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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전국 '코로나19' 현황

“격리 중 의식 두번 잃어”···코로나 확진 걸리면 생사 오가는 희귀질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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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 장영환씨가 코로나19 격리 기간 동안 아내를 통해 처방 받아온 진통제. 장영환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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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환씨(48)는 지난 2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부산 사상구 자택에서 격리돼 생활하다 두 차례 기절했다. 특정 신체부위에 심각한 고통을 느끼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인 그는 지난 24일 병원에서 척추 신경마취술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확진돼 병원에 가지 못했고, 그 사이 통증이 심해졌다. 장씨는 26일 “손을 바늘로 찌르는듯한 통증이 느껴지는 데다 폐가 쪼그라드는 느낌을 받았다. 참담하다”고 했다. 격주마다 병원에 가던 장씨는 격리기간 동안에는 비대면 진료 후 아내가 대신 받아온 진통제를 삼키며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코로나19가 풍토병화하고 있으나 희귀질환 환자들은 여전히 확진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일정 주기로 병원에 들러 통증 치료를 받고 진통제를 처방받아야 하는데, 코로나19에 확진돼 격리된 동안에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열이 있다는 이유로 병원 출입이 금지돼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CRPS 환자이다. 조재희씨(30)는 배에 심은 약물주입펌프 리필, 전기 자극으로 척수를 자극해 통증을 완화하는 척수 자극기 점검, 진통제 처방 등을 위해 월 3회 상급 종합병원에 가야 한다. 조씨는 재작년 통증이 심해 병원에 갔지만 들어가지 못했다. 체온이 37도가 넘었기 때문이다. 병원은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결과 증명서를 요구했다. 이에 당일 아침 PCR 검사를 받은 조씨는 같은 날 저녁 통증이 심해져 응급실로 실려갔다. 다행히 그 사이 PCR 검사 결과가 나와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조씨는 지난 2년간 이런 일을 3차례 겪었다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신경손상이 없는 CRPS 1형 환자는 5810명, 신경손상이 있는 2형 환자는 356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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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 조재희씨가 통증을 덜기 위해 사용하는 척수자극기 리모컨. 조재희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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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항체를 만드는 세포가 혈액암으로 변하는 다발성골수종 환자 정모씨(65)도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외출을 주 1~2회만 하고 있다. 주 2회 병원에 가 통증주사를 맞고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코로나19에 걸리면 둘 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씨의 남편 백민환씨(62)는 “아내에게 바이러스를 옮길까 아직도 사람 많은 곳에서 마스크 2개를 끼고 다닌다”며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이 확진되면 사망밖에 길이 없다”고 말했다.

최종범 아주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희귀질환자들이 복용하는 진통제는 대부분 마약성이라 비대면 처방을 장담하는 원칙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약물주입펌프를 리필하기 위해서는 첨단 전자장비를 사용해야 해 환자들이 병원에 와야 하며, 이 시술을 할 수 있는 병원도 국내에서 손에 꼽힌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몇몇 상급 종합병원이 입원 중인 CRPS 환자를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이유로 퇴원시킨 사례를 두 번 들었다고 했다.

희귀질환 환자들은 코로나19 확진자도 진통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별도 의료공간이나 비대면으로 진통제를 보다 수월하게 처방받을 수 있는 의료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한통증학회는 ‘COVID-19 세계적 유행 상황에서 통증환자 관리를 위한 일반 지침’에서 “통증치료를 위한 시술을 진행할 때 의료진이 N95나 KF94마스크, 눈 보호장비, 장갑 등을 착용하되, 심한 통증이 있거나 암성 통증이 있을 경우에는 치료를 위한 시술을 미루지 않는다”는 규정을 지난해 1월 발표한 바 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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