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정문화재 19건 피해…문묘 은행나무 직경 30㎝ 가지 부러져
선릉·정릉 등 곳곳 토사 유실·석축 붕괴…영빈묘 봉분 표면 붕괴
가지가 부러진 문묘 은행나무 모습 |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서울 문묘(文廟) 은행나무를 비롯해 문화재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9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내린 비로 이날 오후 4시까지 천연기념물, 사적 등 국가지정 문화재 총 19건이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 보면 사적 17건, 천연기념물과 국가등록문화재 각 1건이다.
서울에 소재한 문화재 피해가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8건, 강원 1건 등의 순이었다.
서울 종로구청과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께 성균관 문묘의 명륜당 경내에 있는 은행나무의 직경 30㎝ 가지가 부러졌다.
부러진 가지는 성균관에서 바라볼 때 뒤쪽에 있는 가지로, 비가 거세게 내리는 가운데 강풍까지 불면서 가지가 흔들리다 부러진 것으로 보인다.
은행나무 주변에 있던 단풍나무의 직경 20㎝ 크기 나뭇가지도 부러진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현장에 있던 관계자가 피해 사실을 확인해 문화재청과 종로구청에 즉각 알렸고, 이후 성균관 측과 논의를 거쳐 부러진 가지와 나뭇잎 등을 치우고 현장을 수습했다.
가지가 부러진 나무 모습 |
문화재청은 이날 오전에도 담당자와 전문가를 현장에 보내 추가 피해가 있는지 확인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부러진 부분은 비가 그친 뒤 문화재청 및 관계 전문가들과 협의해 치료할 예정이며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지가 부러진 은행나무는 '서울 문묘 은행나무'로 불리며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수령은 약 400년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26m, 가슴높이 둘레 12.09m에 이른다. 임진왜란 당시 불에 타 없어졌던 문묘를 다시 세울 때 함께 심은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이 나무는 지난달 지지대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직경 90㎝와 30㎝ 정도의 가지 2개가 부러져 보수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현재는 부러진 부분 등을 보존·관리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집중호우 이후 선릉의 모습 |
이번 호우로 조선왕릉을 비롯한 사적 13건도 피해를 봤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헌릉과 인릉의 경우, 관람로 주변의 배수로와 석축 일부 구간이 유실되거나 붕괴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인릉 주변의 소나무와 오리나무도 넘어졌다.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선릉의 경우, 능침 사초지(沙草地) 좌우측면 토사가 유실됐다. 성종대왕릉은 능침 입구의 관람로 토사가 유실돼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선릉과 정릉 주차장 역시 침수돼 차량 15대가 침수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19대 숙종의 후궁 영빈 김씨(1669∼1735)를 모신 남양주 영빈묘는 봉분의 표면 상당 부분이 붕괴돼 피해가 컸다. 문화재청은 추후 보수 계획을 수립한 뒤 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남양주 영빈묘 모습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사적인 남한산성 역시 집중호우를 피하지 못했다.
수도권을 강타한 이번 폭우로 남한산성은 탐방로 토사가 유실됐고, 나무 계단 일부가 파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임진왜란 당시 권율 장군이 '세마병법'을 통해 왜군을 물리친 것으로 알려진 유적지인 오산 독산성과 세마대지는 남문과 남동1치 사이 구간 성곽이 붕괴돼 관람객 출입이 통제됐다.
이 밖에도 서울 석촌동 고분군, 고양 서오릉, 김포 장릉 등에서 나무가 쓰러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경미한 피해는 관할 지자체와 자체적으로 복구하는 한편, 응급 복구나 추가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긴급 보수 사업 신청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지역 폭우로 피해를 입은 남한산성의 모습 |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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