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물가·환율 함께 노린 '빅스텝'…연내 기준금리 3% 간다? "가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김주현 기자]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2.7.13/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것에는 물가안정 뿐 아니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서도 신속한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올라온 상황에서 한미 기준금리가 큰 폭으로 역전되면 환율이 추가로 상승해 수입물가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올해말 기준금리가 2.75~3%로 오를 수 있다는 시장의 전망에 대해 "합리적 예측"이라며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로 0.5∼0.75%포인트 올릴 뜻을 시사했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할 경우 두 세 차례 더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린 것은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통위가 빅스텝을 단행한 가장 큰 이유는 물가안정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기록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4% 가까이 오른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에게 분명한 신호를 줘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미 금리역전에 대한 우려 역시 빅스텝 단행의 주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자이언트스텝(한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시행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0.25%포인트만 금리를 올리면 한미간 큰 폭의 금리역전으로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한미 금리가 역전되는 것이 불가피하더라도 최근 외환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0.25%포인트와 0.5%포인트차는 그 영향이 다르다는 얘기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빅스텝을 단행한 결정적 요인은 외환시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안정만을 위해서라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나 올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한미 금리는 (0.5%포인트를 올리나 0.25%포인트를 올리나) 어차피 역전되는 상황인데 한은이 일종의 '액션'을 취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자본은 통상 금리가 낮은 자산에서 높은 자산으로 이동한다.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면 수익률이 높은 자산을 매입하는 것이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상 미 달러화는 한국 원화보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리스크가 낮은 자산이 수익률마저 높다면 자금을 몰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은 상황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 환율이 올라 수입물가가 더 크게 상승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실제로 이 총재는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시장 불안심리를 잠재우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한미 양국간 협의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한미 통화스와프는 연준의 역할이라 옐런 미 재무장관과 직접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앞서 바이든 미 대통령이 왔을 때 양국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여러 방안을 고려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추경호 부총리와 옐런 장관 사이에 오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섣부른 위기론을 경계했다. 그는 "환율이 높은 것은 맞지만 1997년이나 2008년 위기때와는 다르다"며 "일본과 중국은 (통화가치) 절하 수준이 더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리 역전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는 않고, 외환시장이나 자본시장 영향을 보고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올해 말 기준금리에 대해서는 최대 3%에 도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가 2.75~3.0%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은 합리적"이라며 "국내 물가 흐름이 예상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긴축 우려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견해로는 2.25% 금리 수준은 중립금리의 큰 범위에서 하단에 가까워진 것으로 생각하고, 아직 중립금리까지 도달했다고 보지 않아서 1~2번은 금리가 더 올라가도 '긴축'이라는 표현을 쓰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한은은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를 밝히면서도 물가안정이 더 시급한 상황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2.7%)보다 낮은 2%대 중반을 기록하겠으나 잠재성장률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침체)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물가는 6%대로 상당히 높아졌고, 임금과 물가의 상호작용으로 고물가가 고착화할 위험이 커지고 있어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빅스텝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김주현 기자 naro@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