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이어 8일 경남도 문화재위원도 현장 조사 '여진'
정비사업 중인 김해 구산동 지석묘 |
(김해=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경남 김해시가 세계 최대 구산동 지석묘(고인돌·경남도기념물 제280호) 정비공사를 문화재청 협의 없이 진행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시는 지난 5일 문화재청에 이어 경남도 문화재위원들이 8일 김해시 구산동 지석묘 정비공사 현장을 찾아 지석묘 훼손 정도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김해시는 2천 년 전 금관가야 중심지다.
스스로가 '가야왕도 김해시'를 내세운다.
대성동 고분군 등 도심에 각종 유적이 산재해 있다.
지금도 각종 건설공사 과정에서 청동기, 철기시대 고분 등 유물이 흔치 않게 발굴된다.
문화재청 발굴제도과 관계자는 "문화재가 곳곳에 있는 김해시 정도 되는 지자체가 정비 명목으로 우리와 협의 없이 유적을 훼손한 점이 의아하고 답답하다"고 전했다.
고고학계에서는 김해시가 세계 최대 구산동 지석묘를 서둘러 국가사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과욕으로 급하게 정비를 하다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판단했다.
세계 최대 김해 구산동 지석묘 |
구산동 지석묘는 2006년 김해 구산동 택지지구개발사업 당시 발굴된 유적이다.
학계는 상석 무게 350t, 고인돌을 중심으로 한 묘역시설이 1천615㎡에 이르는 이 유적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고인돌로 판단했다.
김해시는 발굴 당시 지석묘 규모가 매우 크고 예산 확보 등이 어려워 도로 흙을 채워 보존했다.
김해시는 이후 도비와 시비 16억여원을 뒤늦게 확보 2020년 12월 구산동 지석묘 정비 사업을 시작했다.
시공사는 오랫동안 햇빛, 비바람에 훼손된 박석(바닥돌)을 하나하나 빼 고압 세척, 표면 강화처리를 한 후 다시 그 자리에 박아넣었다.
이 과정에서 하부 문화층(文化層·유물이 있을 수 있어 과거의 문화를 아는 데 도움이 되는 지층)을 건드리기도 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이런 정비행위 자체가 문화재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상 매장문화재 유존 지역은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현상 변경을 하려면 문화재청과 협의를 통해 별도의 문화재 보존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한다.
김해시는 구산동 지석묘가 경남도기념물인 만큼 경남도로부터 현상변경 허가만 받고 정비공사에 착수했다.
경남도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박석을 빼서 보존처리 후 다시 박아넣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유적 정비공사를 하려면 현상 변경 가능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이 꼭 필요한 데, 구산동 지석묘는 현상 변경에 해당하는 박석을 빼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검토·협의 없이 정비하다 유적이 훼손된 사례라고 봤다.
김해시는 "세세하게 챙기지 못한 점을 인정한다"며 뒤늦게 유감을 표했다.
[그래픽] 김해 세계 최대 고인돌 훼손 |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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