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릴바이오 공모가 1.6만원
주관사 투자 단가보다 27% 낮아
공모가, 프리 IPO 밑도는 사례도
시장 침체로 차익보장 시대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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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금리 상승과 증시 조정 속에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되자 증권사들의 비상장 기업에 대한 자기자본(PI) 투자 손실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증권사가 상장을 주관한 기업의 공모가가 상장 전에 투자했던 가격보다 낮게 결정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어 투자은행(IB) 업계의 비상장 기업 투자 위험이 커지고 있다.
20일 IB 업계에 따르면 에이프릴바이오는 18일 공모가를 희망 범위(2만~2만 3000원) 하단보다 20% 낮은 1만 6000원으로 결정했다. 에이프릴의 공모가는 상장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005940)이 지난해 8월 20억 원을 투자하며 사들인 매입가인 주당 2만 1788원보다 26.6%나 낮은 것이다. 에이프릴바이오가 증시에 상장한 후에도 공모가와 비슷한 주가를 보이면 NH투자증권 입장에서는 20% 이상의 평가손실이 불가피하고 거래 가격이 더 떨어지면 손실률은 30% 이상으로 증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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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모가가 상장 주관사의 투자 단가보다 낮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보통 주관사는 자신이 투자한 비상장사의 공모가를 최대한 높여 잡으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 비상장 기업에 대한 PI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증권사로 꼽히는 한국투자증권은 그간 투자해온 유일로보틱스(388720)·지투파워(388050)·노을(376930)·브이씨(365900) 등의 상장 주관을 맡으면서 공모가를 자사 투자 단가보다 54.7~100%가량 높여 잡아왔다. 이 때문에 한투를 비롯한 증권사들이 자체 투자한 비상장사를 ‘셀프 상장’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IPO 시장 침체가 주관사들의 ‘공모가 상향’ 유인을 압도하면서 증권사의 비상장사 PI 투자가 곧장 차익을 보장하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초 NH투자증권도 에이프릴바이오의 공모가 희망 범위를 자사 투자 단가(2만 1788원)와 비슷한 2만~2만 3000원으로 정했으나 수요예측이 흥행에 실패, 공모가를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공모가가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에서 책정된 기업 가치를 밑도는 사례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암 진단 기술을 보유한 루닛의 경우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지난해 프리IPO 당시(약 5000억 원)보다 낮은 3640억 원에 불과하다. 국내 1위 카셰어링 업체 쏘카는 3월 롯데렌탈(089860)이 투자하며 책정한 몸값(1조 3000억 원)과 유사한 수준에서 공모가 범위(시가총액 기준 1조 2060억~1조 5943억 원)를 산정해 제시한 바 있다. 한 벤처캐피털(VC) 심사역은 “향후 공모가가 주관사의 자기자본 투자 단가나 프리IPO 가치보다 낮게 결정되는 사례가 더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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