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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메타버스가 온다

메타버스-AI가 메마른 현실 달래줄 오아시스 되려면[기고/현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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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현대원 서강대 메타버스전문대학원장


메타버스를 가장 잘 묘사한 영화가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이다. 영화는 ‘오아시스’라는 가상현실 게임이 지배하는 2045년을 그린다. 사람들은 안경 하나로 현실과 가상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사막과 같은 현실을 벗어나 오아시스 같은 가상으로 뛰어드는 사람들. 영화의 주인공 웨이드 와츠는 말한다. “요즘의 현실은 너무 짜증 나. 모든 사람들은 여기서 탈출할 길을 찾고 있어.”

메타버스는 강력한 비즈니스 플랫폼이자 지배적인 소통의 공간, 그리고 거래가 가장 활발한 마켓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현재의 주 이용자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들)가 메타버스의 진화와 함께 10년 이내에 가장 활발한 경제활동 세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로 구현된 아마존 매장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자신의 아바타가 언제든 세상에서 가장 큰 백화점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쇼핑을 즐길 것이다. 시공간의 개념이 바뀌고, 국경의 개념은 더욱 모호해질 것이다. 이런 메타버스를 구현하기 위한 3가지 기술적 조건으로 컴퓨팅 파워, 네트워킹, 그리고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콘텐츠나 서비스의 기본이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바뀌는 근본적인 변화는 다른 차원의 기술적 운용 역량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AI와 메타버스의 접점에서 활발히 이루어지는 기술적 진화 중 하나로 딥러닝 기반의 소프트웨어가 있다. 이는 메타버스 곳곳에서 다양한 메타버스 이용자들의 행위들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용자들의 비주얼적인 행동까지 학습한 인공지능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능케 하고, 새로운 경제생태계를 발전시켜 갈 것이다.

AI를 통해 언어의 장벽을 제거하려는 노력도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고 있다. 특히 한국어 데이터는 대한민국 데이터 주권의 핵심 데이터로서 AI허브(www.aihub.or.kr)를 통해 다양한 연령, 지역, 상황에 맞게 데이터가 대규모로 공개되고 있다. 이런 노력이 모여 만드는 총체적 변화는 메타버스 세상을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많은 성장 잠재력과 긍정적 기여에도 불구하고 AI가 이끌 메타버스의 진화에는 윤리적 논란이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윤리적인 문제를 보인 AI 서비스 등이 이미 여러 차례 사회문제가 된 바도 있다. 이런 가운데 12일 AI허브에 AI의 윤리를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셋이 새로 개방됐다. AI의 윤리 문제에 의미 있는 진전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개인정보 비식별화나 AI 윤리 문제를 다루는 기준을 만드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이다.

무엇보다 메타버스의 경제적 확장성이나 성장 논리에 쏠려 있는 현재의 담론은 시민성(Civility)으로 대변되는 여러 가지 윤리적 해법과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성장의 열매가 시민들에게 공유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함께 지혜를 모을 때, 비로소 메타버스는 사람들에게 지친 현실 속 시원한 오아시스가 되어줄 것이다.

현대원 서강대 메타버스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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