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봉쇄로 시련을 겪은 여성들이 출산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사진=웨이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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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에서 미디어 업종에 종사하는 클레어 장(30)은 지난봄 코로나19 봉쇄 기간을 겪으며 "중국에서 아기를 낳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장은 지난 5월 상하이 도시봉쇄 과정에서 방역 요원이 격리시설을 가지 않겠다는 한 남성을 향해 "처벌을 받으면 3대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하자, 이 남성이 "우리가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에 강한 동질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나는 내 아이가 정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불확실성의 나라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시련을 겪은 중국 여성들이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인구가 감소 추세를 들어간 가운데, 이런 경향이 출산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인구학자들을 인용해 "시민의 삶을 엄격하게 통제하면서 어떠한 발병도 즉시 근절하려는 제로 코로나 정책은 아이를 갖기 원하는 여성들의 욕구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고 전했다.
봉쇄 기간 동안 중국에선 직업을 잃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거나, 당국이 강제로 집에 들어와 격리센터로 데려갔다는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인구 통계학자들은 그런 사건을 겪으며, 삶의 통제력을 잃은 감정은 부모가 되려는 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인구통계학자 이푸셴은 "중국은 확실히 큰 정부 아래 작은 가족이 됐다"며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제로 경제', '제로 결혼', '제로 출산'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14억명에 달하는 중국의 인구는 이르면 내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인구 전문가들은 2050년까지 중국 인구는 지금보다 약 1억900만명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으며, 이는 2019년 예측치보다 3배나 빠른 속도다. 이로 인해 내년엔 인도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유엔의 다른 보고서는 중국 여성은 재정적 불안정과 코로나19 백신이 태아에 미칠 '근거 없는' 걱정, 엄격한 통제 아래서 유아를 돌보는 데 어려움을 호소했으며, 이런 요인이 첫 출산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저스틴 콜슨 유엔인구기금 중국 대표는 "내년에 아이를 가질 생각을 하고 있던 커플은 확실히 미뤘다. 확신이 없었던 커플은 무기한 연기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의 신생아 수는 1000만명 아래로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0년보다 11.5% 낮은 수치다.
올해 인구 자료는 내년에야 나올 것으로 예측되지만, 최근 일부 지역에서 우려스러운 통계가 발표되기도 했다. 중국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허난성의 전반기 출생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감소했다. 이밖에 다른 지역도 두 자릿수 이상 감소했다고 보고됐으며, 산둥성의 100만 도시 자오저우는 상반기 26%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또 출산율이 하락하며, 유모차와 유아용 침대 등 유아용품을 만드는 상당수 업체가 상반기 손실을 면치 못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2015년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한 이후 출산휴가 연장과 의료보험, 세 번째 자녀 지원금 등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인구 감소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피터 맥도널드 멜버른대 인구통계학 교수는 낮은 출산율을 유지하는 근본 원인은 중국의 뿌리 깊은 '성 불평등'이라고 꼬집었다. 세계경제포럼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146개국 중 성 불평등 부문에서 10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중국의 출산율은 1.16명으로 OECD 기준(2.1명)보다 낮으며,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베이징 소재 싱크탱크 유와 인구리서치가 지난 2월에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 여성의 자녀 출산 욕구는 세계에서 가장 낮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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