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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尹 ‘첫 검찰총장’ 이원석은 한동훈 동기…박근혜 조사한 ‘특수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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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총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이원석(54·사법연수원 27기)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지명했다. 이 차장검사는 2016년 국정농단 의혹으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수사한 ‘특수통’이자 ‘기획통’으로 분류된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지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이다.

중앙일보

18일 오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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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 4명 중 연수원 기수 제일 낮은 이원석 지명



18일 대통령실은 제45대 검찰총장 후보로 이원석 차장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16일 법무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 차장과 여환섭(54·24기) 법무연수원장, 김후곤(57·25기) 서울고검장, 이두봉(58·25기) 대전고검장 등 4명을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했다. 뒤이어 한 장관은 이 차장을 윤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한 장관은 지난 16일 추천위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정의와 상식을 지켜서 범죄를 제대로 척결하는 의지와 능력을 가진 분을 제청하겠다”라고 밝혔다. 17일 오전에는 “검찰을 잘 이끌고 국민을 위해 일할 총장을 제청하겠다”라고 했었다.

한 장관과 윤 대통령이 이 차장을 낙점한 배경에는 총장 직무대리로서 조직을 이끌어온 만큼 연속성 있게 검찰 조직을 운영할 적임자란 판단이 깔려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후임 총장 지명은 지난 5월 6일 김오수 전 검찰총장 사퇴 이후 104일 만이다. 이 차장이 지난 5월 23일부터 검찰총장 직무대리 업무를 수행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의 공백 기간은 16일로 대폭 줄어든다.

‘총장 패싱 인사’ ‘식물 총장’ 우려를 불식할 목적도 포함됐다. 이 차장은 최근까지 검찰 인사 과정에서 한 장관과 10여 차례 협의를 했고, 이 차장 의견이 대부분 관철됐다고 한다.

검찰 내부에선 한동훈 장관의 개인적 친분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긴밀하게 업무를 협의해야 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두 명은 사법연수원 같은 반, 같은 조 동기인 시절부터 가까웠고 이후로도 특수통 검사의 길을 함께 걸었다.

검찰청법 8조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 검찰사무를 총괄하는 총장은 최고 검사로서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킬 의무를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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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전 정권 수사 위한 尹 라인 완성”



이 차장은 전남 보성군에서 태어나 서울 중동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을 27기로 수료한 뒤 서울지검 동부지청에서 검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주로 대검 수사지휘과장·수사지원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 등 정통 특수통 검사 코스를 밟았다.

2007년 삼성 비자금 특별수사본부, 2011년 대검 중앙수사부 등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수사한 인연으로 ‘윤석열 사단’에 묶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이 차장은 2020년 1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 의해 대검 기획조정부장에서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된 바 있다.

이 차장은 2017년 검찰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사본부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고 구속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6년 중앙지검 특수1부장일 때는 정운호 법조 게이트 수사를 주도하기도 했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에 관해선 어느 검사보다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법과 원칙대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라며 “특히 내부 비리에 대해 가까운 선배 검사들을 엄정하게 처벌한 것으로 유명하다”라고 평가했다.

이 차장은 기획통으로도 인정받는다. 2008~2009년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로 근무할 당시 축산업자들의 숙원이던 축사 담보 대출 제도를 도입하고, 전세 세입자에 대한 우선 변제 금액을 확대하는 등의 실적을 쌓았다. 대검에 부임하기 직전인 제주지검장 시절부터는 제주 4·3 사건의 직권재심 청구 대상자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이 차장의 낮은 연수원 기수를 두고 “조직이 지나치게 연소화해 조직 안정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은 기수 문화가 강한데, 이 차장이 총장 자리에 오르면 검찰 내 연수원 24~26기 검사 15명은 사퇴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 법조계 고위 인사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 장악 시도를 그렇게 비판했던 윤 대통령이 법무장관에 이어 검찰총장까지 최측근 특수통 검사로 채운 건 결국 내로남불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 한 장관, 이 총장으로 이어지는 전 정권 수사 라인이 완성됐다”라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규모 수사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의혹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을, 수원지검과 서울동부지검은 각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문재인 정부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 등의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원석 “많이 부족한 사람…국민 목소리 더 듣겠다”



이 차장은 총장 지명 직후 기자들을 만나 “저는 검찰총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라면서도 “앞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더욱 겸손하게 경청하고, 검찰 구성원 모두 힘을 합쳐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모든 힘을 다 쏟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국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 수사 현안 등에 어떻게 대처할지는 인사청문회 절차를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이 차장은 말했다.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중립성·독립성을 지킬 수 있냐는 질문에 이 차장은 “밖에서 염려하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라며 “그 가치들을 소중히 지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차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윤 대통령이 임명하면 검찰총장에 공식 취임하게 된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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