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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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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보전본부 평가 기준 돌연 변경…전북도의회 "공정성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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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기준 신설에 배점 축소, 해수부 "특정 지역 안배 아냐"

연합뉴스

고창 갯벌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갯벌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 건립지 공모 평가 기준이 갑작스레 변경돼 특정 지역을 배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다소 모호한 기준이 신설된 데다 특정 항목의 배점마저 바뀌어 기존 평가 지표에 맞춰 공모를 준비한 지자체의 반발이 거세다.

19일 전북도의회 등에 따르면 해수부는 지난달 11일 320억원 규모의 갯벌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 건립지 공모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해수부는 사업을 희망하는 지자체 관계자 등에게 평가 기준표를 배포했다.

도내에서는 고창군이, 전남도에서는 신안군이, 충남도에서는 서천군이 각각 공모에 뛰어들 채비를 마쳐 이들 지자체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그런데 지난 16일 해수부가 발표한 공모계획에서는 설명회와 다른 평가표가 제시됐다.

수정된 항목은 크게 두 가지로, 먼저 '세계자연유산 등재 노력 및 기여도'라는 항목이 신설됐다.

지난해 7월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데 대한 지역 공헌을 따져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아무래도 노력이라는 게 정량적으로 측정하기는 어려운 부분이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또 당초 5만㎡ 이상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자격 조건은 연면적 1만㎡ 이상의 건축물 건립이 가능한 규모의 부지를 확보하는 것으로 완화됐다.

이 항목의 배점은 100점 만점 중 10점이었으나 이번 발표에서는 5점으로 줄었다.

전북도의회는 이번 해수부의 결정이 공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해쳤다며 공식 입장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도의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당초 해수부는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26일까지 공모를 접수하고 평가를 통해 10월 적합지를 선정하려 했다"며 "그런데 이때부터 전남도에서는 '한국의 갯벌'의 많은 부분을 전남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공모를 취소하고 사업을 신안에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남도는) '공모 취소'라는 궤변이 통하지 않자 자신들에게 불리한 평가표를 수정해달라며 또 다른 꼼수를 부렸다"며 "이러한 탓인지 해수부는 공모 통보를 계속 미뤘고 당초 발표했던 평가표를 전격적으로 수정했다"고 주장했다.

도의회는 "국책사업 공모는 정부가 사업을 일방적으로 지정하지 않고 자치단체 간 경쟁을 유도해 더 나은 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제도"라면서 "공정하고 합리적 판단으로 건립 최적지를 판단해야 할 해수부는 이번 공모가 지역 간 갈등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평가지표 변경에 대해) 조속히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사전 설명회 때 참석한 지자체에 '항목과 배점 등은 평가위원회 의견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내용을 분명히 전달했었다"며 "특정 지역을 안배하기 위해 기준을 변경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가위원들은 특정 지역과 무관한 인사들로 선정했으며, 공정하고 투명하게 공모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사업에 선정된 지자체 외에 공모에 참여한 지자체에도 방문자 센터를 짓는 등 갯벌을 보존하기 위한 미래지향적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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