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90달러 하회…올 2월 이후 처음
여름 휴가철임에도 원유 수요 줄어
인플레 폭등發 경기 침체 공포 점증
4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2.34% 하락한 배럴당 88.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밑돈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지난 2월 초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10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이날 장중 배럴당 93.20달러까지 떨어졌다. 이 역시 2월 말 이후 최저치다.
100달러를 훌쩍 웃돌던 국제유가가 최근 급락하는 것은 경기 침체 공포 때문이다. 원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점점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전날 나온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집계를 보면, 지난달 29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446만 7000배럴 늘었다. 시장 예상치(70만배럴 감소)보다 큰 폭 증가했다. 주머니 사정이 악화한 미국인들이 여름 휴가철임에도 에너지 소비를 줄였다는 뜻이다.
그 와중에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긴축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영국 영란은행(BOE)은 이날 통화정책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에서 1.75%로 50bp(1bp=0.01%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50bp를 한꺼번에 올린 것은 1995년 2월 이후 27년여 만에 처음이다. 금리 수준을 봐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높다.
최근 연방준비제도(Fed) 고위인사들 역시 매파 언급을 쏟아내고 있다. 두 번 연속 75bp 인상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음에도 긴축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물가 폭등→공격 긴축→소비 위축→생산 감소→경기 침체의 악순환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부쩍 많아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9월 원유 증산량을 하루 10만배럴로 확 낮춘 것이 경기 침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외환거래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시장분석가는 “원유 공급량이 빡빡해 약세 흐름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도 “지지선인 배럴당 90달러를 밑돌기 시작하면 모멘텀 매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밑돌면서 주요 에너지주 주가는 급락했다. ‘석유 공룡’ 엑손모빌과 셰브런 주가는 각각 4.21%, 2.72% 하락했다.
(사진=AFP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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