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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점주 폭언 알려도 본사는 '미지근'…직장 내 갑질 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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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일하는 제빵기사가 가게 주인한테 여러 차례 폭언을 들었다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동안 녹음해 뒀던 내용을 본사에도 알려서 피해를 인정받긴 했는데, 처리 과정에서 또 한 번 고통을 겪었다고 합니다.

박찬범 기자가 취재한 내용 먼저 보시고, 구조적인 문제까지 더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6년 차 제빵기사 30대 여성 A 씨가 지난달 일 하다 들은 말입니다.

[점주 : 눈뜬 거 봐라, 어디 가서 너가 일해먹겠어? XX. 딱 눈뜬 게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지금]

폭언을 내뱉은 사람은 프랜차이즈 빵집의 50대 가맹점주입니다.

A 씨는 빵 생산 문제로 의견 차이가 생기자 폭언이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A 씨 : 사장님 가게면 말 마음대로 하셔도 돼요?]

[점주 : 아 시끄러워 시끄러워 듣기 싫어. 너 싸가지 없는 **가 듣기 싫어]

다른 점포에서도 일을 못하게 하겠다며 고압적인 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점주 : 점주가 오는데도 말이야 인상 팍 부리고, 어디 누가 니하고 일하고 싶겠어? 내가 전국 매장에 다 이야기 해서 말이야, 너 소문을 다 내놓을 거야]

옷 상의에 명찰이 없는 데도 가맹점주가 이름 확인을 하겠다며 얼굴을 들이미는 행동까지 했다고 합니다.

[점주 : 너 이름 뭐야, 이름 이름 대 봐, 이름 보자 이름.]

[A 씨 : 어디 보시는 거예요 지금. 여기 이름이 어딨어요.]

A 씨는 당일 대화를 녹음한 파일과 함께 소속 회사 피해 사실을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미온적 반응을 보였고, A 씨가 경찰에 피해 점주를 고소하겠다고 한 뒤에야 본사에 보고하는 등 대응에 나섰습니다.

A 씨는 제과점 본사의 자회사 직원이고, 점주는 이 자회사와 빵을 만드는 일에 대해 도급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입니다.

폭언을 한 사람이 고용주도 근로자도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 법이 규정한 즉각 조사나 분리 같은 조치 의무에서 회사 측이 벗어나 있는 겁니다.

제빵기사 회사 측은 피해 사실을 확인한 뒤 해당 매장에 제빵 인력을 14일간 공급하지 않는 조치를 했습니다.

A 씨는 경찰 신고와 조사 과정도 혼자 감당하고 있어 불안을 호소합니다.

[A 씨/피해 제빵기사 : (제빵 인력 공급 중단) 14일 조치를 해주고, 법적인 조치 부분이나 그런 부분은 기사님이 따로 알아서 해야 된다고….]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에도 허점이 있습니다.

매장이 점주 소유인 만큼 피해자인 제빵 기사가 근무지를 옮길 수밖에 없습니다.

가맹 계약 해지를 통해 피해 재발을 막을 수 있겠지만, 제빵기사 회사 측은 이번 사건은 법적 검토결과 계약 해지가 불가능해 시정요구와 경고 공문을 가맹점주에게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 영상편집 : 최혜영, CG : 장성범·엄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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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찬범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Q. 왜 이런 피해가…

[박찬범 기자 : 시민단체 <일과 건강>이 지난 6월, 한 프랜차이즈 빵집 노동자들 상대로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매장에서 이러한 폭언 들은 적 있냐 물었더니 약 18%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가해자는 누구냐고 물었더니 가맹점주가 43%로 가장 많았습니다. 도급인인 점주가 자신의 매장에 배정된 제빵 기사를 연 3회까지 교체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데요. 사실상 우월적인 지위가 있는 셈이라 제빵기사들은 피해를 입고도 그냥 참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회사에 신고만 하는 것 자체로는 별다른 기대를 할 수가 없다고 하는데요. 이야기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임종린/민주노총 화섬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 : 가맹점주들이 단순히 그런 계약 관계가 아니라 또 어떻게 보면 회사의 고객이기 때문에 그런 현장의 사건들이 발생했을 때 (회사가) 적극적으로 조치를 하는 게 좀 힘들어하는 그런 모습을 많이 봅니다.]

Q. 해법 없나?

[박찬범 기자 : 이번 사례처럼 프랜차이즈 제빵 노동자가 가맹점주로부터 괴롭힘 피해를 받는 것 말고도 이제 대표적으로 아파트 경비 노동자가 입주민들한테 받는 갑질 피해 이런 게 있는데, 이게 사실상 일터 내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직장 내 괴롭힘 법 범주 밖에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사각지대를 해결하고자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는데요. 이 가해자 주체 대상이 누구냐. 기존에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인데 여기에다가 직장 내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도급인, 고객>을 포함하자는 게 골자입니다.]

[윤지영/변호사 : 꼭 같은 고용 관계가 아니라고 하더라고 제3자, 가맹점주와 같은 특수관계 이런 사람에 의한 괴롭힘도 사실 업무상 괴롭힘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법'에 포함하는 게 맞습니다.]

[박찬범 기자 : 이렇게 된다면 도급 계약으로 일하는 노동자들까지도 넓게 직장 내 괴롭힘 법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찬범 기자(cbcb@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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