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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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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대구에, 마음은 콩밭에…홍준표의 꿈은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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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

다섯번 일어선 오뚝이, 다음 행선지는?

대구 시정보다 중앙 정치에 관심

차기 위해 보수 적통성 노리는 듯

쓰러져도 일어서는 오뚝이 정치인

실용·유연 정책, 윤통과 대조 눈길


한겨레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제2차 전당대회에서 대선 주자로 나선 홍준표 후보가 윤석열 후보(뒷모습)와 포옹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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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앞서고도 여론조사에서 뒤져 이명박 후보에게 패배했습니다. 승복했습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 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습니다. 박근혜 의원은 “국민의 미국 쇠고기 반대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국민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바로잡는 것이 정부의 마땅한 자세”라고 했습니다. 국민 편에 선 것입니다. 박근혜 의원은 그 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2012년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줄곧 여당 안에서 야당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2021년 11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홍준표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앞서고도 선거인단 투표에서 뒤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패배했습니다. 승복했습니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 취임 두달 만에 인사 파동, 경제 위기, 여권 내부 갈등이 겹치며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습니다. 그사이 국회의원에서 광역단체장으로 신분이 바뀐 홍준표 대구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감쌌다가 비판했다가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습니다. 홍준표 시장은 2027년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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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방? ‘보수의 심장’ 택한 까닭


홍준표 시장은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2027년 대선에 다시 나서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습니다. 2022년 1월 유튜브 ‘홍카콜라’에서 “만약 다음 대선에 한번 더 도전하려면 여의도에 계속 있는 게 좋겠냐, 중앙 정치에서 패퇴했기 때문에 하방을 하는 것이 옳으냐, 그건 3월9일 이후에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3월10일 인터넷 플랫폼 ‘청년의 꿈’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정권교체가 되었습니다. 중앙 정치는 윤석열 당선자에게 맡기고 저는 하방을 하고자 합니다. 대한민국 리모델링 꿈이 좌절된 지금 제가 할 일은 나를 키워준 대구부터 리모델링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서 하방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3월31일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할 때도 “천하 경영의 포부를 대구 시정에서 먼저 시작하겠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니다.

하방(下放)은 중국에서 고위 공직자들을 농촌이나 공장으로 보내 혹독한 노동을 하도록 한 것입니다. 당연히 하방된 사람은 중앙의 정치에 관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홍준표 시장은 스스로 대구시장으로 ‘하방’했다고 하면서도 오히려 중앙 정치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6월1일 대구시장 당선 이후 지금까지 페이스북에 쓴 글을 살펴보면 대구 시정에 관한 것보다 중앙 정치에 관해 쓴 것이 훨씬 더 많습니다. 몇개만 소개하겠습니다.



6월10일 “유명무실한 공수처는 이제 폐지할 때가 됐다.”

6월13일 “가까스로 정권교체를 이루고 국민의 도움으로 지방선거에도 선전했으면 당이 하나가 되어 정권의 기초를 다지는 데 전념해야 한다.”

6월17일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에서 코드 인사로 임명된 정무직들은 당연히 퇴직해야 한다.”

6월23일 “행안부에 경찰국을 두어 법무부와 같이 행안부 장관이 경찰 인사와 예산을 관장하려고 하는데 경찰이 반발하는 것은 조직 체계상 참 이해하기 어렵다.”

7월8일 “당 내분 사태를 중재하는 중진 의원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아 참 안타깝다.”

7월8일 “(이준석 대표는) 대표직 사퇴하지 말고 6개월간 직무대행 체제를 지켜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라.”

7월11일 “8·15 광복절에는 국민 대통합을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님을 비롯해 여야 정치권 인사들을 대대적으로 사면하고, 경제 대도약을 위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비롯해 경제계 인사들도 대사면을 해야 한다.”

7월17일 “갓 출범한 윤 정권이 갈팡질팡하면 도와줄 생각을 해야지, 또 개혁적 보수 내세워 박근혜 정권 데자뷔 만들려고 하나?”

7월19일 “가장 고생하고 힘든 세월을 보낸 김성태 염동열 전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처분이라니 이건 본말 전도이고 적반하장이다.”

7월21일 “(윤석열 대통령은) 친인척 관리를 위해 특별감찰관을 조속히 임명하라. 꼴사나운 윤핵관들의 행태도 경고하라. 한국 대통령의 몰락은 언제나 측근 발호와 친인척 발호에서 비롯된다.”

