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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 우크라 침공 반년…수만명 죽었어도 출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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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군인 전사자 눈덩이…민간인 사상자도 1만명 넘어

우크라 국토·경제 타격 심각해 복구에만 1000조원 필요

유럽 가스 가격 1년 새 10배 폭등…종전 협상은 미궁에

경향신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21일(현지시간) 전리품인 러시아 탱크가 전시되자 시민들이 탱크 위에 올라타거나 사진을 찍고 있다. 키이우 |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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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24일(현지시간) 반년째를 맞았다. 우크라이나에선 그간 수만명에 달하는 군인과 민간인이 사망했고, 주요 도시들이 초토화돼 복구에만 1000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간이 갈수록 피해는 불어나고 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 양측 병력 피해만 수만명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지난 22일 전쟁 사망자 유족들을 위로하는 포럼에서 어린이 보호를 강조하며 “그들의 아버지는 최전선에 갔고 그중 일부는 지금까지 숨진 영웅 9000명 중 한 명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전사자 현황을 공식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었으나, 국제사회는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발언에 주목했다. 우크라이나가 자국군의 전사자 규모를 밝힌 것은 지난 4월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4월 전쟁 2개월여 만에 우크라이나 군인 3000명이 숨지고 1만명이 다쳤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뒤 4개월간 우크라이나군의 피해는 3배로 늘어난 셈이다.

다만 이 같은 수치는 우크라이나의 자체적인 판단이며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피해 규모가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친러시아 성향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대변인은 지난 8일 우크라이나군 사상자가 19만3000명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 피해도 크게 늘었다. 러시아 측은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날 러시아군 전사자가 4만5400여명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판단하는 러시아군 사망자는 이보다 적은 2만여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 국제사회로 확산되는 여파

전쟁에 따른 민간인 피해도 막대하다. 유엔 인권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집계된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상자는 1만3477명이었으며 이 중 사망자는 5587명으로 추산됐다. 전장에 접근하기 힘든 상황이라 정확한 집계가 어려운 만큼 실제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측은 앞서 마리우폴에서만 2만명이 넘는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국토도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봤다. 영토의 22%가 러시아에 점령됐으며, 다수의 도시가 러시아군의 로켓 공격 등에 크고 작은 피해를 당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초토화된 경제 복구를 위해 7500억달러(약 1005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쟁의 여파는 현재 우크라이나를 넘어 유럽과 전 세계로 확산된 상태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제재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난항으로 세계적인 에너지와 식량 위기를 부른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수정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2%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제한은 유럽 경제에 치명타를 입혔다.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은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통해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의 공급을 단계적으로 줄여왔으며,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22일 네덜란드 에너지 선물시장에서 다음달 인도분 가스선물 가격은 295유로까지 치솟았다. 1년 전(26유로)에 비해 10배 이상 뛴 가격이다.

■ 종전 협상 난망…교전 확대 우려

인적·경제적 피해가 누적되고 있으나 전쟁이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겐나디 가틸로프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하면서 현재 양국의 외교적 접촉 가능성은 보이지 않으며, 갈등이 계속될수록 외교적 해결은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러시아와 협상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치명적인 결말을 제공하는 ‘러시안룰렛’ 게임과 같다”며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러시아군의 완전 철수를 강조했다.

러시아가 개전 6개월이 되는 날이자 우크라이나의 31주년 독립기념일인 24일을 전후해 전세를 뒤집기 위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대국민 연설에서 이 같은 우려를 전달했으며 독립기념일 행사도 전면 금지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이날 로이터통신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 인프라와 정부 시설을 요 며칠 내로 공격하기 위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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