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다진 듯 코스피가 어느새 2500선을 넘보고 있지만 앞서 오래 이어진 증시 부진에 '동학개미'의 탈출 행진이 뚜렷해진 모양새다.
대신 이들 자금은 이제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은행 예금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이른바 '역머니무브' 시대의 도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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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육박 코스피 7월 순매도액…2400 회복에도 '팔자' 행진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지난 7월 한달 동안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905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는 직전월인 지난 6월 개인이 코스피 주식 4조5218억원을 순매수한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앞서 국내 증시 부진이 본격화된 지난 6월은 물론이고, 코스피가 2292.01포인트에 장을 마감하며 종가 기준 연저점을 찍은 지난달 6일에도 홀로 8969억원 순매수를 나타내던 개인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흐름은 점차 약화됐다. 사는 날보다 파는 날이 더 많아져 7월 전체 21거래일 가운데 절반 이상인 12거래일을 개인은 '팔자' 행진했다. 코스피가 약 한달 만에 2400선을 회복한 지난달 21일에도 순매도로 일관했다.
주식 거래대금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감지된다. 지난 6월 개인의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6017억원에 달했는데 지난달에는 7조2438억원으로 15% 넘게 쪼그라들었다.
증시 대기자금 역시 감소세다. 투자자예탁금(55조1099억원)을 비롯해 장내파생상품거래 예수금(11조9379억원), 환매조건부채권(RP·81조1452억원), 위탁매매 미수금(2059억원), 신용거래융자 잔고(18조6431억원), 신용거래대주 잔고(785억원)의 합산금액은 지난 2일 기준 167조1205억원으로 한달 전(169조3015억원)보다 2조원 이상 축소됐다. 증시 대기자금은 연초만 해도 200조원을 넘어선 바 있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한 상승장에서 개인은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국내 증시의 주요 투자 주체로 떠올랐다. 특히 '결국엔 오른다'는 학습효과 덕분에 지수가 하락할 때도 연일 주식을 사들이던 개인이었다.
그러나 코스피는 연초 이후 약세를 거듭하며 급기야는 지난달 장중 2200대까지 진입했다. 증시 부진 피로감이 극심해진 개미들이 주식을 팔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대기자금이 쪼그라드는 것에서 또한 이제 증시 주변에서도 개인은 기다리지 않고 돈을 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사계절 사이클로 치면 현재 증시는 혹독한 가을과 겨울 사이를 나고 있는 것"이라며 "코스피는 여타 국가 대비 주가와 실적 모두가 경기 둔화 우려를 반영하며 여전히 조정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예·적금 증가분 절반이 지난달 유입분…"나비효과"
그렇다면 이탈한 자금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이는 최근 시중은행 예·적금 잔액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인 은행 예금으로 자금이 쏠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지난달말 기준 750조5658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불과 한달 만에 28조56억원이 불어난 수치다. 작년말 잔액(690조366억원) 대비 올해 증가분(60조5292억원)의 절반가량이 지난 한달 동안 유입된 돈이란 얘기다.
금리인상 기조 속에서 이자 장사 비판을 의식한 은행들의 경쟁적 예·적금 금리 상향이 이러한 역머니무브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큰 폭 상승하면서 위험자산을 찾아 주식시장으로 유입됐던 자금들이 다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안전자산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높아진 금리 레벨이 불러온 나비효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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