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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물가 정점은 아직, 경기둔화는 성큼…주름살 깊어지는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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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자 기대인플레 4.7% 역대 최대

IMF는 세계 물가정점 3분기로 늦춰

경기 침체 우려에 통화긴축 지속 고심


한겨레

27일(현지시각) 호주 시드니의 한 쇼핑몰에 생선이 진열돼 있다. 호주 통계청(ABS)은 호주의 지난 6월 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대비 6.1% 상승해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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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와의 전쟁’에 한창인 중앙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정점 시기는 아직 불투명한 가운데 경기 침체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고 있어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커진 불확실성은 답을 내리기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내년에는 물가와 경기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 “인플레이션, 더 오래 더 높게 간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가계의 향후 1년에 대한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보다 0.8%포인트 오른 4.7%였다. 앞으로 1년간 물가가 그만큼 뛸 것으로 예상한다는 얘기다. 2008년 7월 한은이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전월 대비 상승폭도 지난달(0.6%포인트)에 이어 두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은의 사상 첫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도 기대 인플레이션을 꺾지 못한 모양새다. 이번 조사는 한은이 빅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은 뒤인 지난 11∼18일 25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20∼30%는 아예 한은이 금리 인상을 발표한 13일 이후에 응답했다고 한다. 서영경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이날 “한은의 빅스텝이 (기대 인플레이션에) 충분히 반영되지는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요 기관들이 예상하는 물가 정점 시기도 늦춰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6일(현지시각) ‘세계 경제 전망’ 수정본을 내어 올해 3분기 전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7.7%에서 9.0%로 고쳤다. 인플레이션은 기존에 예상했던 2분기가 아닌 3분기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정점이 지난 4분기에도 물가 상승률이 8.3%에 이를 것이라고 봤다. 인플레이션이 앞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모두 중앙은행이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이어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이 6%를 넘고)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4%를 넘는 상황에서는 경기와 관련 없이 물가부터 먼저 잡아야 된다”고 말한 바 있다.

■ 물가냐, 경기냐…“내년엔 상충관계 심해질듯”


문제는 경기 전망이 하루가 다르게 어두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가스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연합(EU)에 대한 우려가 높다.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은 지난 25일(현지시각)부터 가스관 노르드스트림1을 통한 수송량을 1년 전의 20%로 줄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미 40%로 줄었던 공급량이 이제 그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 여파로 유럽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이틀 만에 30%가량 치솟았다. 이제 시장에서는 유럽이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상승)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도 올해 2분기에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중앙은행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가파른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수반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탓이다. 물가와 경기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영경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이날 강연에서 “내년에는 경제 성장과 물가 간의 트레이드-오프(상충) 관계가 심화하면서 정책 결정에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성장과 물가의 경로 등을) 조심스럽게 점검하면서 적절한 통화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도 지난 13일 “만일 성장률이 더 떨어지고 물가가 변한다면 (통화정책 기조의 변경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의 금리 인상 경로는 최근 더욱 불투명해졌다. 금리선물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가 내년 1분기에 정책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2024년 인하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 연준의 지난달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와는 차이가 크다. 이날 오후 3시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를 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 금리 전망치 가중평균은 내년 2월 3.37∼3.62%에서 고점을 기록했다. 내년 3월 전망치는 3.31∼3.56%로 그보다 낮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인용해 “당분간 연준이 명확한 금리 가이던스(전망치)를 제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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