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 경기하는 펑샨샨. 그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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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LPGA 스타 펑샨샨(33)은 1년 전 홀연히 떠났다. 6월 열린 LPGA 투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이 마지막 대회였다. 다음 달 도쿄 올림픽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2021년이 마지막 시즌”이라고 선언하긴 했지만 올림픽 이후 열린 브리티시 여자오픈과 에비앙 챔피언십, CME 투어 챔피언십 같은 굵직한 대회를 외면한 채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다.
펑샨샨이 10대이던 2005년 한국에서 그를 만난 인연이 있다. 펑샨샨이 훌륭한 성과를 내고도 은퇴식 같은 것도 없이 조용히 사라질 줄은 몰랐다. 은퇴 인터뷰를 시도했는데 매니저도 같이 은퇴했는지 메일에 답장이 없었다.
그러다 1년이 지난 2일 펑샨샨은 LPGA 투어 선수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2007년 프로 생활 10년 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10년 되던 해에 세계 랭킹 1위가 되고 올림픽 메달을 땄다. 그 이후는 보너스로 한 것이다. 앞으로 젊은 선수들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팬데믹에 공식적인 이별을 못 했지만 조만간 마지막 춤을 추고 싶다.”
펑샨샨의 경쟁력이 떨어진 건 아니다. 지난해 코스가 어려운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3위, US오픈에서 4위를 했다. 13개월 경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아직 세계 랭킹 106위다.
그는 밀려서가 아니라 자진해서 떠난 것이다. 박수나 이별의 눈물 같은 것도 없이 쿨하게 사라졌다.
2012년 메이저대회인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펑샨샨. 그는 당시 한국 기업 코오롱의 후원을 받았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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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샨샨은 연습 안 하기로 유명하다. 2000년대 초반 중국 시장을 내다본 한국 골프 매니저먼트사와 계약한 적이 있다.
매니지먼트사는 “체계적으로 운동을 시키려고 전담 트레이너를 고용했는데 펑샨샨이 ‘운동하기 싫다. 도저히 못 하겠다’고 해서 포기했다”고 전했다.
펑샨샨은 LPGA 투어에서도 대회가 없으면 운동을 하지 않고, 경기 전에만 30분 정도 연습한다. 펑샨샨은 코로나로 인해 2019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클럽을 잡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16개월 만에 참가한 ANA 인스퍼레이션 1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쳤고 3위로 대회를 마쳤다.
두 달 후 펑샨샨은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에서 3~4위전을 포기했다. 펑샨샨은 “3~4위전에 힘을 빼느니 다음 주 US오픈을 위해 쉬는 게 낫다. 나이(당시 32세)도 많은 나 자신을 그런 상황으로 몰아가면 안 된다”고 했다.
3위와 4위 상금 차이는 약 3000만원이었다.
그러면서 펑샨샨은 세계랭킹 1위, 중국인의 첫 LPGA 우승, 중국인의 첫 메이저 우승, LPGA 투어 통산 상금 1200만 달러 등 빛나는 업적을 기록했다.
펑샨샨은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성과를 냈다.
박원 JTBC 골프 해설 위원은 “체력은 운동해서 나오는 힘과 잘 먹고 잘 자면서 생기는 스태미나로 구분할 수 있다. 펑샨샨은 잘 쉬면서 힘을 비축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임경빈 전 JTBC 골프 해설 위원은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백스윙이 커지면서 궤도를 벗어나 문제가 생기는데 펑샨샨은 무리하지 않고 유연성도 좋지 않아 오히려 스윙 머신처럼 일관된 스윙을 한다”고 했다.
세계 랭킹 1위가 된 이후 그 부담감에 하루 12시간씩 훈련했다는 대만의 청야니와 대조된다.
펑샨샨은 이른바 게으른 천재형이다. 타고난 재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성공은 특유의 여유도 한 몫 했다고 본다. 펑샨샨의 편지는 때론 과감하게 쉴 수 있는 여유를 되새기라는 메시지인 듯하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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