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연초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으로 채권 금리 또한 상승하면서 투자 매력이 높아진 영향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개인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에도 많은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증권사들은 이에 맞춰 매달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을 만들어 판매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앞으로도 채권을 향한 개인의 러브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만큼 채권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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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채권 순매수 벌써 10조 넘어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연초부터 지난 24일까지 장외 채권시장에서 10조4713억원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채권 순매수 금액인 4조5675억원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지난 2020년과 2019년 각각 3조8000억원, 3조7523억원을 매수한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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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개인의 채권 투자가 급증한 배경으로는 채권금리가 상승하면서 투자 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채권 종류별로 보면 개인은 회사채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순매수 규모만 4조7227억원에 이른다. 신용도 높은 'AA-' 등급 회사채 금리가 상승한 영향이다. 기존 AA- 등급 회사채는 안정성은 높지만 금리가 낮아 투자 선호도 역시 낮았다. 실제 AA-등급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초 2.46%에서 지난 24일 4.30%로 1.84%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020~2021년 순매도세를 보였던 특수채에 대해서도 올해는 6535억원의 순매수세로 돌아섰다. 올해 한국전력공사가 자금난 해소를 위해 높은 금리의 회사채를 발행했기 때문이다. 한전채의 신용등급은 'AAA'로 가장 높은 수준의 신용도를 가지는데, 지난 22일 3년 만기 채권 표면금리가 4.250%에 달했다.
여전채 등 기타금융채의 순매수 금액이 많이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기타금융채 순매수 규모는 5000억원을 밑도는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8월까지 3조2346억원이나 사들였다.
특히 지난 7월부터 지난 24일까지의 순매수 규모가 2조1230억원으로, 최근 순매수 금액이 급격히 늘어나는 모습이다. 지난 24일 기준 'AA+' 등급 여전채 3년물 금리는 4.51%로 연초 2.42% 대비 2.09%포인트 상승했다.
투자자들의 채권 투자가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은 월지급식 채권 등 투자자들의 입맛을 돋우는 상품 판매에 나섰다. 지난달 'AA' 등급 만기 1~3년 월지급식 여전채 1000억원을 준비한 삼성증권은 이를 완판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24일부터 롯데캐피탈(AA-)·엠캐피탈(A-)·오케이캐피탈(A-) 등 800억원 규모의 월지급식 여전채 매각을 시작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3월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매수 주체는 단연 개인으로, 타 주체들과 비교될 정도로 폭발적인 잔고 증가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한전채가 불을 지핀 가운데 지난 6월까지는 익숙한 회사채 매수가 주요 대상이었다면 7월부터는 여전채가 주인공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채권가격 변동 몰라…만기 이자만 본다
개인들의 채권 순매수 규모가 늘어나는 와중에 기존에 채권을 투자한 투자자들로선 다소 불편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2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종전 연 2.25%에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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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새로 발행되는 채권의 표면금리가 기존 채권보다 높아 채권 가치가 하락한다.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하지 않고 매도 차익을 추구하려는 투자자라면 연이은 금리 인상이 달갑지 않은 노릇이다.
이날부터 시작되는 잭슨홀 미팅과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주요 이벤트도 채권금리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투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채권 가치가 변하더라도 만기까지 보유해 이자수익을 얻으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정대호 KB증권 연구원은 "개인의 경우 정기예금 가입하듯 채권을 만기 보유함에 따라 단기 금리 변동에 크게 좌우되지 않고 강한 매수호가를 당분간 지속할 모멘텀이 있다"고 말했다.
새롭게 채권 투자에 뛰어들려는 투자자들의 경우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진입하기 더 좋은 상황이 됐다. 발행되는 채권금리가 더 높은 수준으로 책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5일 금통위 이후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531%로 0.22%포인트 상승했다.
정혜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신규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나쁠 게 없고 채권금리 수준만 보고 들어오는 경우 오히려 긍정적인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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