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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아동학대 피해와 대책

분당 초등교사 “벌칙으로 딱지 50개 접어와”…경찰, 아동학대 여부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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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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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가 2학년 초등학생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는 학부모들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내사(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분당경찰서에는 ‘성남 분당구의 A초등학교에서 2학년 학생들의 담임을 맡고 있는 50대 B교사가 아이들을 학대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사건은 지난 1일 상급 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첩됐다.

A초등학교 학부모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B교사는 지난 3월부터 20여명의 학생들이 있는 한 학급의 담임을 맡으면서 수업시간에 ‘종이 딱지’를 교구재 중 하나로 활용했다. 수학시간에 숫자를 세는 용도로 쓰였는데, 학생들은 수업마다 적정량의 딱지를 가지고 와야 했다.

문제는 딱지가 아이들에게 벌을 주는 수단으로도 쓰였다는 점이다. B교사는 학생들이 숙제를 못해오거나, 잘못한 일이 있을 때마다 딱지를 제출하게 했다. 학생들은 부족한 딱지를 직접 접어야만 했는데, 일부는 그 과정에서 과도한 양의 딱지 접기를 요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학부모 C씨는 “아이가 수업자료를 잃어버렸다는 이유로 다음 수업 때까지 50개의 딱지를 제출할 것을 지시받았다. 수업시간에 화장실을 갈 때에도 (선생님은) 딱지를 빼앗았다”면서 “이로 인해 아이가 집에서 2시간 넘도록 딱지를 접었다”고 말했다.

학부모 D씨는 “선생님이 딱지 모양이 엉망이라는 이유로 ‘불량품’이라 말하며 아이가 보는 앞에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선생님이 사소한 잘못에 큰 소리로 윽박지르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아이가 큰 충격을 받았다. 선생님은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선생님 때문에) 학교가기 싫다고 말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B교사의 이런 방식이 아동을 대상으로 한 정서적 학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학생들은 숙제를 안해오는 등 사소한 잘못에도 많게는 50개가 넘는 딱지를 접어야 했는데 8~9살 밖에 안 된 아동을 대상으로 한 훈육이라고 하기엔 지나치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학교 생활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그 중 일부는 정신과에 다니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B교사가 장애 학생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학부모들은 B교사가 아이들의 행동을 장애 학생에 빗대거나, 문제를 저지른 학생에게 “E반(가칭·장애 학생이 있는 특수학급)에 가야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학부모 F씨는 “아이를 부를 때 E반 1, E반 2, E반 3으로 번호를 붙여가며 지칭했다”면서 “인격을 형성하는 시기의 아이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까 걱정됐다”고 밝혔다.

학무모들은 결국 지난달 학교 측에 B교사의 행위가 훈육이 아닌 정서적 학대라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에도 신고가 접수됐다. 학부모들은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B교사는 “벌칙으로 딱지를 제출하게 한 것은 아이들의 올바른 생활 습관을 잡아주기 위한 일종의 학내 규칙이었다”면서 “50개를 접은 학생의 경우 지속적으로 규칙을 지키지 않아 그만큼 많이 쌓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 아이가 정상적인 수업 진행을 방해하는 행동을 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했을 때 큰 소리를 냈지만, 이에 대해선 아이들에게 충분한 양해를 구했다면서 “모두 정상적인 학습·생활지도였고 아동학대라는 학부모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장애 학생을 비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E반 1 등으로 부른 것은)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 농담으로 한 말이었고 장난치듯 함께 웃으며 넘어갔다”면서 “이후 일부 불편해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과했다”고 말했다.

A초등학교 교장은 “아동 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된 만큼 2학기에는 해당 교사와 아이들을 분리 조치할 예정”이라며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아직 정식 수사가 이뤄지기 전이다.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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