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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인터뷰] 정병길 감독 "'카터' 찍고 번아웃…속편 경우의 수 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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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영화 '카터' 정병길 감독 인터뷰

'악녀'(2017) 이후 5년만의 신작 "화가 꿈과 감독 직업 총망라"

美서 1500억짜리 블록버스터 제의도 "차기작 역시 韓영화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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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영화 '카터'를 연출한 정병길 감독 〈사진=넷플릭스(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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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OTT를 신나게 경험했다. 액션 마스터 정병길 감독이 넷플릭스와 손 잡고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결과물만 봐도 OTT와 만난 티가 팍팍 난다. 호불호는 갈리지만, 도전에 대한 후회는 없어야 마땅할 작품이다,

지난 5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카터(정병길 감독)'는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영화 글로벌 톱10 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 12일까지 '퍼플 하트'에 이어 전체 2위를 기록 중이다. 넷플릭스 특유의 장르물 성향이 강하게 돋보이는 것은 물론, 원테이크 방식으로 이뤄진 액션 흐름이 쾌감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카터'는 '이 이상의 액션 영화가, 액션 시퀀스가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액션'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설명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담아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악녀'(2017)로 할리우드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정병길 감독은 '카터'를 통해 진일보한 성장을 보여줬다.

한국과 북한, 중국까지 넘나드는 스케일도 장황하다. 다만 '보여주는 것'에 치중하면서 '강강강'으로만 흘러가는 분위기가 보는 이들을 쉽게 지치게 만들고, 개연성이 떨어지면서 스토리는 다소 빈약해 진 것이 사실.

가장 열심히, 힘들게 그리고 행복하게 '카터'를 완성했다는 정병길 감독은 "'카터' 촬영 후 1~2개월 정도 번아웃이 왔다. 그림으로 치유 중"이라며 "감독에게 작품은 자식 같다고 하는데, '카터'는 '카너'라는 부모가 날 키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여전히 매일이 익사이팅하다"는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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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영화 '카터'를 연출한 정병길 감독 〈사진=넷플릭스(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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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극장보다 훨씬 더 긴장되고 얼떨떨한 느낌이다."

-액션에 대한 찬사가 상당한데, 소회는 어떤가.

"'카터'를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시간들이 있었고, 찍어서 행복했던 시간들이 있었는데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다. 후반 작업을 할 시간이 너무 없어서 제일 힘들기는 했는데 그래도 완성해 후련하기도 하고. 반응도 좋아하는 분들과 안 좋게 보는 분들이 나뉘어 나 역시 기분이 좋았다가 상했다가 하루 하루 익사이팅하게 보내고 있다.(웃음) 그래도 넷플릭스 시청 순위는 잘 올라가는 것 같아 다행이다."

-스펙터클한 액션이 인상 깊은 만큼 특수관 상영 등 극장 개봉을 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은 없나.

"넷플릭스 공개 전에 극장에서 오프닝 시사회를 했는데, 나도 영화관에서는 그 때 처음 봤다. '영화와 스크린의 색깔이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더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OTT도 매력적인 것 같다."



-OTT 영화라는 특성에 맞춰 더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극장은 사운드가 갖고 있는 힘이 있지 않나. 시네마룸이 갖춰져 있는 집은 많지 않다. 대부분 휴대폰, 노트북으로 보게 될텐데 사운드의 평균점을 맞추려 노력했다. 어디에서 틀어도 다 들릴 수 있는 소리를 담아내고 싶었다. 영화를 보다가 소리가 너무 커지거나 혹은 안 들려서 조절해야 하는 상황은 없었으면 싶었다. 노멀한 사운드로 디자인했다."

-'존윅' 시리즈의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 '카터'에 대한 관심을 표했다고. 어떤 인연인가.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 '존윅3'를 만들기 전에, 감독님의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연출 제의였다. 그 쪽에서 받은 시나리오를 검토하다가 자연스럽게 감독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됐다. 이후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을 직접 만나게 됐고 ''악녀'에 담긴 너의 오토바이 신을 오마주 하고 싶다. 사용해도 되냐'는 이야기를 했다. 꼭 허락을 받는 식으로 말씀을 주시더라. 내 입장에서는 '이게 허락 받을 일인가?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세계적인 분인데. 놀랍기도 하고 감사했다.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 회사에서 준비하던 시나리오를 러브콜 해줘 하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감독님이 실제로 그 신을 촬영했다. 그리고 공식 인터뷰에서도 ''악녀'에 헌정 하는 영화'라고 해주니까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키아누 리브스 배우도 실제로 그런 인터뷰를 했고.

