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 쓰는 기상청도 일기예보 틀려"
해명에 시간 많이 들어가자 고충 토로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대응 현황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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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며 만든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가 '일기예보'에 빗대 "코로나 예측치를 맞추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6차 대유행 정점 규모와 확진자 최다 발생 예측치가 계속 바뀐다는 지적에 "정부 예측치가 틀린 게 아니란 걸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며 고충을 토로한 것이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유행 예측 수리모델링과 관련해 "다음 주 (확진자 숫자가) 어떻게 될지는 가능할지 몰라도 4주가 넘어가는 중장기 예측은 정확하다고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19 대응에 너무 많은 변수가 작용하는 탓이라는 게 정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어떤 변수를 인위적으로 넣느냐에 따라 결과치는 달라진다"며 "미세한 정책 변화 때문에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3~9월 예측 자료를 보여주며 "많은 변수가 있어 맞추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실제 수치와 간극이) 굉장히 높다"고 덧붙였다.
"예측치 해명에 중요 업무 대응 시간 부족"
3~9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예측 및 실제 발생 비교. 질병관리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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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위원장은 최근 폭우 예측이 다소 빗나간 점을 사례로 들어 비교했다. 그는 "지난번 폭우도 아주 정확하게 예측은 못 했다"며 "구름과 바람과 하늘이 만들어내는 현상도 예측을 못 하는데, 사람이란 큰 변수가 들어가는 코로나를 정확하게 맞추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상청이 어마어마한 조직의 슈퍼컴퓨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기예보가 잘 안 맞을 때가 많다"며 "그렇지만 우리는 일기예보를 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정 위원장이 이날 작심 발언을 한 건 예측치 설명에 인력·시간 낭비가 심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역 대응 인력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라 방역 업무 우선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고 우려한 셈이다. 그는 "이 숫자를 보고 '맞았네', '틀렸네' 얘기하는 건 쉽고 흥미롭다"면서 "언론에서 숫자에 집중하니 틀리지 않았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 한정된 인력으로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민관 연구기관 수리 모델링으로 혼선 생겨"
지난달 11일 백경란(왼쪽) 질병관리청장과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이 서울 서대문구 질병관리청 수도권 질병대응센터에서 열린 자문위 1차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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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치는 단순한 '참고자료'로만 봐달라고 호소했다. 정 위원장은 "그럼에도 모델링을 계속하는 건 이 자료를 근거로 정책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연구기관에는 수리 모델링 발표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 위원장은 "너무 다양한 발표로 혼선이 있던 적이 있다"며 "앞으로는 질병청이 중심이 될 테니 혼선이 오는 걸 막아달라고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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