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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벼랑 끝 파업’ 배경은 조선업의 열악한 고용상황···지난 정부 5700억원 투입했으나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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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9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농성중인 유최안 대우조선 하청지회 부지부장의 모습. 민주노총 금속노조 하청지회의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 점거 사태는 20일로 49일째 이어지고 있다. 거제 |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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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이대로는 살 수 없다”며 지난달 2일부터 벼랑 끝 파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가 ‘불법 파업’ 운운하며 공권력 투입을 시사하고 있지만 하청노동자들은 물러설 기미가 없다.

하청노동자들의 ‘끝장 파업’ 배경에는 조선산업의 침체, 이로 인한 고용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5~6년 동안 일터를 떠난 하청노동자만 7만6000명이다. 경력 10년이 넘는 숙련공도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조선산업 침체에 따라 고용사정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 2016년부터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최소 5700억원 이상의 정부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고용지표는 나아지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2016년부터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


노동부가 2019년 작성한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추진성과’ 자료를 보면 정부는 2016년 6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총 5700여억원을 투입했다. 이 중 사업주에게 지급하는 고용유지 관련 지원금이 2200여억원이었다. 세부적으로는 고용유지지원금 689억원, 사업주 직업훈련 지원 218억원, 근로자 생활안정자금 융자 19억4000만원, 고용·산재보험료 납부기한 연장 및 체납처분 유예 1307억원 등이다.

노동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지원금은 직업훈련 생계비 대부 18억원, 구직급여 신규신청 3544억원이었다. 노동부는 “각 사업별로 예산을 편성해 우대지원을 한 것과 달리, 구직급여 신규신청은 일반적으로 고용보험 피보험 자격을 상실한 노동자들이 수령한 금액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통해 “조선업 침체시기 사업주·노동자의 고통경감과 재도약 지원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인력확보를 위한 임금인상 여력 부족 등을 지적했다. 경남 거제와 전남 목포·영암의 경우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기존 저가 수주 선박의 낮은 기성금(하청이 원청에게 받는 도급비) 문제가 인력확보를 위한 임금인상 여력 부족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 원청 취업이 어려워지고 타 업종과 임금격차 축소, 저가 수주 등 이유로 조선업을 기피하면서 신규인력 공급이 부족한 점도 지적했다.

정부는 2019년 3월 ‘조선업 인력수급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고용정책심의회는 2019년 12월 조선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을 연장하면서 “조선업계에 재하도급을 금지 또는 최소화 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조선업계가 재하도급 최소화 노력해야” 말하더니 정권 바뀌자 ‘불법’ 타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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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9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조선소 독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각 1m의 철 구조물을 용접해 스스로를 가둔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거제 |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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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6일 이재갑 당시 노동부 장관은 거제조선업희망센터에서 조선업계와 자치단체 관계자 등과 간담회를 열고 “수주량 불안정성 등으로 원청 및 1차 협력업체가 직접 고용을 줄이고 2차 재하도급을 활용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조선업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숙련기술 축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용정책심의회가 권고한 대로 조선업계가 직접고용을 늘리고 재하도급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노동부의 입장은 달라졌다 이정식 현 노동부 장관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과 관련해 고용구조 문제는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연일 ‘불법’만 내세우고 있다. 앞서 정부가 지적한 낮은 기성금 문제는 현재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임금교섭이 난항을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초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기성금을 3% 인상하는데 그치면서, 이 인상률을 근거로 임금을 주는 하청업체가 임금인상에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벼랑 끝 파업’ 배경에는 수 년간 나아지지 않는 조선업 고용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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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에 공권력 투입을 시사한 지난 19일 경남 거제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내 농성장 모습. 거제 |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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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고용현실이 나아진 것 없는 상황에서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내몰린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지난달 2일부터 파업에 나섰다. 대우조선해양에서 15년째 발판작업 일을 한다는 강행진씨(58)는 “조선업 불황으로 2017년 상여금이 시급으로 전환되면서 시간당 9500원대 수준의 돈을 받았는데 지금까지도 이 수준”이라며 “발판작업은 배를 만드는 시작이자 끝으로, 일에 대한 자부심이 크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숙련공 처우가 이 정도”라고 말했다.

8년째 근무 중인 나윤옥씨(55)는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임금은 몇 년째 거의 그대로니까 숙련공들이 다 일터를 떠났다”며 “참고 참다가 이제야 노력에 대한 대가를 인정해달라는 거다”고 말했다. 나씨는 사측과 몸싸움을 벌이다 다쳐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특별고용지원업종은 고용유지에 방점이 찍혀 있는 제도로 근로자들을 해고시키지 않도록 지원을 해줬다. 일감이 없거나 임금수준이 맞지 않아 스스로 그만둔 경우까지 담당할 수는 없다”며 “업종 지정 기간에 대량해고가 없었고 현재 수주가 늘어난 부분으로 볼 때 제도 성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다른 노동부 관계자는 “현재처럼 구인난 상황에서 고용지원금 지원보다는 구인난 매칭지원 등이 더 적절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또 결국 임금문제는 사측과 노동자측이 풀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해 정부 개입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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