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온라인에서는 정부 지침 모르겠다며 '각자도생'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중구 서울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임시선별검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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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유행으로 하루 확진자가 3개월 만에 10만명을 육박한 가운데 방역 당국이 마땅한 대안은 내놓지 못한 채 사적 모임 인원·시간 제한 위주의 통제식 방역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내비쳤다.
뉴스1에 따르면 국민 자율에만 맡기는 방역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거리두기 조치 회귀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동의하나 윤석열 정부가 줄곧 강조해 온 '과학방역'이 '각자도생'으로 오해를 샀다는 이유에서다.
일률적 제한 조치 없이 맞는 첫 번째 재유행이자 여름 휴가철을 코앞에 둔 만큼 감염 우려가 큰 축제, 행사에 대한 방역 관리는 강화하고 숨은 감염자를 찾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할 때라는 조언이 잇따른다.
27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마침내 1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전날(26일) 오후 9시 기준 전국 17개 시·도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이미 9만7396명으로 10만명에 육박했다. 이날 확진자는 전날 9만9327명 기록을 넘어 지난 4월 20일 11만1291명 이후 98일만에 최다를 기록하게 된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모임인원이나 시간제한 같은 일률적 제한 조치 없이 맞는 첫 번째 재유행이다. 방역 참여와 연대로 재유행 위기를 넘고 지속 가능한 일상을 회복하도록 공동체 모두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일상회복을 지속하는 동시에 재유행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과 참여로 유행을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일부 기업들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방역 강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면서 기존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유행을 막기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고,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과학방역'을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가 묘안 없이 마스크 착용, 아프면 쉬기 등 '원론'만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국이 이날 '자율적인 거리두기 실천 방안'을 발표하지만, 국민 자율에 거듭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4차 접종 확대 등 재유행 대비 방역·의료 대응책을 실행 중이지만 전파 속도나 유행 규모에 영향을 줄 조치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 전공)는 "지난 정부에서 하던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정부가 과학방역을 안 했던 것도 아니다"라며 "시의적절한 방역이 중요한데 지금 정부 정책은 적절해 보이지만 과학적 근거를 기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을 지낸 윤태호 부산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감염병 대응에 있어 중요한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며 "국가 주도와 국가 책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안정적인 메시지를 내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그 메시지가 아직 국민이 납득할 만큼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께서 불안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러니 여권 내부에서도 정부의 방역 대책에 대해 전날 쓴소리를 내놨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전문가 주도형 방역을 강조했고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정부의 소통 능력을 꼬집었다.
안 의원은 '반복되는 팬데믹 시대의 과학적 방역과 백신주권'을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제3차 민·당·정 토론회에서 "질병관리청장이 이 분야 최고 전문가인데 청장에게 전권을 주고 힘을 실어주는 게 과학방역"이라며 현행 체계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권 원내대표 역시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온라인에서는 정부 지침을 모르겠다며 각자도생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정례 브리핑 횟수를 늘리고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국은 여름철 재유행을 전망하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길어진 유행에 지친 국민을 앞에 두고 유행의 속도를 늦추거나 규모를 줄일 방안에 대해선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셈이다. 오히려 경각심만 더 느슨하게 만들었다.
진단검사 비용은 부담되고 확진자 격리 의무를 확인하는 시스템도 유명무실한 데다 지원금 지급도 줄이면서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은 감염자가 많을 수 있다. 임시 선별검사소 설치도 확진자 추이를 보고 나서야 결정돼, 방역 조치가 한 박자 늦다는 비판 여론이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자가키트 양성이라도 치료받을 게 없다는 생각에 일상을 이어가거나 검사받지 않는 이들이 많다"며 "요양병원·시설은 물론이거니와 다수가 모이는 행사, 군부대, 학교 등의 집단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할 때"라고 제안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정책 비용과 효과를 고려해 수용 가능한 정책을 펴야 한다"면서도 "(다만) 정책 효과를 정확히 맞추는 것은 어렵다. 다양한 측면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국민이 수용할 정책을 사전에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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