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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물가와 GDP

국제물가 내림세에도 국내 밥상물가 오름폭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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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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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물가 상승세가 꺾이고,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도 안정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국내 물가는 밥상 물가를 중심으로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이른 폭염에 역대급 장마가 겹치면서 공급이 다시 불안정해진 탓이다. 여기에 물가 상승 압력이 큰 추석이 예년보다 일찍 찾아와 오름폭이 더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美·中 물가 상승세 주춤···유가, 우크라戰 이전 회귀

17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981년 11월 이후 최대 폭을 기록했던 전달(9.1%)보다 0.6%포인트(p) 내렸다. 1년 전보다는 8.5% 올랐지만, 시장 예상치(8.7%)는 밑도는 수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월 대비로는 물가에 변화가 없다며 사실상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없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7월 물가 상승률이 제로(0)라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생산자물가는 내림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년 전보다 9.8% 오르며 1월부터 이어지던 두 자릿수 상승세가 꺾였다. 시장 예상치(10.4%)에도 못 미쳤다. 특히 전달(11.3%)보다 0.5% 내리며 202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세계적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중국 생산자물가도 예상치를 밑돌며 상승세가 크게 둔화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 생산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2% 오르는 데 그쳤다. 시장 예상치인 4.9%보다 낮고, 6월(6.1%)과 비교하면 약 2%포인트 내린 것이다.

도매 물가를 나타내는 생산자물가는 향후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상승폭이 꺾인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완화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7월 중국 소비자물가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2.7% 오르며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시장 전망치(2.9%)에는 못 미쳤다. 가격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지수는 0.8%로 6월(1.0%) 대비 0.2%포인트 떨어졌다.

국제유가와 곡물 가격도 나란히 내림세다. 국제유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 여파로 지난 3월 배럴당 130달러를 웃돌기도 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80달러대로 떨어졌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3.2%(2.88달러) 내려간 86.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한 달 전인 1월 25일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이날 영국 런던 국제선물거래소에서 10월물 브렌트유도 3% 이상 급락한 배럴당 92.34달러에 마감하며 지난 2월 10일 이후 최저가를 보였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자료를 보면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달보다 8.6% 떨어지며 지난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내림 폭이다. 4개월 연속 하락이다.

이른 추석에 폭염·폭우까지···밥상물가 고공행진

국내 물가 상승률은 주요국과 달리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월(6.0%)과 7월(6.3%)에는 6%대까지 치솟았다. 밥상 물가의 거센 오름세가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채소·과일·생선 가격을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7월 들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전달보다는 6.9% 각각 올랐다.

이달도 다르지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6일 무 도매가격은 20㎏당 2만4500원으로 1년 전(1만2520원)보다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배추 10㎏ 도매가격은 1만5700원으로 9750원이던 1년 전보다 60% 이상 뛰었다. 역대급 폭염과 기록적인 폭우로 출하량이 줄고, 산지 가격이 올라서다.

문제는 앞으로다. 예년보다 이른 추석(9월 10일)에 이달 밥상 물가는 더 자극받을 가능성이 크다. 통상 추석이 가까워질수록 성수품 수요가 급증하며 먹거리 물가를 끌어올린다. 이미 배추·무·깐마늘·양파 등 주요 성수품은 정부가 비축물량을 풀었는데도 수급조절 매뉴얼상 '상승 주의~심각' 단계를 보이고 있다. aT 관계자는 "보통 추석 1~2주 전에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큰데 올해는 기상 상황 등으로 생산량이 전반적으로 줄면서 가격 상승세가 일찍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가공식품 역시 오름세가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상승한 2분기 국제곡물 가격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해서다. 지난 2분기 국제 밀과 옥수수, 대두 가격은 1년 전보다 각각 54.2%, 17.8%, 19.1%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제곡물 가격이 국내 수입물가에 반영되는 데는 3~6개월이 소요된다"면서 "올 하반기에도 곡물 수입물가와 가공식품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여전히 이르면 9월 말, 늦어도 10월에는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천지개벽하듯 대단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 (물가상승률이) 7%대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6%대 초반에 조금 있다가 내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주경제=조현미 기자 hmch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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