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불인정·신임장 제정 거부하자 취소"…양국 관계 악화 전망
비자 취소된 영국 대리대사 여권 |
(방콕·양곤=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이정호 통신원 = 미얀마 군사정권이 주미얀마 영국 대사의 비자를 취소, 사실상 추방 조치했다.
군정을 인정하지 않는 영국 정부가 쿠데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에 신임장을 제정하지 않자 내린 조치로 전해졌다.
피트 보울스 주미얀마 영국 대리대사는 13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우리는 미얀마 군정 지도자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쿠데타 정당화를 거부했다"며 "이에 그들이 내 비자를 취소해 오늘 영국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영국은 지난해 2월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인 8월에 보울스를 대사로 임명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거듭된 요구에도 군정 수장에게 신임장을 제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직함을 대사에서 대리대사로 바꿔 외교관계를 격하했다.
대리대사는 사실상 대사에 준하는 권한을 갖는 직책으로, 신임장을 제정하지 않아도 된다.
주미얀마 영국 대사관 대변인은 "이는 군부를 인정하지 않고도 미얀마에서 미얀마 국민을 지지하는 역할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군정은 올해 4월 해외에 나갔던 보울스 대리대사의 재입국을 막아 그는 한동안 해외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미얀마에 입국했으나 결국 군정은 그의 비자를 취소했다.
보울스 대리대사는 전날 트위터에도 글을 올려 "미얀마 생활이 오늘 갑작스럽게 끝나게 됐다"며 "군부에 의해 미얀마를 떠나게 돼 슬프고 유감스럽지만, 악랄한 쿠데타를 정당화하라는 압력에 굴복하지 않은 것은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훌륭하고 강하고 헌신적인 주미얀마 영국대사관 직원들이 계속해서 평화, 자유와 정의만을 바라는 미얀마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은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미국 등 서방국들과 함께 군정을 강력하게 비난해왔다.
한 외교관계자는 "비자를 취소한 것은 결과적으로 추방 조치"라며 "양국 관계가 좋지 않았는데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관 비자를 취소했으니 관계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 인도, 콩고, 케냐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보울스는 미얀마 부임 직전에는 영연방 개발사무소(FCDO)에서 아시아 담당 국장으로 일한 아시아 전문가이다.
미얀마, 영국 대리대사 비자 취소 |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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