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대 소화기내과 성필수·이순규 교수팀,
백신접종 후 스스로 염증유발···자가면역간질환 국내 첫 사례
자가면역성간염·원발성담즙성 담관염 동시 발생 세계 최초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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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기저질환이 없었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간기능 이상이 생긴 환자의 간에서 자가면역간질환을 일으키는 T세포가 스스로 발현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백신이 일부 환자에게 간손상 및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기전에 대한 실마리가 세계 최초로 밝혀진 것이다.
가톨릭대학교는 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이순규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환자의 간 조직검사를 통해 이 같이 드러났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올해 4월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연구팀이 간장학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간장학 저널(Journal of Hepatology)’에 “코로나 백신 이후 이에 대한 특이 CD8+ T세포가 간손상을 유발하고, 그로 인해 자가면역간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발표한 논문을 뒷받침하는 국내 첫 사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자가면역성간염과 원발성담즙성 담관염이 동시 발생한 간 중복증후군(Overlap syndrome) 사례를 세계 최초로 보고했다는 학술적 가치를 인정 받아 ‘간장학 저널'에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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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보고된 환자는 기저 질환이나 술, 간 질환 약을 복용한 이력이 없는 57세 여성이다. 코로나19 백신 1회차 접종 2주 후 전반적으로 기력이 약해지고 피로감을 느껴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신체검사 결과는 정상이었지만 평소 정기 건강검진에서 간 기능 수치가 정상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내원 시 시행한 혈액검사 결과 간 질환을 진단하는 간 수치들의 상승 소견이 확인됐다.
원인 감별을 위해 시행한 검사에서 A·B·C·E 간염과 거대세포 바이러스, 단순 헤르페스바이러스 1·2형 등의 바이러스성 간염 검사 결과들은 음성이었다. 간 초음파에서도 특이 소견은 없었다. 반면 자가항체 검사에서 항핵항체와 항미토콘드리아 항체 양성을 보여 간중복증후군을 포함하는 자가면역간질환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의료진은 세부 진단을 위해 진행한 간 조직 생검 결과 면역세포인 T세포가 간문맥에 집중되며 침윤을 일으키고 간 조직을 괴사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형질세포 침윤, 조각괴사와 간문맥의 염증과 괴사가 문맥 주변까지 확장되어 보이는 계면간염 및 비화농성 담관염소견을 보였다. 자가면역간질환의 세부질환인 자가면역성 간염과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이 동시에 진행되는 간 중복증후군임을 확인한 것이다.
환자는 이러한 종합 소견을 토대로 간 중복증후군으로 진단받고, 고용량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을 포함한 치료 후 2주만에 정상 간수치로 회복됐다.
이순규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백신이후 면역반응에 의한 간 손상, 간기능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기전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환자를 진료할 때 자세한 문진과 검사를 통해 이를 감별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필수 교수는 “이번 논문은 백신 이후 발생한 간 중복증후군에 대한 최초 보고로서 면역반응과 면역 간질환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과 확인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간질환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가면역간질환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본인의 간세포 역시 유해하다고 판단해 스스로 염증을 만드는 질환이다. 발병 초기 피로감, 오심, 구토, 식욕 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일부 환자는 황달이 발생하지만 증상이 전혀 없는 환자도 있다. 이 경우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부종, 혈액응고 장애, 정맥류 출혈과 같은 합병증이 진행된 뒤에야 병원을 찾게 되는데 하나의 검사로 진단할 수 없어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혈액검사, 간조직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종합하고 점수를 매겨 진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병변 부위에 따라 간세포가 손상되는 자가면역감염과 담도 및 담도세포가 손상되는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 등이 발생하는데, 2가지 이상 질환이 발병하는 경우를 중복증후군으로 분류한다.
이 중 자가면역간염은 초기에 진단해 치료하면 결과가 좋지만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15년 내 환자의 절반 가량이 간경변증으로 발전하므로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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