그 때부터 더욱 친해졌고, 내가 미국에서 장기 체류를 할 때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할리우드 관계자들에게 '체드 감독이 제작하는 영화 연출을 네가 맡아줬음 좋겠다'는 제안도 받았다. 시너지가 잘 맞을 것 같다고. 어떤 분들이라면 그냥 하라고 했을 것이다. 굉장히 유명한 영화의 리메이크 작품이었고 1500억짜리 블록버스터였다. 근데 체드 감독은 '내가 제작하고 네가 감독하기에 이 영화는 너무 위험하다'고 오히려 나를 설득했다. '할리우드 데뷔는 모 아니면 도다. 할리우드는 계속 재능 있는 친구들을 찾을 것이고, 만약 안 됐을 경우를 생각하고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그 진심이 느껴졌다. 그래서 '카터' 시나리오를 보여줬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 하면서 '이걸 네가 찍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자신감을 갖고 제작하게 됐다."

-시나리오가 먼저였나, 원테이크 액션 구상이 먼저였나.

"처음에 시나리오를 구상할 때 북한까지 달릴 수 있는 장면들을 떠올렸다. '컷 영화로 찍으면 어떨까' 하다가 '한번에 서울 북한 중국까지 리얼타임으로 달리면 쾌감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영화 안에서는 실질적으로 8시간 정도 되는 시간이지만 러닝타임상 서울에서 중국까지 2시간 만에 뚫고 나간다. 그런 지점을 염두하면서 글을 쓰다 보니까 주인공은 누군가와 말을 해야 하니 귀 속 장치를 만들었고 여러 상황들을 이어 나가게 됐다."

-원테이크 액션이기 때문에 특별히 고민한 지점이 있다면.

"'원테이크가 갖고 있는, 자칫 루즈해 질 수 있는 부분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그러다 '축구를 볼 때 축구공에 카메라가 있으면 어떨까'를 생각해 비슷한 그림을 그렸다. 기존 영화들 중에서도 원테이크 촬영이 훌륭한 작품이 많은 만큼 나도 모르게 습득한 것들이 있겠지만, 미술이나 앵글, 그림 등을 많이 보면서 공부했다."

-액션이 반복되고, 누군가 설명을 해준다는 점에서 '게임 같다'는 평도 나오는데, 의식한 부분인가.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못했는데,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투영된 것 같다. 어릴 때 게임을 좋아했다. 성인이 돼서는 많이 못했는데, 게임 자체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공부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실제 게임 회사들도 나와 함께 영화를 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공부한 것들이 녹아들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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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영화 '카터'를 연출한 정병길 감독 〈사진=넷플릭스(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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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의 제목은 어떻게 짓게 됐나. '운반자'라는 뜻도 내포된 제목인가.

"정확하다. 친한 친구에게 '이런 시나리오가 있다'면서 보여주고 '제목을 생각해 봐 달라'고 했는데, 10개 정도 적어 주더라. 그 중에서 '카터'가 딱 눈에 들어왔다. '한국적으로는 날렵하고 날쌘 느낌이 드는데 영어로는 어떠냐'고 물었더니 '운반자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 카터의 설정과도 잘 어울려 바로 결정했다."

-주원과는 다른 작품을 함께 할 인연도 있었다고.

"내가 연출을 할까 말까 고민했던 영화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다른 감독님이 맡았고 주원 배우가 그 영화를 하게 됐다. 내가 그 영화를 했다면 나 역시 주원에게 러브콜을 보냈을 것이라 인연 아닌 인연이 있다고 한 것이다. 카터는 누가 선인지 악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의존해 달리는 인물이다. 관객들을 설득하려면 우수 어린 눈망울이 필요할 것 같았고, 주원이 떠올랐다. '주원이면 카터를 응원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해냈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주원도 '카터'를 위해 많은 변신을 감행했다. 액션에 대한 극찬도 아끼지 않았는데.

