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흔들리는 수입 곡물 시장

곡물 가격 안정세에 식품기업 4분기 실적 개선? "장담 어려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 전월 대비 8.6% 하락한 140.9포인트

더팩트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즈흐리우카의 밀밭에서 농민들이 밀을 수확하고 있다. /AP.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했던 국제 곡물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양국 합의로 그동안 봉쇄됐던 흑해 항구에서 우크라이나산 밀과 옥수수 수출이 재개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4분기 이후 식품업계의 원재료비 부담이 줄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식품업체들과 경제 전문가들은 곡물 가격 하향세가 바로 4분기 실적 개선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의 곡물 가격으로 회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8.6% 하락한 140.9포인트를 기록했다. 이중 곡물가격지수는 전달보다 11.5% 하락한 140.9% 포인트로 나타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합의로 봉쇄됐던 흑해 항로가 열리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생산하는 밀과 옥수수 수출이 재개됐고, 북반구에 위치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밀 수확이 본격화하면서 국제 곡물가격 안정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달 들어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하는 9월물 인도분 밀 선물 가격은 부셸(27.2㎏)당 7달러 수준을 기록해 지난 3월 14달러25센트 대비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12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 가격도 6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지난 3일 '국제 곡물 가격 변동 요인과 전망' 현안 보고서를 통해 "국제 곡물 가격이 높았던 3~6월에 주로 구입된 물량이 3분기에 국내로 도입되고, 3분기 원·달러 환율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3분기 수입단가지수는 전 분기 대비 각각 15.9%, 16.5%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입 곡물을 원재료로 하는 업계의 경우 가격 하락세는 4분기부터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더팩트

식품업계와 경제 전문가들은 곡물 가격 하향세가 바로 4분기 실적 개선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의 곡물 가격으로 회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더팩트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원재료 투입 단가 상승 등으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던 식품 기업들이 4분기 이후 실적을 회복할 것이라는 증권가의 전망도 나온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말까지 식품업체들의 원가 부담 증가는 불가피할 전망이지만 예상보다 곡물 안정세가 빨라지면 판매가를 일찌감치 올린 업체들은 마진폭 개선이 커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올 3분기까지 곡물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수익성 위주의 경영 전략을 추진한 식품기업들은 제품 가격 인상으로 안정적인 이익 창출이 예상된다"며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보유한 업체들에게는 실적 개선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식품업계와 경제 전문가들은 곡물 가격 하향세가 바로 4분기 실적 개선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의 곡물 가격으로 회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실제로 업계 분위기는 그렇게 좋지 않다"며 "우크라이나가 올해 밀 재배 자체를 거의 못 했고 하반기에 곡물 가격이 떨어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올해 10월 정도에 수확량이 나오는 시점인데 생각만큼 공급이 안 된다면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계에서는 (실적 개선을) 장담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적 개선의 소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곡물 가격 하향세가 과거 오르기 전(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가격만큼 하향된 것은 아니다"라며 "실질적인 국제 식료품 가격의 변화는 반영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적 개선이 바로 4분기에 이뤄진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성 교수는 "국제 가격이 달러로 표시됐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기본적으로 수입 가격이 올라간다"며 "유의미한 정도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직은 확신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