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에 나서고 있다.(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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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상승률을 나타내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정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결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기준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예상보다 양호한 미국 소비자물가에···달러 약세·코인 등 위험자산 '들썩'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 있는 나스닥 마켓사이트 앞으로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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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의 7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8.5%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981년 11월 이후 최대폭을 기록한 전월(9.1%)보다 0.6%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또한 7월 CPI가 8.7%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 시장 전망과 비교해도 양호한 수준이다. 특히 전월 대비 7월 소비자물가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계발표 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수 있다는 징후"라며 반겼다.
미국의 물가 상승폭 둔화는 최근 하락세에 접어든 국제유가 영향을 크게 받았다. 유가 하락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다음 달 열릴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준은 최근 두 달 동안 연달아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긴축 고삐를 바짝 죄어왔다. 연준이 그간 금리인상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지표가 물가상승률이었던 만큼 물가상승률 둔화가 긴축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이날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미 연준이 9월 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할 가능성이 42.5%로 물가 지표 발표 하루 전인 9일 68.0%에서 크게 낮아졌다. 반면 '빅스텝' 가능성은 57.5%로 전날(32.0%)보다 높아졌다.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에 대한 기대감에 원·달러 등 환율도 반응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10.4원) 보다 7.4원 하락한 1303.0원에 마감했다. 물가 둔화로 긴축 우려가 진정되면서 달러화가 큰 폭의 약세를 보인 것이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4원 내린 1297.0원에 출발했으나 오후 들어 하락폭 일부를 반납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전장보다 1.01% 내린 105.102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가 105선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4일(105.566) 이후 4거래일 만이다.
위험자산의 일종인 가상자산도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오후 3시 35분 기준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2.90% 상승한 3249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알트코인(얼터너티브 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대체 가상화폐) 대장 이더리움도 전날보다 2.29% 오른 250만1000원을 기록 중이다. 리플도 500원 고지를 넘겼고, 이더리움 클래식은 5만1000원을 돌파했다. 파일코인도 1만1000원 수준을 지키고 있다.
한은 금통위 2주 앞으로···한·미 인플레 동조화 현상 속 '0.25%p ↑' 힘 실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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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결과는 2주 뒤에 있을 국내 기준금리 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25일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는 2.25%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것을 비롯해 작년 하반기부터 1년 동안 총 1.75%포인트를 인상했다.
그동안 물가를 기준금리 인상의 최대 변수라고 밝혀온 한은은 이번에도 물가와 경기동향 등 다양한 '데이터'를 기초로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는 상태다. 일단은 물가가 정점을 지나지 않은 데다 미국과의 금리역전이 현실화된 만큼 금리인상 기조 자체는 불가피하나 연준의 긴축 약화에 따른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인상폭 축소 등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국내의 인플레 동조화 흐름이 적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고인플레 시기에는 유동성 증가, 공급막 병목 현상 등 글로벌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대외요인의 영향으로 한·미 기대인플레 동조화가 더 강해진다"고 분석했다.
현재 기획재정부와 한은 등 정부 당국자들은 국내 물가가 오는 9월과 10월 고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의 정점이 보이기 시작하면 급속히 위축되는 경기둔화에 대응할 필요가 커지는 만큼 한은 역시 통화정책 방향과 속도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2.7%)를 웃돌아 2.9% 수준을 보였지만 하반기는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국내외 물가 흐름이 한은 금통위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이어진다면 한은은 이미 수차례 언급했던 대로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물가와 성장 흐름이 기존의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다만 미 연준 움직임을 당장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지난 5일 발표된 지난달 고용지표에서 예상을 크게 웃도는 초강세로 확인돼 또다시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자이언트스텝)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 바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크라이나전쟁 등 공급망 혼란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가운데 에너지와 곡물 등 원자재가격의 변동성도 향후 물가 상승과 통화긴축 속도에 있어 배제할 수 없는 변수다.
아주경제=배근미 기자 athena3507@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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