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새 우려변이로 지정하지 않고 ‘감시계통’으로 분류
기존 변이와 차이점 크지 않다는 점 명명하지 않는 이유
전파력 예단해 함부로 명명하면 대중의 혼란 야기 우려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체를 옮기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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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4, BA.5, BA.2.75 등 최근 전 세계에서 유행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하위 변이들은 영어와 숫자를 결합한 이름이 붙었다. 이전처럼 알파(α), 베타(β), 델타(δ) 등 그리스 알파벳 이름을 썼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변이에 대한 명명에 신중하게 접근하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WHO에는 다양한 바이러스 명명 체계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영국 옥스퍼드대와 에든버러대를 중심으로 한 ‘팡고’(Pango) 연구팀이 마련한 계통 분류 체계를 검토해 변이 바이러스 분류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BA.5처럼 로마자 알파벳과 숫자를 섞어 쓰는 형태인데, 이는 과학자를 위한 분류법이다.
반면 대중은 우려 변이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보다 전염력이 크거나 심각한 질환을 유발하거나 백신을 기피하는 경우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그래서 WHO는 2001년 5월부터 ‘우려 변이’에 그리스 알파벳을 붙였다. 이는 단순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알파, 베타와 같은 이름은 일반 대중이 기억하기 쉽고 부르기도 편하다.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어린이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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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오미크론 변이가 지배종이 된 이후 오미크론의 하위 변위는 예전처럼 그리스 알파벳 이름을 받지 못하고 로마자 알파벳과 숫자가 조합된 다소 어려운 이름을 쓰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이후 등장한 하위 변위는 그 명단에 들지 못했다. BA.1과 BA.2는 스파이크(돌기) 단백질 돌연변이 23개가 다르다. 알파 변이도 원래 코로나19 바이러스와 23개의 돌연변이가 달랐다. 그러나 돌연변이의 양보다는 이 돌연변이가 바이러스의 기능과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명명에 중요하다.
BA.4와 BA.5는 오미크론 변이보다 전염력이 강하고 백신 접종이나 이전 감염으로 형성된 면역도 잘 회피할 수 있지만, 오미크론이 델타와 다른 것만큼 오미크론과의 차이점은 크지 않았다.
이에 WHO는 오미크론 하위 변위는 새로운 우려변이로 지정하지 않고 ‘감시 계통’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본다.
이는 신속하게 우려 변이를 지정했던 2021년 3월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 WHO는 일주일 사이에 제타, 에타(η), 세타(θ), 이오타(ι) 등 4개 계통의 이름을 지었다.
이 중 현재 대중의 기억에 남아있는 이름은 없다. 새로운 계통의 이름을 빨리 짓는 것과 그것이 얼마나 빨리 퍼지는지는 다른 문제여서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진화는 너무 빠르고 예상치 못한 전파력을 가져 어떤 변이가 우세종이 될 것이라 예상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앞서서 그리스 알파벳 이름을 미리 부여하는 것은 대중을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는 점도 고려됐다.
게다가 그리스 알파벳은 24개뿐이다. 이미 15번째 오미크론까지 사용됐다. 변이가 계속 나온다고 가정하면 더 쓸 수 있는 알파벳은 9개뿐이라는 얘기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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