"몸이 워낙 좋아 그냥 찍어도 됐는데 '더 디테일하게 하고 싶다'는 열의를 보여 운동을 시작했다. 7kg 정도 벌크업을 했더라. 내 기준에서 '액션을 잘한다'는 건 '뒷모습으로도 연기를 할 줄 안다'는 뜻이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 분들이 액션까지 잘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액션을 진짜 잘해서 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몸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알기 때문에 보여지는 부분도 있다. 주원은 비주얼적인 느낌도 좋았다. 선이 예뻤다. 내가 동양화를 전공 할 때 그림을 그리면 먹을 치는 느낌이 있었는데 주원은 그게 몸에서 나왔다. 그리고 뒷모습에도 감정이 있었다. 먹이라는 것이 새까만 색깔이지만 그 안에 굉장히 많은 그라데이션이 들어갈 수 있다. 주원도 같은 액션에서 그라데이션 되는, 다름을 표현할 줄 아는 배우였고, 뒷모습까지 감정을 표현해내는 것에 극찬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악녀'에 이어 '카터'도 오프닝 액션에 힘을 많이 줬더라.

"원래 그렇게까지 세지는 않았다. 근데 기획을 하면서 극장에서 보는 영화가 아니니까 초반 호흡을 강렬하게 들어가면 어떨까 생각했다. 비주얼이 세다는 분들도 있지만, '커피숍에서 휴대폰으로 보다가 비주얼이 너무 좋아서 집에 가서 본격적으로 보려고 끄고 큰 TV로 봤습니다'라는 댓글도 있었다. 내가 예상하거나 예측해 노린 것은 아니지만 큰 화면으로 보고 싶게끔 만들고 싶은 마음은 있었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웃음)"

-목욕탕 나체 액션은 어떻게 구성하게 된 장면인가.

"원래 시나리오에는 없었다. 장소 헌팅을 갔다가 폐목욕탕을 발견했고 '카터'에 활용하고 싶더라. 새로 신을 만든 것은 아니다. 아직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은 시나리오가 하나 있는데, 그 시나리오에 썼던 신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 시나리오도 굉장히 아끼는 시나리오였는데, 이제 그 시나리오에서는 그 신을 찍을 수 없게 됐지만, 공간이 주는 비주얼이 마음에 들어 과감히 포기하고 '카터'에 올인했다.

-노출과 잔혹성 등 수위가 상당히 높다. 몇 명 정도 투입된 것인가.

"'노출 액션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무술 감독과 함께 걱정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무술 감독이 '과연 우리 애들이 이걸 하려고 할까' 하더라. 근데 다음 날 온 답변이 '다 하겠다는데?' 였다. 그래서 생각보다 조금은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총 이틀 정도 찍은 것 같고, 인원은 굉장히 많아 보이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보기에는 100명 정도로 보이는데 40명도 안 됐던 것 같다. 많아 보이게끔 찍었다."

-액션 합을 짜는 것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해당 신의 의도와 의미도 궁금하다.

"새로운 것을 했을 때 피로도도 있지만 쾌감도 있지 않나. 힘들고 어려워도 두려움보다는 설레임이 먼저인 것 같다. '우리는 액션배우다'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을 때도, 당시 스턴트 다큐멘터리가 너무 많아서 소재 만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코믹한 내레이션과 과감하게 덤벼든 장면들이 결과적으로는 가장 많은 칭찬을 받은 영화로 남게 만들었다. 남들이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하면 안 된다'고 한 것들을 했다.(웃음) 결과가 좋든 안 좋든 시도하는 것이 창작자의 몫이 아닌가 싶다."



-스카이다이빙도 실사로 촬영했다.

"처음엔 미국 '아이언 맨' 팀과 미팅을 했다. 우리 생각보다 금액이 비쌌고,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못하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이걸 할 수 있는 한국팀은 정말 없을까?' 생각이 들었고 찾아 나섰다. '한국 팀과 함께 좀 더 오랜시간 준비 한다면 그들이 하지 못한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실제로 오랫동안 미팅을 하면서 하나 하나 차근차근 준비를 해 나갔다. 용인에 스카이다이빙을 연습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람으로 사람을 띄우는 장비가 갖춰져 있는 곳이다. '여기서 되면 하늘에서도 된다'고 하더라. 근데 막상 테스트 촬영을 하니 하늘에서는 안 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시간도 여의치 못했다.

