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민주인사 4명 사형집행

표 제야 또 전 의원. AP연합뉴스

미얀마 군사정권이 반체제인사 4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미얀마에서 사형이 집행된 것은 1976년 이후 처음이라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전했다. 공포감을 조성해 미얀마 민주 진영의 저항을 꺾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얀마 관영 글로벌뉴라이트오브미얀마는 25일(현지시간) 군정이 민주진영의 표 제야 또(41) 전 의원과 시민활동가 초 민 유(53) 등 양곤 인세인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4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고 보도했다.

정확한 사형 집행 시기와 방법은 공개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이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수감자들의 가족들이 지난 22일 교도소를 방문했으며 이 중 한 명은 줌으로 수감자와 통화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표 제야 또 전 의원은 군부에 의해 축출돼 독방에 구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정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이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 힙합 가수로 활동했던 그는 체제 전복적인 가사 때문에 당시 군사 정부의 눈밖에 나 수감 생활을 하기도 했다. 2000년 그가 내놓은 앨범은 미얀마 최초의 랩 음반이다. 이후 2015년 선거에서 수치 국가고문의 NLD를 대표하는 의원으로 선출돼, 문민 통치로의 전환에 앞장섰다.

시만활동가 초 민 유. AP연합뉴스

‘지미’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진 초 민 유는 1988년 반독재 민주화 시위를 이끈 ‘88세대’ 핵심 인물로, 이미 20년 넘게 수감 생활을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쿠데타가 발생하자 다시 최전선에 서서 반군부 활동을 이끌어왔다. 미국 소설가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와 <천사와 악마>를 번역한 번역가이자 베스트셀러 자기계발서를 쓴 작가이기도 하다.

표 제야 또 전 의원과 초 민 유는 지난해 11월과 10월에 각각 체포돼 올해 1월 반테러법 위반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함께 처형된 다른 두 사람은 미얀마 군정의 첩자로 의심되는 여성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군정은 지난달 3일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테러 행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선고된 사형 집행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의장인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지난달 11일 사형 집행 중단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으나 군정은 사형 집행을 밀어붙였다.

군부는 가족들에게도 사형 집행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표 제야 또 전 의원의 아내는 로이터통신에 남편이 사형됐다는 소식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교도소 측에 시신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앞서 미얀마 군부는 민주진영이 압승한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면서 지난해 2월 쿠데타를 일으켰다. 군정은 권력을 잡은 뒤 저항하는 시민들을 유혈 진압해왔다. 미얀마 인권상황을 감시하는 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군부 폭력으로 숨진 사람은 2100명이 넘는다. 쿠데타 이후 사형 판결을 받은 사람도 100명이 넘는다.

미얀마 민주 세력을 이끄는 국민통합정부(NUG)와 인권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초 조 NUG 대통령실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군부의 잔혹성을 규탄한다”며 “국제사회가 그들의 잔혹성을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포티파이라이츠의 매튜 스미스 대표는 “이처럼 참혹한 사형은 살인”이라면서 “인간성에 대한 군부의 지속적인 범죄”라고 말했다. 에르윈 반 데르 보르트 국제앰네스티 국장은 “이번에 사형된 네 사람은 군사법정의 불공정한 비밀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면서 “비슷한 재판을 받고 사형을 기다리는 이들이 100명이나 되는 만큼 국제사회가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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