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출신 5선…'김종인 비대위' 시절 원내대표, 대선때 尹선대위 활동
'옛 친이계' 접점 친윤그룹과 원활소통 기대감…내홍수습·당정관계 정립 과제
대화하는 윤석열-주호영 |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 9일 국민의힘의 '비상체제 지휘봉'을 거머쥔 주호영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은 판사 출신의 5선 정치인이다. 집권초기 흔들리는 여당을 안정시킬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이다.
2004년 17대 총선 대구 수성을 선거에서 당선돼 처음 금배지를 단 뒤 지난 18년간 공백기 없는 의정활동을 이어왔다.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을 거친 보수진영 내 대표적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명박(MB) 정부 시절 특임장관, 대통령 정무특보 등을 지내 옛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된다. 마찬가지로 옛 친이계인 당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 그룹과도 가까이 소통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나이로 1960년생 동갑내기이고, 사법연수원은 9기수 선배다. 다만 정계 진출 이전에 둘 사이 별다른 개인적 인연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주 위원장은 경선캠프 선거대책위원장, 후보 선대위 조직본부장 등을 연달아 맡으며 윤 대통령에게 '공적 조력'을 이어왔지만, 상대적으로 '친윤 색채'는 옅은 편이다.
이 때문에 주 위원장은 권성동·장제원 등 '친이계 출신 윤핵관' 의원들을 통해 대통령실과 긴밀한 소통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계파 논란 등에 따른 당내 분란의 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판단이 인선에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성동·주호영 대화 |
독실한 불자로도 잘 알려진 주 위원장은 온건하고 합리적인 성품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TK(대구·경북) 지역 기반이지만, 중도보수 성향 이미지가 강하다.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의 '진박(진짜 친박) 공천'으로 컷오프됐고, 2017년 탄핵사태 때는 비박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 후 창당한 바른정당의 원내대표를 지낸 뒤 같은해 대선 직전에 복당하는 등 정치적 굴곡이 적지 않았다.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지역구를 대구 수성갑으로 옮겨 당시 여권 잠룡으로 여겨진 민주당 김부겸 후보를 꺾으며 정치적 체급을 키웠다.
그러면서 21대 국회 개원 당시 제1야당으로 출발한 미래통합당의 첫 원내 지휘봉을 거머쥐었다. 당시 주 의원이 복당한 뒤 2년 반 만에 원내사령탑에 오른 것을 두고 총선 참패 이후 보수야권의 지형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원내대표 임기 초반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의 통합 작업과 '김종인 비대위' 출범 준비 등을 이끌며 지도부 공백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직접 삼고초려해 영입했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도 임기 내내 큰 탈 없이 호흡을 맞췄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이 4·7 재보선 승리를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당대표 권한대행을 겸직한 그가 김 전 위원장의 퇴임 직전에 '다시 모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사실이 전해지며 물밑 갈등설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김종인 비대위를 잇는 당대표 선거에도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6·11 전당대회는 '30대 청년' 후보 1명(이준석 전 대표)과 여러 다선·중진급 정치인들이 맞붙는 '세대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승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권 경쟁자였던 주 위원장이 이 대표의 윤리위 징계 이후 당내 벌어진 '비상 상황'을 수습하게 됐다는 점이 공교롭다.
전대 이후 다음 행보를 가다듬으며 상당 기간 '정중동의 정지기'를 가졌던 주 위원장은 대선을 거쳐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서서히 활동을 재개해 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그를 중국 특사로 내정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현지 방역 문제로 특사단의 방중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후반기 여야 합의로 출범하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도 내정됐다. 연금개혁은 윤 대통령과 여당이 공을 들이고 있는 미래 어젠다 중 하나다.
중앙선대위 첫 회의 참석하는 윤석열 |
다만 주 위원장 인선에 대한 당내 반응에는 우려도 상존한다. 중도적이고 온건한 성품이나 계파 색채가 옅다는 '장점'은, 상대적으로 당내 세력 기반이 약하며 대립과 갈등 국면에 취약하다고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가 비대위 출범 관련 법적 대응을 예고한데다가 전당대회 룰 등을 둘러싼 당권주자들 간 경쟁도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의 어깨에 지워진 책임이 만만치 않다.
또한 당 주도권을 잃지 않으면서 윤핵관·대통령실과 '건강한 소통 관계'를 유지하며 동시에 다양한 당내 목소리를 수렴하는 '비상체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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