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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대기업 광고도 받아요" 수익화 본격화 나선 당근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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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억원.

이제는 ‘국민 앱’으로 떠오른 ‘당근마켓’의 지난해 영업손실이다. 최근 회원 수 3000만명을 돌파하며 승승장구 중인 외형과 달리 적자폭은 커지는 중이다. 같은 기간 매출(257억원)도 크지 않다. 3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더 초라하게 느껴진다.

따져보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김용현·김재현 당근마켓 공동 대표(44·43)는 2015년 창업 당시부터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에 방점을 찍었다. 당근마켓 ‘중고 거래’ 연간 거래액은 2조원에 육박하지만 수익은 ‘제로’다. ‘수수료 0원 정책’을 고수 중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달라졌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로부터 광고비를 받는 계정인 ‘브랜드 프로필’을 새롭게 론칭하는 등 ‘수익성’ 논란에 본격 대응하는 모습이다. 직접 장기 출장까지 강행하며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서는 등 ‘수익 모델 찾기’에 분주한 당근마켓 두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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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재사용 추구…태생부터 ESG

▷직원에 150억원 규모 주식 증여도

김용현·김재현 두 대표는 “형제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 이름이 비슷할 뿐 아니라 스타트업 업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공동 창업’이기 때문이다. 둘은 혈연관계는 아니다. 하지만 IT 업계에서,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국내 양대 IT 기업에서 일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용현 대표는 네이버 서비스전략팀을 거쳐 카카오 게임 플랫폼 팀장과 카카오플레이스 TF장을 역임했다. 김재현 대표는 네이버에 개발자로 입사해 검색 관리 시스템을 담당했다. 이후 모바일 앱 개발사인 씽크리얼즈를 창업했는데, 2012년 카카오와 인수합병하며 김용현 대표와 함께 일하게 됐다. 이들은 2015년 카카오에서 나와 당근마켓을 공동 창업했다.

공통점은 또 있다. 당장 돈을 벌기보다는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를 우선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태생부터 ESG를 추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요 서비스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원 재사용을 추구하는 ‘중고 거래’는 물론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이웃끼리 유용한 지역 정보나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동네생활’, 인테리어·카페·헤어숍·용달·이사 등 동네 다양한 가게 정보를 모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내 근처’ 등 대표 서비스 대부분 무료로 제공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역 활성화 효과는 더 크다. 이용자는 중고 거래뿐 아니라 피아노 레슨, 요리 교실 등 서로 재능을 나누기도 한다. 동네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을 실시간 연결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사정이 어려운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나눔하거나, 어릴 적부터 기타를 배우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포기했던 할머니에게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통기타를 나눔한 사연 등 지역사회 내 미담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근마켓 구성원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두 대표의 진심을 알 수 있는 사례가 있다. 올해 5월, 개인이 보유한 당근마켓 주식 150억원어치를 임직원에게 지급한 것. 올해 3월 열린 당근마켓 정기 주주총회 자리에 정작 회사를 이끌어가는 내부 구성원이 없다는 점을 깨달은 두 대표의 ‘통 큰 결단’이다.

매경이코노미

▶김용현 ‘해외’ 김재현 ‘국내’ 집중

▷캐나다, 당근 사용자 年 20배 ‘껑충’

창업 초기 두 대표의 역할 분담은 자연스레 이뤄졌다. 둘 모두 CEO이긴 하지만 김용현 대표는 실질적인 최고운영책임자 (COO)의 역할을, 2002년부터 개발자로 일해온 김재현 대표는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 현재 김용현 대표는 글로벌 사업에, 김재현 대표는 국내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2019년 당근마켓이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당근마켓은 현재 캐나다·미국·일본 등 4개국 440개가 넘는 지역에서 당근마켓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현재 김용현 대표는 글로벌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캐나다 토론토에서 장기 출장 중이다. 대표가 직접 캐나다에 머물면서 현지 지역 문화와 이용자 반응을 살피고, 서비스 현지화에 나서겠다는 생각에서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당근마켓은 지난해 캐나다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이후 오픈 1년 만에 월간 이용자 수(MAU)가 20배 증가할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자랑한다.

▶적자 탈출 나선 당근마켓

▷프랜차이즈 광고 ‘브랜드 프로필’ 론칭

승승장구 중인 당근마켓에도 골칫거리는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마땅한 수익 모델이 없다’는 사실이다. 주력인 중고 거래에서 수익이 없는 데다, 동네 가게에서 운영하는 로컬 마케팅 채널인 비즈프로필 역시 별도의 금액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수익 사업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이용자나 소상공인에게 부담을 지우기보다는 기업으로부터 광고비를 늘리는 방향을 택했다. 올해 6월 선보인 새 서비스 ‘브랜드 프로필’은 지역 광고 효과를 얻고자 하는 프랜차이즈 기업을 겨냥했다. 당근마켓 비즈 프로필의 ‘기업용 계정’이라고 보면 쉽다.

브랜드 프로필은 당근마켓과 별도 제휴를 통해 운영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브랜드 프로필 기업 계정 하나로 전국 모든 지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혜택과 정보를 당근마켓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첫 브랜드 프로필 고객은 ‘배스킨라빈스’다. 프랜차이즈 기업이 내는 금액을 밝혀지지 않았지만, 입점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당근마켓 수익성은 개선될 전망이다.

돈이 될 만한 국내 사업 영역 역시 계속해서 발굴하고 있다. 올해 2월 선보인 간편 결제 ‘당근페이’가 대표적이다. 현금을 준비하거나 별도 앱 없이 당근마켓 채팅창에서 간편하게 돈을 주고받는 시스템이다. 당근페이 가입자 수는 지난달 기준 서비스 초기인 2월 말과 비교해 6배 증가했다. 당근페이를 활용한 중고 거래 수수료는 무료다. 하지만 향후 다른 온·오프라인 커머스로까지 사용처가 넓어질 경우 당근마켓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다.

커뮤니티 서비스도 다각화해나가고 있다. 지역 기반 구인구직 서비스인 ‘당근알바’를 비롯해 지도 서비스 ‘당근지도’도 최근 선보였다. 다른 스타트업과 협업도 활발하다. 세탁 서비스 ‘세탁특공대’, 청소 서비스 ‘청소연구소’, 취향 기반 모임 서비스 ‘남의집’ 등 각종 생활 편의 서비스가 당근마켓과 서비스 연동을 진행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부동산·중고차 직거래처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면서도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고도화 중이다. 수익 모델 개선을 통해 이용자 혜택은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3호 (2022.08.24~2022.08.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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