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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항공운항증명 50일째 ‘감감’… 이스타항공 직원들 “생계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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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인데 비행기를 못 띄우니 조종사들이 택배 상하차, 대리 알바를 전전하는 상황입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A씨


이스타항공이 기업회생절차를 마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항공운항증명(AOC)을 받지 못해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일 AOC 발급 심사의 최종 관문인 비상탈출 시험까지 성공적으로 통과했지만, 50일째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국토교통부는 이스타항공이 제출한 회계 자료에 허위 내용이 있다며 특별 조사에 들어갔다.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만난 객실·운항·일반·정비 부문 직원들은 AOC 발급에 생계가 걸려있다며 정부에 조속한 발급을 호소했다. 일종의 안전 면허인 AOC가 있어야 비행기를 띄울 수 있고, 매출이 생겨야 급여 정상화와 휴업 직원 복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직군 직원 B씨는 “(AOC 발급은) 급여와 휴업 수당까지 반납하며 고통 분담 중인 직원뿐 아니라 협력사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라며 “비상탈출 시험 후 빠르면 보름 내 발급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2개월 가까이 아무런 소식이 없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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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본사 모습. /이스타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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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에어서울 등 다른 항공사들은 비상탈출 시험 후 수주 내 AOC를 발급받은 바 있다. 이스타항공은 AOC를 새로 발급받는 게 아니라 2020년 5월 경영난에 따른 운항 중단으로 효력이 상실된 AOC를 재발급 받는 것이다. 일반직군 직원 C씨는 “항공사들이 가장 바쁜 시기가 휴가철인 7~8월인데, AOC 발급만 기다리느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애가 탄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AOC 지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국토부의 회계 조사에 대해 “충분히 해명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이 작년 12월에 제출한 회계자료와 올해 5월 금감원에 공시한 회계 자료의 금액 차이가 크다며 사실상 AOC 심사를 중단하고 특별 조사에 들어갔다. 이전 회계 자료에선 이스타항공이 자본 잠식 상태가 아닌 것으로 나왔는데, 공시된 자료엔 완전 자본 잠식으로 나왔다.

직원 C씨는 “국토부가 지적한 부분은 회계 장부상 결손금이 2800억원 늘었다는 것인데, 2020년 경영난으로 전산망 가동이 멈추면서 당시 회계 내역을 입력할 수가 없었고, 회계 직원들도 회사를 그만두면서 회계 결산이 불가능했던 상황”이라며 “그동안 리스비와 급여 등 고정비가 쌓이면서 결손금이 누적돼 금액 차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직원 B씨는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이어진 국토부 조사에 이런 상황을 충분히 해명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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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근무하는 모습. /이스타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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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직원들은 AOC 발급이 기약없이 미뤄지면서 생계를 걱정하는 직원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객실 승무원 D씨는 “비행기를 띄울 수 없는 탓에 승무원 130명 중 110명이 휴직 중”이라며 “회사를 살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휴직 수당까지 전액 반납하고 있는데, AOC 발급이 늦어지면서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조종사 A씨는 “동료 조종사들이 택배 상하차, 대리 기사 등 단기 알바로 생계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며 “일용직으로 일하다 부상을 당하는 조종사들도 있다”고 했다.

조업사와 여행사 등 협력업체 수십곳까지 AOC 지연의 연쇄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게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설명이다. 직원 B씨는 “항공사가 AOC를 발급받기 위해선 협력사들까지 필수 장비와 인력을 모두 갖춰야 하고, 국토부의 AOC 심사 항목에도 포함돼 있다”며 “이를 위해 협력사들이 수십억원을 투자해 장비를 구입하고 직원들까지 새로 채용했는데, AOC 발급이 늦어지면서 극심한 경영난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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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여객기. /이스타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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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역시 매달 항공기 리스비 등 고정비가 50억원씩 나가면서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매출 발생 없이 매일 1억~2억원의 비용이 지출되는 셈이다. 정비사 E씨는 “AOC가 발급돼도 항공기를 띄우는 데 노선 허가와 운임 고지 등 2~3주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AOC 발급에 회사뿐 아니라 협력사, 직원들의 생계까지 걸려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성정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창업자인 이상직 전 의원과 완전히 무관한 회사가 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종사 A씨는 “지난해 회생법원이 회생계획안을 승인하면서 이상직 전 의원 일가가 보유한 주식은 전량 소각됐고, 지금은 ㈜성정이 대주주”라며 “이 전 의원과는 완전히 무관한 회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생이 절실한 회사가 자꾸 외부적인 문제와 결부돼 직원들의 속이 터진다”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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