스카이다이빙을 하루에 정말 열심히 뛰면 10번 정도 뛸 수 있다. 한 번 뛰는데 비행기가 올라갔다 내려왔다 1시간 정도 걸리고, 그 중 자유 낙하를 할 수 있는 시간은은 30~40초 정도다. 한 시간에 30초를 찍을 수 있는 것이다. 하루에 10번을 뛴다고 가정했을 때 담아봐야 300초, 분으로 계산하면 5분 정도인 것이다. 'OK 컷이 얼마나 날 수 있을까' 너무 무섭더라. 본 촬영이 아니라 테스트 촬영 비용만 몇 천 만원이 들었다. '그걸 회차로 넣는다면 제작비가 감당이 될까' 싶더라. '신을 통으로 도려내야 하나' 연출자로서 진심으로 고민 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스카이다이빙 전문 팀과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분들의 열의가 대단했다. '처음 해서 못 찍어낸 것이라고, 한 번 더 하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간절함을 보여 주셨다. 오히려 날 안심 시키면서 '본 촬영 때는 할 수 있을테니 믿어 달라'고 하더라. 과거의 나를 보는 듯한 눈빛이 보여서 서로에 대한 믿음 속에 도전을 했고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장면이 잘 나왔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었다. 목숨 걸고 찍은 신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긴장 했는데 사고도 없었다.거그리고 다이버 분들이 정말 즐거워 했다. '원 없이 뛰어 봤다. 맨날 돈을 내고 뛰었는데, 페이를 받고 다이빙을 한 건 처음'이라면서 행복해 하더라. 나도 스카이다이빙에 빠져서 자격증을 따 볼 생각이다. 9월에 학교 입학을 준비 중이다. 그 세계를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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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카터'로 컴백한 정병길 감독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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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인 색채도 인상적이었다.

"원래 내 꿈이 화가였다. 화가 중에서도 정말 어렸을 때,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극장 간판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영화를 너무 좋아했고, 영화 극장 간판을 그리면 당시 영화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딱히 공부에 흥미도 없고 그림 그리는 것과 영화 보는 것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그게 내 천직이라 생각하고 지냈다. 하지만 과학 발달로 직업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화가의 길을 택했고 계속 그림 그리면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그런 의미에서 '카터'는 내 꿈과 살아 온 인생, 전공과 직업이 한꺼번에 담긴 작품이다. 준비를 할 때부터 '거친 먹으로 그림을 그려보자'는 생각이 강했던 영화라 자연스럽게 묻어 나온 것 같다."

-태평소 소리가 귀에 맴도는데, 국악과 액션의 조합도 신선했다.

"'악녀'를 보면 꽹과리 치는 신이 많이 나온다. 첫 장면에도 나오고 엔딩에도 나오는데 그땐 딱 꽹과리만 쳤다. 꽹과리 소리의 힘이 엄청 세서 어떤 음악을 넣어도 꽹과리는 다 뚫고 나오더라. '이런 좋은 악기가 있네?' 하면서 국악에도 관심이 갔다. 이번에는 영화 자체를 수묵화를 그리는 느낌으로 거칠게 그릴 생각이었기 때문에 음악도 처음부터 끝까지 국악 베이스로 가고 싶었다. 음악 감독에게 제안했고, 그렇게 가게 됐다. 또 '여자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데 이 여자가 누굴까?'생각하기를 바랐고, '구음을 악기처럼 사용할 수 없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정소리 배우가 실제로 유명한 판소리를 하셨던 분이다. 큰 힘이 됐다."

-실사 촬영이 많아 후반 작업은 수월했을 것 같기도 한다.

"꼭 그렇지만도 않다. CG가 아예 안 들어갈 수는 없었다. 헬기는 직접 제작 했지만 꼬리와 날개 부분은 CG로 입혔다. 넷플릭스 런칭 날짜가 있어 시간적으로는 꽤 촉박했다. 다행히 우리가 '카터' 촬영을 할 때 다른 프로덕션은 한 번 씩 다 쉬었는데, 우리는 코로나 한 번 안 걸리고 쉬지도 않았다. 차원 다른 위험한 신도 많았지만 부상은 찰과상 정도로 끝났다. '내가 살인범이다'와 '악녀'를 할 때도 부상이 있었는데 '카터'는 없었다. 촬영이 무사하게 끝난 것 만으로도 감사드렸다."

-스토리의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반응이 많은데.