어떻습니까? 공수처 폐지 주장, 당내 갈등 비판,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고위 공직자 사퇴 요구, 행안부 경찰국 설치 찬성,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요구, 이준석 대표에 대한 조언, 유승민 전 의원 비판, 김성태·염동열 전 의원 징계 비판, 김건희 여사에 대한 충고 등 온갖 정치 현안에 끼어들고 있습니다. 대체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내용인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걱정과 조언도 빠뜨리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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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6월1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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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시장이 이런 자세를 취하는 것은 대구시장으로 내려가서도 중앙 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을 잃지 않으려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대구시장으로 내려간 것이 애초부터 진짜 하방이 아니라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한 전략적 포석이었던 것입니다. 대구는 이른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지역임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홍준표 시장은 42살에 국회의원에 당선돼 지금까지 26년 동안 5선 국회의원, 원내대표, 당대표, 경남지사, 대선 후보를 했습니다. 그 정도 화려한 관록을 쌓고서도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경선에서, 그것도 당심 경쟁에서 패배한 것은 기존의 정치 문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본인도 자존심이 무척 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홍준표 시장은 쉽사리 좌절하고 포기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그의 인생이 그랬습니다. 홍준표라는 정치인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오뚝이 혹은 ‘독고다이’


저는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한겨레> 사회부 법조팀에서 근무할 때 홍준표 검사를 처음 알았습니다. 참 특이한 취재원이었습니다. 특수부 검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는데 권위적이지 않고 소탈했습니다. 정의감이 강하면서 허풍도 셌습니다.

전두환 정권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참여 경력이 있는 검찰 고위 간부를 공공연하게 비판했습니다. 마약을 한다는 소문이 돌던 재벌 회장을 잡아넣겠다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습니다. 기자들과 술 마시기를 좋아했는데 취하지는 않았습니다. 술집이 문을 닫으면 일행을 자신의 집에 데리고 가기도 했습니다. 한밤중에 부인에게 술상을 내오라며 호기를 부리던 장면이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나이 많은 분께 결례되는 표현이지만, 그에게는 ‘귀여운 꼰대’의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그는 검사를 그만두고 김영삼 대통령에게 발탁돼 1996년 서울 송파갑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그러나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고 1999년 의원직을 사퇴했습니다. 그러나 사면·복권으로 2001년 서울 동대문을 재선거에서 당선됐습니다. 첫번째 재기입니다.

이후 동대문을에서 계속 당선되며 원내대표·당대표가 됐습니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지는 바람에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2012년 4월 19대 총선에서도 낙선했습니다. 하지만 2012년 12월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됐습니다. 두번째 재기입니다.

2017년 5·9 대선에서는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했는데 곧바로 돌아와 7월에 당대표로 선출됐습니다. 세번째 재기입니다.

2018년 지방선거 참패로 대표에서 물러났습니다.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서 밀렸는데도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네번째 재기입니다.

그 뒤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경선에서 패배하자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된 것입니다. 다섯번째 재기입니다. 정말 오뚝이 같은 정치인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홍준표 시장은 여러 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대조적인 리더십을 가진 인물입니다. 조직에 기대지 않고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독고다이’를 자처합니다. 정책에서 실용적이고 유연합니다. 민심을 두려워할 줄 압니다. 잘못한 일은 사과할 줄도 압니다. 계파 정치를 하지 않아서 국민의힘 안에 세력은 별로 없는데도 오랫동안 정치를 했기 때문에 정무 감각이 매우 뛰어납니다.

특히 보수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20대 청년층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압니다. 지금도 ‘청년의 꿈’에서 청년들과 직접 대화하고 있습니다. 만약 홍준표 시장이 대통령이었다면 취임 두달 만에 국정 지지율이 30%대로 주저앉는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렇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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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꿈 향해, 저격수는 이제 그만?


마무리하겠습니다. 홍준표 시장은 2005년 <나 돌아가고 싶다>라는 제목의 자전적 에세이집을 낸 적이 있습니다. 이른바 ‘돼지 흥분제 사건’으로 논란이 됐던 그 책입니다. 그는 서문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남은 세월은 더 열심히 생각하고 더 성실히 살고 더 충실하게 인생을 즐기고 검사가 아닌, 저격수가 아닌, 꿈꾸는 로맨티스트로 세상 사람들에게 기억되기를 바라면서 이 작은 수필집을 내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에게 주고자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과연 ‘꿈꾸는 로맨티스트’로 세상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을까요? 홍준표의 꿈은 이루어질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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