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광 엄마와 벗어나려는 딸이 빚는 팽팽한 긴장감
웹툰 '똑 닮은 딸' |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엄마, 나 엄마를 정말 사랑하지만 견딜 수 없게 미워요. 당장이라도 이 계단에서 떨어뜨리고 싶을 만큼.'
딸과 엄마 사이는 '애증'이라는 모순적인 단어로도 정의하기 어려운 복잡다단한 관계다.
모녀는 서로를 동일시하는 탓에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고, 죽도록 싸우면서도 끊어내지 못한다.
웹툰 '똑 닮은 딸'은 언뜻 사소해 보이는 주제인 모녀 갈등을 스릴러의 소재로 끌어온 작품이다.
주인공인 길소명은 전 과목 만점을 놓치지 않는 모범생이며, 소명의 엄마는 사범대 정교수로 임용된 커리어우먼이다.
이 완벽해 보이는 가정에는 두 개의 빈칸이 있다. 하나는 아버지가 실종된 일이고, 또 하나는 남동생이 돌연 익사한 것이다.
소명은 남동생이 엄마한테 사과주스를 받아먹은 뒤 사고가 일어났고, 심폐소생술을 할 때 입에서 물이 흘러나오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엄마가 평소 마땅찮아 하던 동생을 독살한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을 지우지 못한다.
또 중학교 3학년 때 자신을 은근히 따돌리고 누명을 씌우려고 했던 친구 서남수가 엄마와 대화를 나눈 뒤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한층 큰 공포심에 휩싸인다.
하지만 아직 학생인 소명이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증거도 없다.
엄마는 소명의 치아교정부터 학원 스케줄, 진학, 장래까지 모두 짜놓고 있으며, 위치추적 앱을 몰래 깔아 딸의 행적을 확인하는 통제광이기도 하다.
소명은 완벽한 딸이 되지 않으면 자신도 살해당할 것이라는 피해망상에 가까운 생각 속에 계단에서 엄마를 밀어버릴까 하는 충동에 휩싸이기도 한다.
웹툰 '똑 닮은 딸' |
스릴러의 소재로 모녀 관계를 잡았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기발함과 영리함이 엿보인다.
특별한 상황을 가정한 범죄물이나 좀비물과는 달리 한 번쯤 겪어봤을 엄마의 통제와 기대, 실망에 자녀가 느끼는 두려움을 섞어 많은 사람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서스펜스를 짰다.
소명은 무서운 엄마에게서 벗어나고 싶어서 기숙사가 있는 영재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했다가 낙방한다.
이때 '성인이 되면, 집에서 독립하면? 돈을 벌게 되면? 결혼이라도 해서 나가 살면? 죽으면 그때는 해방될 수 있을까?'라고 한 소명의 독백은 사춘기 독자들도 생각해봤을 법한 대사다.
'똑 닮은 딸'이라는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소명이 순간순간 자신이 증오하는 엄마와 비슷한 행동을 한다는 점도 오싹한 부분이다.
소명은 남수를 보호하겠다며 위치추적을 해가며 자신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데 이런 행동이 자신의 엄마와 다를 바 없다. 그토록 미워하던 엄마의 모습과 똑같이 행동한다는 걸 애써 외면하는 소명의 얼굴이 낯설지 않다.
이 작품은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이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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