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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르포]"복날이면 뭐 합니까" 삼계탕이 아니라 '금계탕'…자영업자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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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 등 가격 상승 자영업자 부담

"복날 챙기기도 사치" 외식 손님 뚝

아시아경제

지난달 서울 기준 삼계탕 평균 가격은 1만4885원으로, 지난 1월 대비 4.0% 상승했다. 사진=김정완 기자 kjw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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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복날이면 뭐합니까. 재료값 부담이 점점 커지는데.", "대목이래도 예전만큼 기대는 안 되죠."

13일 오전 11시30분께 서울 은평구에서 삼계탕집을 운영하는 홍모씨(60)는 초복을 앞두고도 기대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홍씨는 "닭고기 가격은 물론 삼계탕에 필요한 부재료들도 다 값이 올라 걱정이 점점 커진다"며 "물가가 하도 오르다 보니 초복에도 외식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삼계탕·치킨 등 보양식을 주로 장사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복날 대목'을 앞두고 기대 보다는 한숨이 나오고 있다.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외식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삼계탕의 핵심 재료인 생닭 가격도 올라 소위 남는 장사도 어렵다는 푸념도 나온다. 당장 생닭 500g 남짓의 영계 한 마리 도매가격은 작년 1800원이었지만, 올해는 2500원으로 1000원 가까이 뛰었다.

외식 물가는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14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기준 짜장면·칼국수 등 대표 외식물가는 평균 가격이 연초보다 최대 8% 이상 상승했다. 6월 서울의 짜장면 평균 가격은 6262원으로 지난 1월 대비 8.5% 상승했으며, 칼국수는 8269원으로 6.4% 올랐다.

이외에도 △김밥(2946원) 6.4% △냉면(1만269원) 4.7% △삼겹살(1만7783원) 4.7% △김치찌개백반(7385원) 4.4% △삼계탕(1만4885원) 4.0% △비빔밥(9538원) 3.8% 등 8대 외식 품목의 가격이 크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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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한 삼계탕 집 달력에 초복과 중복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김정완 기자 kjw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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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자 외식을 줄이거나 아예 하지 않겠다는 시민들도 많다. 삼계탕집에서 이른바 몸보신 손님들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직장인 김모씨(30)는 "지출이 늘어 따져보니 식비 비중이 늘었더라"며 "최근 식당들 가격을 보면 나가 먹는 점심값을 절대 무시 못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한 두 번은 도시락으로 해결해 식비 부담을 줄여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 그릇에 평균 1만5000원에 육박하는 삼계탕 가격에 복날 보양식은 사치라는 의견도 나온다. 2년 차 직장인 최모씨(28)는 "요즘 안 오른 게 없어서 생활비 감당하기도 벅찬데 복날이라고 해도 챙길 엄두가 안 난다"며 "초년생이라 급여도 적고, 요즘에는 특별한 날 하루하루 챙기는 것이 점점 더 사치로 느껴진다"고 했다.

삼계탕 가격이 오른 것은 비싸진 닭고기 가격이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육계 가격은 1㎏당 평균 5584원(6일)에서 5609원(8일), 5638원(10일)으로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마늘, 인삼, 대추 등 삼계탕에 필요한 각종 부재료들도 비싸지면서 가격 인상에 박차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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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를 비롯한 부재료 가격이 모두 올랐지만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섣불리 가격을 올리기도 고민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진=김정완 기자 kjw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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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가격을 섣불리 올리지 못한다는 한숨도 나온다. 서대문구에서 10년 넘게 삼계탕집을 운영해온 박모씨(67)는 "함부로 가격을 올렸다간 단골 손님도 떠나간다"며 "꼭 필요한 재료들이 죄다 올라 가격을 올리긴 해야 하는데 손님 떨어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매 쪽 사람들에게 사정을 설득해보고는 있지만 안 될 것 같아 조만간 가격을 올리긴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밀가루, 식용유 가격도 올라 치킨업계의 시름도 깊어져 간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식용유 가격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지난 5월 22.7%에서 지난달 40.3%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밀가루도 26.0%에서 36.8%로 뛰었다.

포장 전문으로 저렴한 가격에 치킨을 판매해온 한모씨(60대)는 "옛날식으로 만들고, 닭고기 크기도 작아서 한 마리 7000원에 제공해왔지만 이제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저렴한 맛에 찾는 옛날 통닭 가격이 오르면 경쟁력이 있겠나"라며 "어디 설 데가 없어 가게를 내놓기라도 해야 되나 생각이 많다"고 토로했다.

한편 정부는 밥상 물가를 잡기 위해 식용유와 돼지고기에만 적용하던 할당관세 0%를 닭고기와 소고기, 분유 등으로 확대하고, 외식업계에 물가 안정 협조를 당부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3일 밥상물가 안정을 위해 한식·분식 관련 외식업계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하고 추가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양주필 식품산업정책관은 "정부에서 외식업체 육성자금 지원 상한 대폭 확대, 식재료 할당관세 운용 등 외식업계의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도 국민 밥상 물가안정을 위한 협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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