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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동학개미 떨게 한 삼성 파운드리 분사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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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또다시 분사설에 휘말렸다. 최근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해 주목받는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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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 분사설이 제기돼 이목을 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분사설은 어제오늘 제기됐던 이슈가 아니지만 이번에는 아이디어를 생산한 주체가 삼성의 금융 계열사인 삼성증권이라는 점에서 파급력이 달랐다. 재계와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분사설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간다.

최근 삼성증권은 ‘지정학 패러다임 변화와 산업’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팀장과 황민성 삼성증권 테크팀장이 공동 집필했다.

이 보고서가 삼성의 파운드리 분사 이슈만을 집중 분석한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일본 사례를 들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돌아봤다. 메모리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국이 세계 시장점유율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일본의 실수를 되풀이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일본은 품질 제일주의에 빠져 효율성과 원가 절감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 패착”이라며 “한국도 중국과 원가 경쟁력을 놓고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마지막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추종자 입장인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보다 공격적인 전략을 당부했다. “파운드리의 경우 고객과의 접점이 더욱 중요하므로 현재 삼성전자가 미국에 공장을 추가적으로 설립하는 것처럼 적극적인 현지화가 필요하다”며 “유럽에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슈로 떠오른 반도체 인력 수급난과 관련, 보상 방법을 강조하면서 파운드리 분사를 제안했다. 인텔의 낸드 부문을 인수한 후 미국에서 상장을 시도 중인 SK의 예를 들며 “회사가 잘되고 주가가 상승하면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이 필요하다”며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부문을 분사해 미국에 상장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해외 우수 인력을 흡수하고 뛰어난 엔지니어를 육성하려면 새로운 환경과 자극제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분사설은 느닷없이 불거진 이슈가 아니다. 지난해에도 분사설이 떠돈 적 있지만 지라시 형태로 신뢰도가 낮았다.

다만, 이번에는 삼성의 금융 계열사인 삼성증권에서 파운드리 분사를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제안했다는 점에서 증권가에서도 뒷말이 오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업계에서 삼성증권은 보수적인 기조로 잘 알려진 곳인데 파운드리 분사 같은 예민한 이슈를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부터가 예사롭지 않다”며 “분사설을 회자시키며 시장의 반응을 슬쩍 살피려 한 것 같다”고 촌평했다.

매경이코노미

▶메모리서 닦은 역량만으론 한계

▷차별적 조직관리로 설계 역량 키워야

반도체업계와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의 파운드리 분사가 시기의 문제일 뿐 사실상 방향은 정해진 이슈라는 데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아래 종속된 현 조직 구조로는 독립적인 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 어렵다. 무엇보다 현 조직 구조로는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의 기술 유출 우려를 불식하는 것부터 난제다. 글로벌 팹리스 업체는 반도체 핵심 자산인 설계도를 경쟁 기업인 삼성전자에 맡기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파운드리 사업을 벌이는 TSMC가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지 않는 이유다.

메모리와 비메모리에서 요구되는 혁신 역량이 서로 다르다는 점도 삼성을 괴롭히는 딜레마다. 삼성은 메모리 시장에서 익숙한 혁신에 몰두하며 탁월한 성과를 거둬왔다. 표준화한 대량생산 체제를 기반으로 한 메모리 산업에서는 중앙 집중적인 개발 방식이 요구된다. 반면, 비메모리 산업에서는 반도체 밑그림을 설계하고 이를 고객 요구에 맞춰 양산 가능하도록 세부적인 공정 프로세스를 재규정하는 등 고도의 설계 역량이 요구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엄밀히 말해 현재 삼성의 파운드리는 시스템LSI 사업부의 내부거래를 제외하면 TSMC가 케파 초과로 받지 못하는 물량을 겨우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TSMC 말고 5나노 이하 선단 공정이 가능한 회사는 사실상 삼성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언제까지 TSMC가 못 받은 걸 수주하는 데 만족해야 하느냐’는 자조적 반응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최근 반도체 산업 환경이 점차 삼성 같은 종합반도체(IDM) 회사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도 파운드리 분사설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다. 과거에는 PC와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만으로도 ‘슈퍼 사이클’을 누렸지만 작금의 반도체 산업은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요약하자면 종합주의 조직보다는 전문주의 조직이 생존에 더욱 유리한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가 적용되는 각종 IT 기기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표준화된 생산능력으로는 특정 용도와 목적에 맞게 특화한 수요에 대응하기 힘들어졌다. 가령, 자율주행이나 인공지능(AI) 등의 영역에 쓰이는 반도체는 설계와 디자인이 모두 제각각이고 설계와 공정의 난도가 무척 높다. 이에 따라, 반도체 산업은 종합반도체 중심의 IDM 모델에서 팹리스(Fabless) 또는 팹라이트(Fablite) 모델로 점차 변모 중이다. 팹라이트는 종합반도체 회사에서 추가 설비 투자를 포기하고 팹리스 기능을 더욱 강조한 사실상 팹리스 회사로 최근에 두드러진 현상이다. 팹리스는 팹(제조 시설) 없이 설계만 집중하는 영국의 ARM 같은 기업을 떠올리면 된다.

메모리 공정의 초미세화로 갈수록 수익성이 위협받는다는 점도 산업 분화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메모리 시장에서는 물리적으로 공정 기술 한계에 직면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미세 공정 고도화로 공정비용이 치솟아 집적도를 더욱 높여도 비용 회수가 녹록지 않다. 가령, 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장비는 대당 수천억원을 호가한다. 무작정 집적도를 높여봐야 ‘사업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에서는 반도체 미세화가 난제 중 난제다. 더 큰 문제는 발열이다. 집적도가 높아지면 열이 흩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개별 트랜지스터에서 나오는 열도 증가한다. 삼성이 발열 잡기에 사활을 건 이유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미세화가 진행되면서 제조 기술의 난도는 높아지고 투자 부담은 더욱 커졌다”며 “파운드리 역시 기본적으로는 반도체 경기에 좌우되겠지만 메모리 산업보다는 성장성이 더 높은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와 증시 상장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는 험로가 예상된다. 우선 분사 뒤 파운드리 사업부가 독자적으로 막대한 설비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떠오른다. 지금은 메모리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을 지렛대 삼아 TSMC와 사활을 건 투자 레이스를 펼치는 중이다. 그럼에도 TSMC에 견줘 투자 규모가 부족하다.

또, 국내 상장은 여러모로 고려하기 힘든 선택지다. 코스피에서 삼성전자가 갖는 위상과 600만명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고려하면 물적분할과 알짜 사업부 상장에 따른 반발 여론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다만, 나스닥 상장 때는 국내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모기업인 삼성전자 주가가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총 100조~200조원 정도만 평가받아도 TSMC와 충분히 설비 투자 경쟁에서 겨뤄볼 만할 것”이라며 “이미 한 차례 기술 전략에 변화를 줄 기회를 놓친 마당에 분할과 상장마저 적기에 단행하지 못한다면 삼성의 초격차 전략은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9호 (2022.07.27~2022.08.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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