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대한 구상’ 실현 가능성 있나
발전소·송배전·항만·공항 현대화 지원
北 지하자원과 대규모 식량 공급 연계
군사적 긴장완화·정치 분야 조치 병행
北, 윤정부 강력 비판 속 호응 미지수
조선신보 “윤정부, 北 주적론이 명줄”
이재명 “기존 남북간 합의 존중해야”
尹, 대북 비핵화 제안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자유’를 강조하는 경축사를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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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오늘 발표한 담대한 구상에 남북이 비핵화 논의를 착수함과 동시에 가동할 남북 공동 경제 협력 프로그램을 포함했다”고 밝혔다.
윤 정부의 담대한 구상은 ‘선 비핵화’와 ‘빅딜’을 강조한 과거 보수 정부와 달리 단계적 조치를 구상한 점에서 역대 정부와 차별화된다. 이명박(MB)정부의 경우 ‘북핵 폐기와 안전 보장, 경제 지원’을 일괄 타결하는 ‘그랜드 바겐’을 북한에 제시한 바 있다.
김 차장은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 협상에 나올 경우 초기 협상 과정에서부터 경제 지원 조치를 적극 강구한다는 점에서 과감한 제안”이라고 평가하며 “광물과 모래, 희토류 같은 북한의 지하자원과 대규모 식량 공급을 연계한 일명 ‘한반도 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R-FEP·Resources-Food Exchange Program)이나 보건, 의료, 산림 분야 민생 개선 사업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 민생 개선을 위한 시범 사업은 비핵화 논의 단계에 아무런 조건 없이 먼저 실천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 비핵화 조치에 대한 포괄적인 합의가 도출되고, (핵 시설에 대한) 동결·신고·사찰·폐기 등 단계적 비핵화 조치 수준에 따라 종내에는 ‘남북공동경제발전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게 윤 정부의 구상이다. 김 차장은 남북공동경제발전위원회의 사업 목표에 대해선 “인프라 구축, 민생 개선, 경제 발전 등 세 가지 분야에서 실효적이고 구체적인 사업들이 이행되면서 단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언급한 △발전소·송배전·항만·공항 현대화(인프라 분야) △농업 생산성 향상·병원의료체계 현대화(민생 개선 분야) △교역 활성화 및 국제 투자·금융 유치(경제 발전 분야) 등이 구체적 방안에 해당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의 광물 자원은 거의 유엔 제재 대상에 포함돼 있다”며 “식량과 자원을 서로 교환할 수 있는 전향적 조치들을 비핵화 협상 과정에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의 전제 조건인 ‘포괄적인 비핵화 합의’를 둘러싼 한국과 미국, 북한의 입장차가 클 수밖에 없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북한은 윤 정부 출범 이후 무력 도발 수위를 높이는 등 대남 적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MB정부는 북한에 대한 경제적 보상안을 담은 ‘비핵·개방 3000’과 ‘그랜드 바겐’ 제안과 함께, 북한과 비밀 접촉을 이어갔음에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지 못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15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 내용 중 대북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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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는 이날 강조한 경제적 지원책과 함께 군사적 긴장 완화 및 신뢰 구축, 정치 분야의 평화 정착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담대한 구상은 경제·군사·정치 3대 분야를 아우르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018년 싱가포르 회담, 2019년 하노이 회담에서 당시 북한 지도부가 가장 관심 갖고 질문했던 것은 유엔 제재 완화 방안이었다”며 “현재 북한 당국이 경제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보고 여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윤석열정부 북주적론의 위험성’ 제하 기사에서 “윤 정부의 대북 대결, 대미 추종 정책이 조선반도(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을 몰고 오고 있다”며 “북주적론을 명줄로 삼는 윤 대통령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인 이재명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북한은 우리 정부의 ‘담대한 계획’에 호응하지 않고 강력 보복을 경고하고 있다”며 “기존의 남북 간 합의를 존중하며 주변국 지지를 끌어내는 대한민국 주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미·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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