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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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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홍대 클럽' 화장실엔 혹시…몰카 찾던 경찰 "변기 틈 메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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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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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마포경찰서 경찰관이 적외선카메라로 홍대 번화가의 한 클럽 여자화장실 변기와 벽을 훑고 있다./사진=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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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홍대 번화가의 한 클럽. 마포경찰서 경찰관이 여자화장실 벽을 적외선카메라로 훑었다. 그가 찾는 건 몰래카메라(몰카). 대충 훑는 곳이 없었다. 손잡이, 휴지케이스 어디든 몰카가 있을 수 있다. 벽에 고정된 나사에도 몰카가 있을 수 있다. 요즘은 렌즈만 숨기면 사진은 무선으로 전송받을 수 있다고 한다.

만일 적외선카메라 화면에 흰 점이 나타나면 전자기기가 있는지 전자파를 탐지한다. 흰 점을 못 찾아도 무선카메라가 없는지 와이파이 탐지를 추가로 한다. 경찰관은 남자화장실과 여자화장실을 20분가량 훑었다. 몰카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관은 클럽 업주를 불러 여자화장실 한 변기에 깨진 틈을 메우라고 했다. 틈은 눈꼽만했지만 요즘은 초소형 카메라가 발달해 틈이 좁아도 충분히 설치할 수 있다고 한다.

이날 마포경찰서는 소방서, 구청과 홍대 번화가 일대 클럽 네곳을 찾아 '종합 안전 점검'을 했다. 내부 면적이 300㎡(약 90평) 이상이거나 112신고가 자주 접수된 클럽이 점검 대상이다. 지난 10일부터 6곳을 다녀왔고, 오는 19일까지 3곳을 더 다닐 계획이다.

점검은 오후 2시쯤 시작됐다. 경찰관과 소방관, 구청 관계자 20여명이 일제히 한 클럽에 들어갔다. 각자 맡은 역할이 있었다. 경찰은 범죄 위험이 높은지 점검했다. 가장 긴 시간을 쏟은 곳은 화장실이었다. 성범죄와 마약범죄 위험이 가장 큰 곳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남자화장실에 커튼을 달라고 권고했다. 클럽 화장실 앞 복도가 남자화장실을 지나야 여자화장실에 갈 수 있는 구조인데 남자화장실에 별다른 문이 없어서 안쪽 소변기가 보였기 때문이다.

경찰은 폐쇄회로TV(CCTV)가 물품보관함과 출입구를 비추는지도 점검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클럽은 CCTV 각도에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지금까지 점검한 일부 클럽은 CCTV가 출입구를 비추지 않아서 각도 수정을 권고했다"고 했다.

소방관은 화재 위험이 없는지 점검했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가 동행했다. 클럽 화재의 60%가량은 누전 때문에 난다고 한다. 소방 관계자는 천장에 줄로 매달린 LED(발광다이오드) 스크린 청소 상태를 지적했다. 스크린 윗면에 전선이 노출됐는데 휴지 뭉텅이 수십개가 버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클럽 업주는 술에 취한 손님들이 테라스에서 휴지를 던진다고 설명했다. 소방 관계자는 "누전 사고가 날 수 있다"며 "휴지를 치우고 손님들에게 주의를 줘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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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마포소방서 관계자와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홍대 번화가의 한 클럽 천장에 매달린 LED 스크린 청소 상태를 지적했다. 스크린 윗면에 전선이 노출됐는데 휴지 뭉텅이들이 버려졌기 때문이다. 클럽 화재 상당수는 누전 때문에 난다. 점검팀은 LED 스크린 위를 청소하고 손님들에게 휴지 버리지 말라고 당부할 것을 클럽 업주에게 요구했다./사진=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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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관계자는 안전시설이 갖춰졌는지 봤다. 마포구 조례에 따르면 클럽은 벽 따라 △5m마다 손전등과 소화기 △3m마다 방독면을 설치해야 한다. 비상구는 항상 열어두고 적치물이 없어야 한다. 정전되고 불이 났을 때 인명피해를 막으려는 취지다. 이날 점검 결과 위반 사항은 크게 없었다. 하지만 손전등 두개 배터리가 다 되어서 클럽 업주에게 교체를 지시했다.

마포구 경찰과 소방, 지자체가 이렇게 클럽을 합동 점검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합동점검 계획은 지난 5월 클럽 업주들과 민관 간담회에서 세워졌다. 경찰과 클럽의 '필요'가 맞아떨어졌다. 클럽 업주들은 사건·사고 걱정이 컸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홍대 일대 112 신고는 1~3월 7050건에서 7월 한달 1만1873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날 점검받은 클럽 업주도 "취객이 싸우거나, 물건을 잃거나 클럽 앞 잠들어서 경찰을 자주 부르게 된다"고 했다.

경찰은 범죄 예방과 수사에 클럽이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최근 클럽 내 마약범죄가 빈번하다. 지난달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 손님과 종업원이 마약 중독으로 사망했다. 경찰 내 '클럽 등 마약단속 전담팀'이 만들어질 정도로 경계심이 높아졌다. 경찰 관계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클럽 측 신고와 제보"라며 "이번 점검으로 마약범죄를 막을 클럽 측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마약,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즉시 경찰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용의자가 도망치거나 저항하면 맞서지 말고 인상착의와 도주 방향을 기억해 경찰관에게 알려달라고 했다.

또 화장실에 정체 모를 구멍이 있거나 몰카가 의심되면 112에 신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다중이용시설에 주기적으로 몰카 탐지를 다니기는 하지만 언제든 몰카 의심 신고를 하면 경찰관이 전문 탐지기를 갖고 출동할 것"이라 말했다.

경찰은 합동점검을 정기적으로 할지 소방, 구청과 검토할 계획이다. 합동점검을 하지 않더라도 각 기관이 개별 점검은 계속 시행할 방침이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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