도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중국의 자금 지원이 보이지 않으며 앞으로도 생길 것 같지 않다. 알리바바가 파라마운트와 계약을 체결하던 시절에서 벌써 멀리 떠나온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소유주인 알리바바그룹은 과거 '미션 임파서블'과 '스타트렉 비욘드' 등과 같은 할리우드 영화에 자금을 댔었다.
슈바르첼은 "2015년과 2016년쯤에는 많은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중국에 가서 중국 제작자들에게 할리우드식 영화 제작법을 가르치기 위해 고용되곤 했는데, 그런 순간은 이제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중국 박스오피스를 보면, 더 이상 서양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게 꽤 분명해졌다. 중국 영화인들도 그런 교훈들을 많이 흡수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자국 공군의 홍보성 영화 '하늘의 왕'(長空之王)을 연내 개봉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최첨단 스텔스기 개발 과정과 중국 공군 파일럿들의 이야기가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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