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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尹대통령 '한일 미래' 얘기한 날, 기시다는 야스쿠니 봉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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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합쳐야 하는 이웃"이라지만 과거사 해법 등 인식차 여전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8.1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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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관계의 '미래'를 얘기한 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일본 군국주의 상징'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과 주변국 식민지배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양국의 인식차를 극명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한일관계 개선이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15일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이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일본 측이 '민감'해 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한 채 오로지 '미래'만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을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함께 힘을 합쳐 나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불렀다. 아울러 그는 "한일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며 1998년 '김대중-오부치(小淵) 선언' 계승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일본 측은 지난 1998년 10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채택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이른바 '김대중-오부치 선언'에서 과거 우리나라를 식민지배한 데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의 사죄'를 문서화했다. 이는 이후 양국관계 발전의 중요 토대가 됐단 평가를 받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거 잘못을 먼저 따져서 해결한 뒤 미래로 가자는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해 협력하기로 마음먹고 과거에 있었던 일도 좀 다른 각도에서 보며 협의·해결하려고 할 때 마음도 열리고 믿음도 가지 않겠느냐는 의미에서 얘기한 것"이라며 위안부·강제동원 문제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언사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엔 우리 정부가 먼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일본과의 만남 자체가 힘들었던 반면, 현재는 "고위 당국자 간의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기시다 총리는 우리나라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종전 기념일(제2차 세계대전 패전일)인 이날 오전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게다가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산업상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 담당상, 아키바 겐야(秋葉賢也) 부흥상 등 일부 각료들은 지난 주말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하기도 했다.

일본 최대 규모 신사인 야스쿠니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 2차 대전 당시 A급 전범 14명을 비롯해 일본이 벌인 주요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민간인 등 246만여명이 합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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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5일 종전 기념일(제2차 세계대전 패전일)을 맞아 도쿄 부도칸에서 '전국전몰자 추도식'에 참석, 추도사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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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국내외에선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또는 공물 봉납은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행보이자 '과거사 반성에 대한 인식이 부재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 각료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건 작년 10월 기시다 내각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패전일 추도사에서 과거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한 사과나 반성의 뜻 또한 밝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 내에선 일본 정치권 인사들의 '패전일' 계기 야스쿠니 신사 참배나 공물 봉납이 이미 "관습화"된 행동이란 점에서 매번 문제 삼기보단 '대승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과거만이 아닌 미래를 보자'는 것이다.

반면 다른 일각에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일관계 개선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설파해온 우리 정부와 달리, 일본 측은 강제동원 문제 등과 관련해 여전히 '한국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는 기류가 강하다"는 이유로 이 같은 접근법 자체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8년 자국 전범기업들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 조치로서 이듬해 7월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발동한 이후 아직 이들 거두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르면 이번 주 중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와 관련해 우리 법원에 압류돼 있는 일부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매각(현금화)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그에 따른 일본 측의 추가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단 관측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센터장은 "지금까지 한일이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건 양국이 '가치'를 달리했기 때문이 아니라 과거사 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모두가 100% 만족할 순 없겠지만 한일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방안이 뭔지에 대해 빠르게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그런 정치·외교적 노력이 사법당국의 결정과 충돌하지 않도록 게속 모니터하면서 해법을 모색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오는 17일로 예정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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