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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中 언급없이 “대만해협 긴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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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봉쇄훈련’ 첫 공식반응

동아일보

한-중-러 외교수장 한자리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5일(현지 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장에 들어서면서 미리 자리를 잡고 앉아 있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오른쪽에 앉아 있는 사람)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인사를 건네고 있다. 왼쪽엔 박진 외교부 장관이 앉아 있다. 프놈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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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만 봉쇄’ 훈련으로 인한 대만해협 긴장 고조와 관련해 박진 외교부 장관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뒤 우리 정부 고위급 인사의 첫 공식 반응이다. 다만 박 장관은 동시에 “하나의 중국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중국 비판 수위를 조절했다. 펠로시 의장 방한 때 한미, 한중 관계를 고려해 윤석열 대통령이 회동 대신에 전화 통화만 한 것과 같은 흐름이다. 그러나 미중 갈등 국면이 날로 첨예해지면서 정부의 외교 정책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 박진 “하나의 중국 지지”

박 장관은 5일(현지 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 회의에서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며 대만 문제를 거론했다고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밝혔다. 박 장관은 “한국은 하나의 중국 입장을 지지한다”면서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한국에 중요하며 역내 안보와 번영에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해협에서의 긴장 고조는 북한의 점증하는 안보 위협을 감안할 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그간 우리 정부는 중국을 의식해 대만 관련 발언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이번 EAS 직전에 대만 문제가 불거졌고, 참가국들이 중국 관련 발언을 내놓는 상황에서 박 장관도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

이 가운데 박 장관은 8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을 찾아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만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 고위급 인사의 첫 방중으로,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정부의 외교 방향을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방중에 앞서 박 장관은 이날 프놈펜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약식 회담을 갖고 양국 협력을 재확인했다. 박 장관은 “(한미는)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문제를 포함해 많은 면에서 같은 입장에 있다”고 했고, 블링컨 장관도 “우리 동맹은 매우 다양한 지역적, 세계적 도전에 맞서기 위해 함께 일하고 있다”고 했다.
○ 中 규탄 대열 속속 합류하는 美 동맹들

서방 국가들은 중국 규탄 대열에 속속 나서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4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만 봉쇄 훈련에 대해 “과잉 반응”이라고 비판했다.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 역시 3일 외교장관 공동성명을 내고 중국을 규탄했다. 앞서 아세안 10개국 외교장관들은 중국의 대만 봉쇄 훈련을 ‘도발’로 규정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미국과 우방국들이 대만 문제에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한국에 대한 압박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시 박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태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대면 회담이 성사되지 않은 데 대해 4일 전문가를 인용해 “국익을 지키는 조치”라며 “현 시점에서 한국은 중국을 화나게 하거나 대만 문제를 놓고 미국과 대립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프놈펜=최지 선기자 aurinko@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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