"'내가 살인범이다'를 처음 선보였을 땐 여러 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악녀'를 만들면서 호불호가 갈렸다. 비주얼과 스토리 사이의 고민은 계속 하게 된다. 어제도 '카터'를 다시 보면서 '아, 이 점을 잘못 했구나' 생각했다. 아쉬움이 남는 지점은 확실히 있다. 분명 찍을 땐 속 시원했는데 '이때 왜 이렇게 했을까' 자책도 든다. 그럼에도 '카터'는 태어나 제일 열심히 촬영했던 영화였고, 가장 힘들었던 영화이면서 행복했던 영화다. 영화 감독님들이 작품을 자기 자식으로 비유하는데, 나도 '우리는 액션배우다' '내가 살인범이다' '악녀'가 모두 내 자식 같다면, '카터'는 '카터'가 부모 같다. '카터'라는 생명체가 날 만든 것 같은 느낌이다. 왜 부모님이 자식을 키우면 어느 순간은 자식이 부모님을 부양하지 않나. 그런 마음이다. 열심히 한 만큼 후회가 남지만 ''카터'가 날 키웠기 때문에 큰 사고 없이 마무리 지을 수 있지 않았나' 어제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액션 전문 감독이 됐다.

"'액션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많지 않았다. 말씀 드렸다시피 화가가 꿈이었고, 영화 감독은 꿈꾸지 못했다. 나 같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엘리트적인 분들이 하는 직업이라 생각했다.(웃음) 난 그림, 만화책이 좋았고, '그림을 그리면서 영화를 실컷 볼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어린 마음에 많은 돈은 아니지만 그림 그려 극장을 하루에 한 번씩 가도 부담스럽지 않은 경제력을 갖고 싶었다. 그게 꿈이었다.

그러다 영화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액션까지 접하게 됐고, '내가 살인범이다'을 통해 기회가 생기기도 했다. '내가 살인범이다' 시나리오는 완전 스릴러 시나리오였다. 근데 투자사 분들이 '액션 잘하는데 액션 더 넣어주면 안되냐. 투자금도 증액해 주겠다'는 제안을 주셨다. 보통 투자금을 깎으려고 하는데 '돈을 더 줄테니 넣어 달라'고 하셔서 그땐 신인 감독이라 얼떨떨 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액션을 좋아했기 때문에 '해보겠다'고 했다. '내가 살인범이다' 이후부터는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 제의가 99% 들어오는 것 같고, 얼마 전에 멜로 시나리오가 하나 들어왔다. 하하. 원래는 멜로도 굉장히 하고 싶었다. 데뷔 할 땐 코미디 드라마 장르를 준비하려고 했었는데 엎어지는 바람에 '내가 살인범이다'를 쓴 것이다."

-영화에 푹 빠지게 된 계기도 있을 것 같다.

"원래 좋아하기도 했지만, 고3 때 원하는 대학을 못 가고 삼수를 했다. 지금은 있을지 모르겠는데 노량진 모 학원 앞에 동시 상영을 하는 극장이 있었다. 집에는 '학원 간다'고 하고 동시 상영하는 극장으로 갔다. 아침에 들어가 학원 끝날 때까지 영화만 계속 봤다. 그러다 친구들이 학원에서 나오면 술 한잔 하러 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들은 오늘 배운 걸 이야기 하고, 난 본 것을 이야기하는.(웃음)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난 입시 공부하는 게 그냥 너무 고통스러웠다. 근데 영화를 보면 2~4시간 동안 다른 생각을 못하게 해줬다. 특히 액션 영화를 볼 땐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았다. 최소 두 시간 동안 나를 극장에 가둬 놓고 고민, 잡념 같은 것을 없애줬다고 해야 할까. 그런 부분에서 '카터'를 기획한 이유도 있다. 보는 이들의 고민거리나 잡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었다."

-속편도 나올까.

"중국에서 시작해 러시아로 넘어가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카터의 과거를 다루는 스파이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또 '카터'가 원테이크였다면 원테이크가 아닌 컷 스릴러 영화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많은 경우의 수를 열어 놓고 고민 중이다."

-미국 에이전시와 계약하는 등 다양한 행보를 알렸다. 차기 계획은 어떤가.

"차기작은 일단 한국 영화가 하나 있고, 할리우드 영화도 여러 편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한국 영화를 한 편 더 찍고 싶다. 아직은 계획일 뿐이다. 당장의 차기 계획은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카터'를 찍으면서 힘들긴 했는지 '카터'가 끝나고 1~2달 동안 아무것도 못한 채 번 아웃이 됐다. '영화를 찍는 게 이렇게 에너지 소비가 되나?' 예전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들어서 붓과 연필을 다시 잡았다. 그림을 그리면서 치유하는 중이다. 추석이 끝나고 오프라인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시간 되면 전시회도 놀러 와 주셨으면 좋겠다.(웃음)"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조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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